[신차 시승기]도요타 8세대 ‘뉴 캠리’… 국내 중형차 시장 장악 시동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7-12-09 12:54 수정 2017-12-09 23:19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중형세단 ‘캠리’로 큰 재미를 봤다. 캠리는 현재까지 글로벌 누적판매량이 1900만대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다. 북미 지역에서만 연간 40만 대가 팔려나갈 만큼 인기가 좋다. 위기도 있었다. 도요타는 지난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캠리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리콜과 합의금, 벌금 등으로 40억 달러(약 4조7000억 원)를 물어냈다. 운전석 바닥 매트가 가속 페달을 눌렀다거나 운전자의 과실 가능성이 크다는 식으로 반박해오다가 주요 전자제어 시스템 결함에 무게를 둔 현지 법원 평결이 나오자 도요타는 피해자들과 즉각 합의에 나서며 위기를 모면했다.
제조사에 이 같은 희노애락을 안긴 캠리는 최근 새로워진 모습으로 등장해 전세계 자동차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10월 출시 후 누적 계약 대수 3000대를 넘기는 등 안착하는 모습이다. 이번 8세대 캠리 시승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파악해봤다.
신형 캠리는 2.5ℓ 가솔린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다. 시승차는 가솔린 모델로 최고출력 207마력, 최대 토크 24.8kg·m의 힘을 발휘한다.
가장 큰 변화는 도요타 뉴 글로벌 아키텍처(TNGA) 도입이 꼽힌다. 이는 도요타의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이다. TNGA 핵심 특징은 저중심 설계, 차체 비틀림 강성, 정숙성 개선 등 세가지다.
캠리 차체는 전반적으로 무게 중심을 낮추고 덩치를 키운 것이 특징이다. 높이는 1445㎜로 7세대 대비 25㎜ 낮아졌고, 길이는 4880㎜로 30㎜ 넓이는 1840㎜로 20㎜ 커졌다. 실내공간 크기를 좌우하는 축 간 거리는 2825㎜로 50㎜ 늘어났다. 앞좌석 시트 위치도 20㎜ 낮아졌다. 전후 시트 포지션이 저중심 설계에 맞게 좀 더 아래로 배치된 것이다.
외관 디자인은 기존 모델과 비교하면 파격적으로 변화했다. 전방 그릴 부위는 도요타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을 말해주는 ‘킨룩(Keen Look)’이 적용됐다. 킨룩 다지인은 캠리를 확실히 스포티하고 젊게 바꿨다.
실내 디자인은 운전석과 동반석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인스트루먼트 패널 레이아웃을 적용해 캠리만의 진보적인 느낌을 줬다. 다만 계기판에 7인치 디스플레이에는 다양한 차량 정보가 촘촘히 안내돼 복잡했다. 안전 및 편의 기능을 작동시키는 버튼도 가짓수가 많아 빠른 조작이 어려웠다.
운전석에 앉으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못지않은 넓은 시야를 경험할 수 있다. 전고를 낮추면 도로 아래나 옆쪽의 시야가 제한되기 마련이지만 캠리는 확 트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사이드 미러를 문짝에 설치해 운전 사각지대를 없앤 점도 눈에 띄었다. 가솔린 모델에는 뒷좌석까지 이어지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달려 있어 쾌적한 공간감도 제공한다.
시동을 걸고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가속페달을 꾹 밟았지만 캠리 반응은 시큰둥했다. 외관 디자인이 워낙 역동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주행성능도 이에 걸맞게 따라올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스포츠가 아닌 기본모드에서는 주행 내내 답답한 느낌을 계속 받았다. 즉각적인 가속을 원했던 순간에 한 박자 느린 대답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반면 안정적인 주행은 캠리의 장점이다. 고속도로나 험로에서 캠리는 부드럽고 조용하게 운전자를 이끌었다. 고속 구간에서 풍절음이나 노면소음이 적절히 억제돼 있었고, 곡선 주로에서는 탄력 받은 속도를 계속 밀어부처도 주행 궤적을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차체를 지탱해냈다. 스티어링휠은 가볍고 빠르게 돌아가 차체 위치를 가야할 방향으로 잘 올려놨다. 캠리에 탑재된 8단 다이렉트 시프트도 기존 6단 변속기보다 직결성이 좋아져 부드러운 주행을 도왔다.
왕복 약 100㎞ 주행을 마친 뒤 최종 연비는 리터당 9.7㎞에 그쳤다. 거친 주행 탓에 복합 공인연비 12.3㎞/ℓ에 미치지 못했다.
신차에는 토요타 세이프티센스(TSS)가 적용됐다. 차선이탈이 감지되면 스티어링에 힘을 가해 더 돌아가지 않도록 버티며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일정한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사고가 예견될 때 스스로 제동하는 긴급제동보조시스템(PCS)도 탑재됐다. PCS는 시속 15㎞ 이하에서 완전히 멈추도록 설계됐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신형 캠리는 전량 일본 본사에서 들여오며 가솔린 모델 가격은 3590만 원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4250만 원부터 시작한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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