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감 효과 없는 ‘반짝 성장’… 금리 인상 가능성은 커져
이건혁 기자 , 박재명 기자
입력 2017-10-27 03:00 수정 2017-10-27 03:00
3분기 성장률 1.4%… 7년만에 최고
“10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수출 기업들이 물량 밀어내기를 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이 70%가량 집행된 것도 성장률에 영향을 줬다.”
26일 한국은행 정규일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을 뛰어넘는 1.4%(전 분기 대비)에 이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가 돈을 쏟아붓고 공교롭게도 연휴가 9월 말부터 시작된 ‘우연’이 겹친 결과라는 것이다.
이례적인 요인 때문에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뛰어올랐다는 분석은 그만큼 한국 경제가 외부 변수에 약한 상태임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랏빚이 늘어나고 글로벌 경기가 꺼지면 언제라도 성장률이 급전직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소비자 등이 성장 온기를 피부로 체감하기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긴 연휴와 수출에 의존한 성장
3분기 한국 경제 성장세는 수출이 주도했다. 수출은 전 분기보다 6.1% 늘어나 2011년 1분기(1∼3월·6.4%) 이후 6년 반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純)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0.9%포인트에 이르렀다. 수출이 전체 성장률에 기여한 부분이 64.3%에 이른다는 뜻이다.
수출이 늘어난 것은 기업들이 10월 초 열흘에 달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밀어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4분기에 이뤄졌어야 할 수출이 3분기에 앞당겨 진행됐다는 것이다. 한은이 “4분기에는 영업일이 지난해보다 6.5일 감소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더 큰 문제는 ‘밀어내기 수출’마저도 반도체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분기 수출 금액의 17.4%는 반도체로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업계에서는 “한국의 수출은 삼성전자에만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3분기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또 다른 축은 추경 집행이다. 정부가 돈을 풀어 건강보험 지출, 일자리 만들기 등에 나선 것이 성장률 제고 측면에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3분기 정부소비 증가율은 2.3%로 올해 1분기(0.5%)나 2분기(1.1%)에 비해 크게 늘었다.
○ 체감경기는 여전히 ‘겨울’
수출, 추경에만 의존하다 보니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항목의 성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3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7% 늘어난 데 그쳤다. 2분기 소비 증가율(1.0%)보다 오히려 뒷걸음질친 것이다.
기업 설비투자 역시 3분기에 0.5% 성장한 데 그쳤다. 전 분기(5.2%)와 비교하면 감소 폭이 크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기여도가 지나치게 높다. 3분기 성장을 균형 잡힌 성장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우려에도 3분기 깜짝 성장에 힘입어 한국 경제는 올해 목표치인 전년 대비 3% 성장률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에 따르면 4분기 성장률이 0%에 그쳐도 올해 한국 경제는 3.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과는 올해 내내 한국 경제를 괴롭힌 북한 리스크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을 딛고 이뤄낸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등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한국 경제가 크게 휘청일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수출과 내수가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상황이다. 성장률 고공 행진에 만족할 게 아니라 수출 호조를 내수 활성화로 연결할 구조 개혁에 나설 때”라고 지적했다.
○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커져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를 웃돌면서 한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더 커졌다. 금융권은 11월 30일 열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은은 19일 연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3%로 상향 조정했다.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금통위원의 소수 의견까지 나와 금리 인상을 위한 분위기는 이미 조성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 인상 시기로 밝힌 “경기 회복세가 견조한 흐름을 확인하는 시점”이 지금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이 93.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막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날 금리 인상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올랐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4.31% 오른 연 2.182%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이건혁 gun@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10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수출 기업들이 물량 밀어내기를 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이 70%가량 집행된 것도 성장률에 영향을 줬다.”
26일 한국은행 정규일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을 뛰어넘는 1.4%(전 분기 대비)에 이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가 돈을 쏟아붓고 공교롭게도 연휴가 9월 말부터 시작된 ‘우연’이 겹친 결과라는 것이다.
이례적인 요인 때문에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뛰어올랐다는 분석은 그만큼 한국 경제가 외부 변수에 약한 상태임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랏빚이 늘어나고 글로벌 경기가 꺼지면 언제라도 성장률이 급전직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소비자 등이 성장 온기를 피부로 체감하기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긴 연휴와 수출에 의존한 성장
3분기 한국 경제 성장세는 수출이 주도했다. 수출은 전 분기보다 6.1% 늘어나 2011년 1분기(1∼3월·6.4%) 이후 6년 반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純)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0.9%포인트에 이르렀다. 수출이 전체 성장률에 기여한 부분이 64.3%에 이른다는 뜻이다.
수출이 늘어난 것은 기업들이 10월 초 열흘에 달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밀어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4분기에 이뤄졌어야 할 수출이 3분기에 앞당겨 진행됐다는 것이다. 한은이 “4분기에는 영업일이 지난해보다 6.5일 감소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더 큰 문제는 ‘밀어내기 수출’마저도 반도체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분기 수출 금액의 17.4%는 반도체로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업계에서는 “한국의 수출은 삼성전자에만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3분기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또 다른 축은 추경 집행이다. 정부가 돈을 풀어 건강보험 지출, 일자리 만들기 등에 나선 것이 성장률 제고 측면에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3분기 정부소비 증가율은 2.3%로 올해 1분기(0.5%)나 2분기(1.1%)에 비해 크게 늘었다.
○ 체감경기는 여전히 ‘겨울’
수출, 추경에만 의존하다 보니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항목의 성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3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7% 늘어난 데 그쳤다. 2분기 소비 증가율(1.0%)보다 오히려 뒷걸음질친 것이다.
기업 설비투자 역시 3분기에 0.5% 성장한 데 그쳤다. 전 분기(5.2%)와 비교하면 감소 폭이 크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기여도가 지나치게 높다. 3분기 성장을 균형 잡힌 성장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우려에도 3분기 깜짝 성장에 힘입어 한국 경제는 올해 목표치인 전년 대비 3% 성장률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에 따르면 4분기 성장률이 0%에 그쳐도 올해 한국 경제는 3.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과는 올해 내내 한국 경제를 괴롭힌 북한 리스크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을 딛고 이뤄낸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등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한국 경제가 크게 휘청일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수출과 내수가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상황이다. 성장률 고공 행진에 만족할 게 아니라 수출 호조를 내수 활성화로 연결할 구조 개혁에 나설 때”라고 지적했다.
○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커져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를 웃돌면서 한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더 커졌다. 금융권은 11월 30일 열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은은 19일 연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3%로 상향 조정했다.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금통위원의 소수 의견까지 나와 금리 인상을 위한 분위기는 이미 조성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 인상 시기로 밝힌 “경기 회복세가 견조한 흐름을 확인하는 시점”이 지금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이 93.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막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날 금리 인상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올랐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4.31% 오른 연 2.182%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이건혁 gun@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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