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시승기]서킷에서 만난 데일리 슈퍼카 ‘렉서스 LC500’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7-09-29 07:15 수정 2017-09-29 07:27
렉서스는 지난 2012년 특별한 프로젝트에 나선다. 당시 북미국제오토쇼에 콘셉트카로 등장한 LF-LC500을 원형 그대로 양산하기로 한 것이다. 과감한 결단이었다. 콘셉트카를 실제 모델로 구현하는 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흥미로운 도전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 후 5년이 흘렀고, 렉서스 LC500은 이제 현실이 됐다.
사토 코지 렉서스 수석엔지니어는 “불가능에 가깝던 콘셉트카 LF-LC의 디자인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표현했다”며 “아키오 도요다 사장은 마스터 드라이버로서 신차 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렉서스코리아는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본사 엔지니어를 초청해 개발배경부터 주행 성능 등 LC500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트랙 시승을 위해 특별히 LC500과 LC500h도 일본 본사에서 들여왔다.
LC500은 '렉서스 미래(LF·Lexus Future)'를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자동차다. LC500 차명은 간단하다. 생김새 그대로 ‘럭셔리 쿠페(LC·Luxury Coupe)’다. 후륜구동 방식인 이 차량은 렉서스를 상징하는 전면 스핀들 그릴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특히 측면 플로팅 필터와 카본 루프, 널찍한 후면부 디자인은 기존에 보던 투박한 고성능 스포츠와는 다른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뉴 LC500은 5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해 7100rpm에서 최고출력 477마력, 4800rpm에서 최대토크 55.1kg·m의 힘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4.4초에 불과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뉴 LC500h은 V6 3.5리터 엔진과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춰 최대 출력 359마력, 최대 토크는 35.7kg·m(5100rpm)의 성능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초다.
뉴 LC500은 렉서스 최초로 개발된 10단 변속기(Direct Shift-10AT)를 탑재해 매끄러운 변속감을 선보인다. 사토 코지 수석 엔지니어는 “정속에서 감속 그리고 가속으로 연결되는 리듬감 있는 변속을 통해 기분 좋은 주행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으로 서킷에 올라 LC500 진가를 직접 체험해봤다. 먼저 빨간색 LC500 운전석에 올랐다. LC500은 시동을 켠 상태였지만 실내에서는 무척 조용했다. 다른 퍼포먼스 차량의 경우 내부에서도 우렁찬 엔진음이 들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LC500은 점잖았다.
그러나 가속페달을 밟자 특유의 고성능 엔진소리가 가슴을 울렸다. 가속페달은 상당히 민첩한 속도로 운전자 입맛에 맞게 반응했다. 직선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았는데 순식간에 차량 속도는 200km/h 부근까지 올라왔다. 워낙 승차감이 좋아 속도에 대한 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곡선 주로에서는 LC500의 안정성이 돋보였다. 주행경로를 이탈하는 언더스티어 현상이 웬만해서는 발생하지 않고, 코너링을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빠져나왔다. 제동 능력도 탁월했다. 코너 구간에 앞서 200km/h 가까운 속도를 60km/h까지 줄여야했는데, 감속페달을 꾹 밟자 불과 2~3초 이내에 원하는 지점에서 속도를 급격히 낮출 수 있었다.
이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조향시스템은 렉서스가 신차개발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다. 신차에는 렉서스 첨단 조향 장치인 다이나믹 핸들링(LDH) 시스템이 탑재돼 주행상황에 따라 네 바퀴 모두에 알맞은 조향각을 배분해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스티어링휠을 돌려 차량을 움직인다기보다 운전대 조작에 따라 차량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느낌이다.
LC500h는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조용하면서도 LC500만큼 폭발적인 성능을 지닌 것. 그러면서 효율성을 높인 만능 스포츠카다. LC500보다 가속성능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특별히 흠잡을 데는 없었다. 특히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초반 가속부터 고속 영역까지 꾸준히 출력이 더해지는 느낌이 기존의 하이브리드와는 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LC500의 실내 인테리어에는 최고만을 담아냈다. 시트는 새롭게 개발한 알칸타라 소재의 스포츠 시트가 장착, 트랙뿐만 아니라 일상 주행에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열선 시트 및 석션타입 통풍 시트도 적용됐다. 사람의 손길이 닿는 모든 곳에는 숙련된 장인들의 수작업을 통해 가죽 고유의 질감을 표현했다.
차량 자세를 안정시키는 차체 역학 통합 제어 시스템을 비롯해 충돌방지지원시스템,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어시스트, 오토매틱 하이빔 등 다양한 안전사양도 대거 적용됐다.
사토 엔지니어는 “뉴 LC는 ‘타쿠미(장인)가 만든 렉서스의 작품”이라며 “LC는 일상에서 즐기는 고성능 럭셔리카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 LC500와 뉴 LC500h 가격은 각각 1억7000만 원, 1억8000만 원이다.
용인=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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