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척하는 어른들, 여리고 상처 많아”

손효림기자

입력 2017-06-27 03:00:00 수정 2017-06-2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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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의 그녀, 배우 윤유선-진경

윤유선(왼쪽)과 진경은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 대해 “대사가 사실적이면서도 문학적이어서 입에 수월하게 붙지 않아 연기할 때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지만 관람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흥미로운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때론 사랑을, 때론 우정을 나누는가 하면 천적처럼 맹렬하게 싸운다. 결혼 외에 어지간한 건 함께한 50대 남녀가 목요일마다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주제는 역사, 비겁함, 죽음 등으로 거창하지만 매번 말다툼으로 번지고, 그동안 감춰 두었던 가슴속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낸다. 27일 막을 여는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극본·연출 황재헌)이다.

여주인공 연옥 역에 더블 캐스팅 된 배우 윤유선(48)과 진경(45)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났다. 두 사람은 드라마 ‘참 좋은 시절’(2014년)에 함께 출연한 후 가까워졌다.

두 사람이 연기하는 연옥은 은퇴한 국제 분쟁 전문 기자로, 센 것 같지만 실은 여리고 상처가 많다. 11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윤 씨는 “20대 때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에 출연한 후 연극의 매력을 알게 됐다”며 “드라마나 영화에서 해 보지 않은 역할을 찾고 있었는데, 연옥이 딱 그런 캐릭터다”라고 말했다.

연극배우로 출발한 진경은 TV와 영화에서 활약하다 4년 만에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진경은 분쟁 전문 기자가 쓴 책을 읽으며 배역을 분석했다. 어떤 캐릭터의 옷을 입은 게 아니라 자신이 느낀 그대로를 가감 없이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진경은 “어른도 사춘기를 겪고 질풍노도의 시기가 계속된다. 이런 갈등이 집약된 캐릭터가 연옥”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연옥에게서 젊은 날 자신들의 모습을 순간순간 발견한다고 했다.

“어릴 때는 별것 아닌 일에도 자존심을 굽히는 게 잘 안 되잖아요. 자존심을 내세우다 상처를 주고받는 젊은 세대가 이 작품을 보면 좋을 것 같아요.”(윤)

“돌이켜 보면 20, 30대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어요. 다만 연옥과 달리 나이가 들면서 세상과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부분이 많아진 것 같아요.”(진)

역사학자인 정민 역은 성기윤, 조한철이 맡았다. 기회가 된다면 어떤 남자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궁금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맑은 공기를 찾아 떠나는 ‘공기 난민’까지 생겼잖아요.”(진)

똑 부러지게 말을 이어가는 진경을 보노라니 드라마, 영화의 캐릭터와 겹쳐졌다. 진경이 “이거, 연옥과 정민의 토론 주제로 넣을까요?”라고 묻자 윤유선은 “우주 얘기도 하잖아. 미세먼지도 추가하자”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고는 깔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색깔이 사뭇 달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할 말을 꼭 한다는 것. 진경은 아니다 싶은 건 얘기해야 마음이 편하고, 윤유선 역시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풀고 가야 하는 성격이다.

꾸준히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이들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악역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또 인수대비처럼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배우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윤)

“제 그릇에 맞게 그때그때 할 수 있는 만큼 책임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이 연극을 책임지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죠.”(진)

27일∼8월 20일.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 5만5000원. 1577-3363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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