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시승기]일상에서 즐기는 슈퍼카 ‘페라리 GTC4루쏘 T’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7-05-11 13:57 수정 2017-05-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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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는 성공한 사람들의 상징과도 같다. 다양한 선택권을 쥐고 있는 그들이 평범하게 느껴지는 양산차 대신 지구상 최고의 차로 눈을 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도로 위에서 월등히 빠르면서도 겉모습이 화려한 슈퍼카는 자신의 가치를 한껏 드높여주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어릴 적부터 페라리를 꿈꿔왔다. ‘페라리 수레’ 사건은 축구계에서 유명하다. 유소년팀 시절 ‘페라리’라고 낙서된 쓰레기 수레를 끌던 호날두는 조롱하는 동네 불량배들에게 “언젠가 진짜 페라리를 탈 것”이라고 맞섰다. 이후 피나는 노력 끝에 축구선수로 성공한 호날두가 ‘드림카’ 페라리를 가장 먼저 구매했다.

페라리 같은 슈퍼카는 많은 사람에게 성공의 목표면서 때로는 삶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반인이 페라리를 가까이서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운전할 기회를 얻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봄기운이 완연한 4월 끝자락 ‘페라리 GTC4루쏘 T’를 몰고 강원도 인제스피디움 서킷을 달리는 행운을 얻었다. 이 차는 달리기만 잘하는 슈퍼카가 아니다. 차명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정체성이 드러난다. ‘GTC’는 그란 투리스모 쿠페를 뜻하고 ‘4’는 4인승 모델, ‘루쏘(Lusso)’는 이탈리아어로 고급스러움이라는 의미다. ‘T’는 이 모델에 탑재된 8기통 터보 엔진을 말한다. 종합해보면 강력한 주행성능은 기본, 일상생활에서 가족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자동차로 생각하면 된다.

페라리 공식 수입원 에프엠케이(FMK) 김진영 제품전략기획팀 부장은 “페라리 GTC4 루쏘T는 우아함과 편안함, 스포티함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모델”이라며 “후륜 구동과 사륜 조향 시스템의 결합, 무게 배분 조정과 50kg 감량을 통해 스릴 넘치는 드라이빙 쾌감을 선사한다”고 강조했다.

실용성을 살린 페라리 GTC4루쏘 T도 생김새는 어김없이 슈퍼카다. 노면에 거의 밀착돼 있는 납작한 차체,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날렵한 바디라인이 눈길을 끈다.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에서 디자인한 이 차는 FF 슈팅 브레이크 쿠페의 진화된 버전이다. 최대한 간결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지붕에서 차체 뒤끝까지 유선형 구조로 이뤄진 패스트백 디자인을 재해석했다. 1960년대부터 디자인된 트윈 테일 라이트와 배기구의 형상을 현대적으로 따온 것은 페라리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인테리어는 무척 멋스럽다. 센터페시아에는 10.25인치 HD 터치스크린이 탑재돼 있고, 조수석 앞에는 8.8인치 HD 패신저 디스플레이가 들어가 동승자도 실시간으로 주행 정보를 확인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각종 버튼이 들어간 스티어링휠은 F1 운전대가 연상됐다. 엔진 시동과 주행모드 선택 버튼은 물론이고 와이퍼와 좌우 방향지시등도 핸들에 붙은 버튼을 눌러 조작하는 방식이었다. 핸들에서 최대한 손을 떼지 않고 주행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뒷좌석은 생각보다 널찍하다. 신장 175cm, 몸무게 70kg의 체격이 앉아도 답답하거나 불편함이 전혀 없다. 또한 시트 포지션을 높여놔 앞쪽 상황을 눈높이에서 확인하도록 했다. 트렁크 용량은 450ℓ로 여행가방 여러 개를 넣을 수 있고, 뒷좌석을 접을 경우 800ℓ까지 적재용량이 확장된다.

핸들 뒤쪽 패들 시프트를 안으로 당겨 서서히 출발했다. 애초에 수동 모드로 주행하고 싶었지만 인제스피디움 서킷의 현란한 코스에 맞는 최적의 기어 세팅 값을 찾기 불가능할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했다.

인제 서킷은 난코스가 많다. 우선 고저차도 상당하고, 구불구불 코너구간이 다양한 형태로 포함돼 쉴 새 없이 감속과 가속 페달을 수시로 밟아야한다. 여기에 운전자의 서킷 주행마저 서툴렀다. 이런 악조건을 GTC4 루쏘T는 듬직하게 전부 받아냈다.

특히 고속 코너링은 날카롭고 한 치 오차도 없이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민첩하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이 차에는 코너에 진입할 때 앞바퀴와 뒷바퀴가 반대로 틀어진다. 또 코너 탈출 시에는 앞뒤 바퀴 방향을 똑같이 해 더 빠르게 치고 나오도록 하는 4WS(rear-wheel steering)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슈퍼카의 고속 안정감은 일반 승용차와 질적으로 다르다. GTC4루쏘 T도 직선 가속 구간에서 엑셀레이터를 힘껏 밟아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끌어올려도 일정 수준의 안정감을 유지했다. 엔진은 V8 3.9ℓ에 트윈스크롤 방식의 터보차저를 결합해 최고 610마력, 최대 77.5㎏·m를 발휘하는 성능을 지녔다. 정지 상태에서는 3.5초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할 정도로 빠르다. 기존 캘리포니아 T에 탑재된 엔진(V12 자연흡기 엔진)을 튜닝한 것으로 GTC4루쏘보다 70마력이 낮지만 토크는 6.4㎏·m가 향상됐다. 덕분에 *터보 래그(Turbo Lag) 없는 신속한 반응을 보이고 연료 효율성은 더 좋아졌다. 가속을 할 때마다 서킷을 가득 메운 페라리 특유의 묵직한 굉음은 시끄럽기보다 운전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다가왔다. 신차에 적용된 전자식 바이패스(By Pass) 밸브가 이런 배기음을 만들어 준다.

잘 달리는 슈퍼카의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제동능력이다. GTC4루쏘 T의 시속 100km에서 제동거리는 30m 초반이다. 실제로 서킷에서 속도가 붙을 때로 붙은 페라리는 90도 가까이 꺾이는 코너 진입을 앞두고 최대한 속도를 낮춰야 했는데 운전자가 원하는 지점까지 완벽한 급제동이 이뤄졌다. 일반 세단이 40~45m 수준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수치다.

GTC4루쏘 T는 기대 이상으로 승차감이 좋고 운전이 편했다. 고성능 슈퍼카는 속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운전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 차는 간단히 조작법을 익히고 속도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운전 실력만 갖춘다면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가격은 3억 초중반에서 시작하며 선택 장치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 계약하면 국내에서는 연말께나 받아볼 수 있다.

인제=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터보 래그::
일부 터보 차량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가 치고 나가기까지 약간의 지체 현상이 빚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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