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시각으로 본 ‘남한의 요지경’

손효림기자

입력 2017-03-31 03:00:00 수정 2017-03-3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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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란언니

연극 ‘목란언니’에서 북한 공연단이 노래 ‘반갑습니다’를 열창하는 모습. 두산아트센터 제공
남의 돈은 물론이고 아이디어도 빼앗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뒤처질까봐 멈추지 못하는 곳. 한국이다. 연극 ‘목란언니’는 탈북 여성의 시각에서 본 ‘요지경’ 남한의 모습을 신선하고 경쾌하게 풀어냈다. 그러면서도 묵직한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는다. 2012년 동아연극상 희곡상(김은성 작)을 받는 등 주요 상을 휩쓸었다.

평양예술학교에서 아코디언을 전공한 조목란(김정민)은 뜻하지 않은 일에 휘말려 한국에 왔지만 브로커에게 속아 정착금과 임대아파트 보증금을 잃는다. 부모가 있는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돈은 5000만 원. 룸살롱을 운영하며 세 남매를 키운 조대자(강지은)는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한 아들 태산(안병식)의 간병인으로 목란을 받아들인다.

경계인 목란의 눈으로 본 남한은 균열로 가득 차 있다. 철학과 교수 태강(김주완)은 학과가 폐지돼 갈 곳을 잃고, 태양(이지혜)은 무명작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반갑습니다’ ‘려성은 꽃이라네’ 등 북한 노래가 율동과 함께 나오는가 하면 탈북 남성의 과장된 간증 등 짧은 에피소드들이 휘몰아치듯 튀어나오는 가운데 목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악스럽게 몸부림치는 사람들은 남과 북 그 어디에도 파라다이스가 없음을 서글프게 증명한다.

객석을 네 군데로 나눠 중앙과 객석 사이를 무대로 활용함으로써 극의 역동성을 높였다. 상처와 폭력으로 얼룩진 우리 근현대사와 오늘날의 현실을, 마냥 우울하지 않으면서도 예리하고 촘촘하게 빚어낸 솜씨가 일품이다. 4월 22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3만 원. 02-708-5001 ★★★★(별 다섯 개 만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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