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교수의 모기 연구 30년

입력 2016-08-12 17:48 수정 2016-11-2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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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지고, 올해 3월부터는 지카바이러스가 한국사회를 소란스럽게 했다. 모기를 매개로 해서 옮긴다는 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전염지역을 확대해가며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한국은 안전지역이라고 전문가들이 바라보고 있지만 국민의 시선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여름철을 맞이하여 예년에 비해 한 달 빨리 일본 뇌염 경보가 발효되면서 작은빨간집모기, 흰줄숲모기 등 모기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에 유한양행 살충제 브랜드 해피홈의 ‘모기박멸 캠페인’의 일환으로 모기박사로 유명한 이동규 박사를 찾았다.

부산 영도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고신대학교 캠퍼스. 그곳에는 30년간 모기를 연구한 모기박사 이동규 교수가 재직 중이다. 꾸밈없이 소탈해 보이는 인상으로 반갑게 취재진을 맞은 이 교수. 과연 곤충을 연구하는 학자답게 교수실 안에는 모기와 곤충에 관한 자료들이 많았다.

그리고 취재 내내 현장에서 모기 채집 중인 대학원생들의 보고 전화를 받고 지시하며 분주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에게서 모기 연구 30년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모기 매개 전염병에 대해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현황자료(2016년 7월 4일 기준)에 보면 현재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국가는 모두 66개국이다. 아시아 9개국, 중남미 41개국, 오세아니아 12개국, 아프리카 4개국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지카바이러스 감염자는 9명, 모두 발생국을 여행한 사람들이 걸렸으며, 7월 말 현재, 대한민국 내에서 자체 감염증 환자는 없다. 국내 모기연구의 권위자인 고신대학교 이동규 교수는 국민의 필요 이상의 두려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지금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죠. 그동안 연구가 많이 되지 않은 모기입니다. 그런데 이 흰줄숲모기는 지카바이러스도 옮기지만, 뎅기열도 옮깁니다. 한 해 우리나라에 200명 이상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합니다. 그것에 비하면 지카바이러스는 아직은 염려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도 과거 메르스 사태나 기타 전염병 감염 사례를 놓고 볼 때 국민이 다소간 의심과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언론에서 보도하는 기사들이 잘못된 경우나 과장된 형태로 국민들에게 노출되었을 때 오는 혼란도 한몫 하는 것이 사실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전국에 권역별로 10개의 감염병 매개체 감시센터를 설치하고 격주로 모기를 채집해 매일 분석합니다. 요새는 한 달 빨리 다가온 일본뇌염이 더 위협적입니다.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간집모기와 매우 흡사하지만 사이즈가 좀 작습니다. 빨간집모기가 6.6mm 정도라면 이 작은빨간집모기는 4.5mm 정도 돼요. 일본뇌염은 무서운 병입니다. 다만 사람들이 면역력과 방어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렸다 하더라도 500명 중의 한 명 정도 발병하게 됩니다.”

이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제일 많은 감염병을 발생시키는 것이 모기라고 한다. 민간단체인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2015년 통계자료를 보면 한 해, 전 세계적으로 72만 명 이상이 모기가 옮긴 전염병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모기는 곤충 중에서 제일 위험하지만 제대로 된 자료나 이해가 없이 무작정 두려움을 갖는 것 또한 위험하다.

이런 모기와 관련된 분야에서 30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연구한 학자가 이동규 교수다. 국내에서는 최고의 권위자인 이동규 교수, 오랜 시간 동안 모기의 생태와 환경을 연구한 학자로서 그의 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모르는 세계와 맞닿지 않을까?



모기를 연구한다는 것, 사람을 살린다는 것

이동규 교수의 주위 사람들은 “왜 그런 작은 곤충을 연구하느냐”고 의아해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모기가 그저 병균이나 전염시키는 쓸모없는 곤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권위주의적 풍토에서 보자면 남자가 평생을 바쳐서 모기에 대해 연구하고,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친다고 한다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금도 그러한데 과거에는 그런 이 교수의 연구에 대해 더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곤충이 전체 동물의 3분의 2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매해 3억 명 이상이 말라리아에 걸리고 150~200만 명이 사망하는데, 그 매개체가 모기입니다. 그리고 각종 질병을 옮기는 모기에 대한 연구는 외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연구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하는 곤충이 모기라고 보시면 돼요. 왜냐하면, 모기는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곤충이기 때문이죠. 모기와 관련된 연구로 노벨상 및 해외 유명 상을 탄 학자들도 많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연구죠.”

결국, 사람과 직결되며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연구라는 말이다. 이 교수의 말대로 그렇게 중요한 연구인데 한국사회는 모기 전문가가 많지 않다. 그리고 지카바이러스와 같은 사태가 벌어졌을 때, 국가는 우왕좌왕하게 된다. 여론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리고 왜 모기전문가가 없는가를 따져 묻는다.

“어린 시절 고장 난 기계나 장난감을 고치면서 굉장히 희열이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을 고치는 일이 정말 좋은 일이겠다 싶었죠. 그런데 의대에 진학하지 못했어요. 생물학과로 와 곤충학실험실 조교를 맡으며 곤충과 모기에 대해 알게 되고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졸업과 취업, 결혼까지 하면서 우여곡절이 있었고, 정규직을 박차고 나와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위해 국립보건연구원 질병매개곤충과에 임시직으로 들어갔어요. 6년 동안 정말 열심히 모기 천적연구를 했습니다. 임시직이라 형편이 어렵고 아이 키우느라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는데, 전 외국에 가서 좀 더 체계적인 공부를 할 결심을 했습니다. 주변에서 말렸지만, 제 결심은 확고했습니다.”

외국에서 모기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이동규 교수는 고신대학교 교수로 임용됐다. 그로부터 26년 동안 재직하면서 모기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지금은 국내에서 모기 관련 전문가로 알아주기도 하고, 많은 제자도 배출했고, 수많은 사람이 찾아와 그에게 자문을 구하고 논의를 한다고 한다.

국가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모기 감염병 대책 전문위원과 교육강사로 위촉하고 있다. 그래서 이 교수는 2014년 대통령 표창도 받았고, 올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하나가 되었다.

“죽기 전에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지식과 경험을 사람들에게 다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국가적으로 모기로 인한 어려운 일이 생기고, 질병관리본부에서 위탁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감염병 매개체 감시센터를 운영할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말라리아는 경기북부지역, 인천, 강화도 등에 남아있고, 일본뇌염은 전국에서 환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뇌염은 도시외곽이나 농촌에 설치된 돼지축사가 가장 위험합니다. 축사 반경 4km 이내는 위험지역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농촌 분들은 면역력이 높아서 잘 걸리지 않는데, 도시 분들은 좀 조심하셔야 해요. 작년에 40명가량이 걸렸는데 그중에 90%가 중장년층이었어요. 백신세대도 아니고, 나이를 먹으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거죠.”



이 교수는 돼지 몸에 들어오는 뇌염 바이러스는 생리적 환경이 좋아서 증식이 굉장히 잘된다고 한다. 이 교수는 증폭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만큼 바이러스가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농도가 대단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축사 근처에서는 뇌염모기들이 많은 바이러스에 노출되게 되고, 흡혈 시 사람 내부에 바이러스가 침투한 후 면역력을 통해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한계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생각에는 모기 한 마리만 물려도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발병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인식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바이러스에 대항할 면역력을 가지고 있고 백신을 맞으면 훨씬 더 강해집니다. 예전 미국에서 모기가 에이즈 바이러스 환자의 피를 빨고 다른 사람에 옮겼을 때 걸릴 확률을 연구한 결과가 있는데요. 그 전까지는 정말 사람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었는데, 연구한 결과 수백만 마리의 모기가 에이즈 바이러스를 한 사람에게 옮겼을 때 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발병이 되는 게 쉬운 게 아닙니다. 다만 제대로 알고 조심해야 하는 것은 분명 필요합니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소 휴식을 제대로 취하고, 영양 상태도 좋게 해서 자체 방어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새로운 전염병이나 고위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백신을 맞아두는 것이 물론 기본이다. 여름처럼 여행이 많은 시기에는 방충망이 설치된 곳에서 자고, 낮에 숲에 갈 경우 지카바이러스나 뎅기열을 옮기는 흰줄숲모기를 만날 수 있다.

낮에 흡혈 활동하는 흰줄숲모기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덥더라도 품이 넓은 긴팔,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 모기약 살충제품은 인체에 유해한 부분이 있어서 밀폐된 공간에 뿌려둘 경우에는 한동안 놔두었다가 차후에 들어가 환기하면서 쓰는 방식을 이 교수는 권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활용할 수 없는 죽은 지식을 가르치고 싶지 않습니다. 학문이나 사람에게 이용되는 산지식을 배우라고 강조합니다. 저는 모기가 예쁩니다. 확대해서 보면 더 예쁘고요. 그리고 모기는 암컷만 사람을 물죠.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받아야 하므로 그렇게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옮기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학자로서 곤충 특히 모기에 대한 애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유해한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조사해서 제대로 알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게 바로 산지식이죠. 그리고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을 많이 시킵니다. 그런 바탕 위에 학문을 연구하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죠.”

국가에서도 이 교수의 연구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지만, 고신대학교에서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남도의 지역거점 감염병매개체 감시센터이기에 이 교수 이하 학생들도 많은 노력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모기를 배양·사육하고 실험하고, 새로운 모기의 습성과 생태에 대해서 끊임없이 알아내려 하고 있다.

“생태와 방제연구를 위해 현장에 나가서 모기를 채집하고, 조사와 실험을 해야 하기에 밖으로도 많이 돌아다니며 현장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내 연구실에도 장비들이 많아서 저와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많은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질병 관련 연구기관에 평판이 좋고, 저희 학생들의 기업체 취업률도 높습니다. 인성이 좋고 배운 지식을 사용할 줄 아니까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사회에 나가서 쓰지 못하고 다시 배운다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저희는 오히려 졸업 후 현장에 바로 투입되고 단절이 없습니다.”

인터뷰 후, 이 교수는 연구실과 사육실을 공개했다. 방금 야외채집을 마치고 돌아온 대학생원생들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연구 가운을 입고 다시 채집한 모기로 연구에 몰입한다. 사육실 안에는 수많은 모기 유충과 성충들이 배양되고 있었다.

이 교수 말대로 애정을 가지고 키우지 않으면 모기라도 죽는다고 한다. 그 애정의 근간에는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사람에게 유해한 부분을 찾아내고 예방하려는 생명존중의 마음이 각인되어 있었다.

모기를 연구한다는 것. 그 어렵고 힘들고 사회적으로 큰 존중을 받지 않는 연구가 최근에 빛을 발하고 있다. 덩치가 큰 사람들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모기 때문에 공포에 떨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이동규 교수와 학생들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그들은 방학인데도 밤늦게까지 연구실에서 새로운 연구결과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취재협조 = 유한양행 해피홈, 고신대학교
글/취재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임준 객원기자
사진/촬영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윤동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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