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대형마트 ‘파격할인’의 배신

한우신기자

입력 2015-03-16 03:00 수정 2015-03-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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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가’ 행사 상품 30개 중 11개 설 이후 값과 같거나 되레 더 비싸
“눈속임 꼼수 마케팅, 불신만 키워”


‘최대 50% 더 싸게’ ‘최대 반값’ ‘확실히 내립니다’….

국내 대형마트들은 이와 같은 문구로 ‘파격 할인’을 내세우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이러한 행사는 대형마트가 내세우는 것처럼 정말 ‘파격적인’ 할인일까.

홈플러스는 올해 설(2월 19일)을 앞두고 2월 12일부터 20일까지 ‘최대 반값’을 강조하며 설맞이용품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상품에 포함된 해표식용유(1.8L)의 가격은 5700원. 하지만 이 제품의 1월 평균 가격은 5885원으로, 평소보다 3.1% 할인된 가격에 불과했다. 게다가 홈플러스는 이 상품을 설 이후에는 1.8L에 0.5L를 더해 6950원에 팔았다. L당 가격이 3022원(설 이후)으로 설 할인행사 가격(L당 3167원)보다 오히려 싸졌다. 파격 할인을 내세운 설 행사 상품이 실제로는 과장된 마케팅이었다는 뜻이다.

이처럼 ‘파격 아닌’ 파격 할인 홍보가 대형마트에는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와 한국소비자연맹은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올해 설 명절 할인가격을 조사했다. 설 때 ‘파격 할인’을 내세웠던 상품 가격을 설 이후 가격과 비교한 결과, 30개 상품 중 11개의 상품이 설 행사 기간과 설 이후 가격 변동이 거의 없거나, 설 행사 가격이 오히려 비쌌다. 이마트는 20개 중 7개가 설 이후 가격이 같거나 떨어졌다. 롯데마트는 18개 중 4개, 홈플러스는 13개 중 2개가 설 이후 가격이 같거나 내려갔다.

이 밖에 ‘오늘 단 하루’와 ‘7일간 이 가격’도 믿을 만한 게 못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정된 기간만 가격을 깎아주는 것처럼 고객을 끌어들이는 상품 중 상당수가 할인 기간이 지나도 가격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싸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들은 “하나의 할인 행사가 끝나고 다른 행사를 열 수도 있고, 재고 처리를 위해 할인을 유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뢰의 문제를 지적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을 오인하게 하는 대형마트의 할인 마케팅이 계속된다면 결국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의 어떤 말도 듣지 않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불신은 결국 유통업체와 시장 전체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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