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잘해주는 사람일수록 자기중심적”…공감 마케팅, 효과 있나?

김현진기자

입력 2015-03-10 14:36 수정 2015-03-1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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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임피리얼대 요하네스 하툴라 교수와 공동연구진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마케팅 담당자들의 개인적 선호도 및 각자의 공감 수준을 여러 실험을 통해 조사했다. 연구진은 실험에 앞서 일부 마케팅 담당자에게 미리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자가 될 타깃 고객을 묘사하고, 그 사람의 생각과 반응을 예상해보도록 했다.

그 결과, 공감 수준이 높을수록 더욱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보였다. 다시 말해 공감 능력이 뛰어날수록 자신과 고객의 선호도를 동일시할 확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하툴라 교수는 “고객과의 공감 능력이 뛰어난 마케팅 담당자일수록 자신의 개인적 선호도를 토대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예측하려 했다”면서 “이들은 연구진이 제시한 시장조사 자료를 무시하는 경향도 높았다”고 말했다. HBR 3월호는 이러한 실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공감 마케팅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신형 자동차 모델을 개발하고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선별할 것 △롤렉스 시계의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결정할 것 △카페의 샌드위치 가격을 책정할 것을 실험 대상자들에게 부탁했다. 그 결과 실험 전에 미리 이들에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달라’고 부탁했을 때, 이들이 예측한 고객의 반응은 각자의 개인적 선호도와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연구진이 제시한 객관적인 시장조사 데이터조차 묵살한 것은 고객과 공감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마케팅 담당자 자신이 지닌 소비자 정체성(consumer identity)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존재한다. 먼저 단순히 사람들에게 자기중심적 편향을 인식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이런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또 집단적 의사결정 역시 자기중심적 편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자신의 판단을 곱씹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툴라 교수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역시 회의 시 투자전략에 대해 완전히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편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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