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되면 속 썩이는 디젤車 “힘 딸리고 연비저하…”
동아경제
입력 2015-02-06 10:00 수정 2015-02-06 10:48
![](https://dimg.donga.com/wps/ECONOMY/IMAGE/2014/07/31/65528749.4.jpg)
“자동차 시동을 걸면 심한 소음이 발생해요. 연비도 예전만 못하네요.”
디젤 자동차의 매연을 걸러주기 위해 의무적으로 장착된 매연저감장치(Diesel Particulate Filter·이하 DPF)가 특정 조건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차량 성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주들은 소음, 출력 및 연비 저하 등을 경험하고 나서야 DPF 문제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쉐보레 올란도 디젤 소유주 서창건 씨(36·가명)는 “거의 매일 올란도를 이용해 출퇴근 한다”며 “한 달에 서너 번 차량 출력저하와 동시에 엔진 경고등이 들어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비소에서는 올란도 DPF에 남아있는 매연 찌꺼기를 태워주는 게 전부”라며 “이 같은 현상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차량은 차주들 사이에서 DPF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모델이다.
일부 수입차도 비슷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2014년형 BMW 520d 차주 박장현 씨(42·가명)는 얼마 전 차량 소음과 연비저하 등이 발생해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박 씨는 “평소처럼 시동을 걸었는데 어느 순간 밑바닥에서 ‘칙칙’하는 쇠 마찰음이 올라왔다”며 “2개월 동안 같은 현상이 반복돼 차량을 점검받았다”고 했다.
점검결과 해당 차량은 냉간 시 DPF에서 이상 소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하고 박씨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서비스센터는 DPF 소음이 정상 차량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며 “정비 담당자가 이와 관련 BMW 내부 지침 등의 이유로 부품을 교체해주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그는 지난달 30일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https://dimg.donga.com/wps/ECONOMY/IMAGE/2014/02/07/60631771.6.jpg)
현재 출시되는 디젤 승용차량에는 DPF가 의무적으로 장착돼 있다. DPF는 차량 매연을 고온의 엔진 열로 태워 매연을 줄이는 장치다. DPF 특징은 차량 속력이 시속 60km를 넘어야 매연 찌꺼기가 남지 않지 않고 잘 배출된다. 하지만 저속구간의 시내주행이 잦은 차량들은 그만큼 필터에 오염물질이 축적될 가능성이 크고 DPF 자체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는 “DPF가 제 기능을 못할 경우 매연이 오히려 더 발생할 수 있다”며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주거나 일정 시간 고속운전을 통해 불완전 연소된 찌꺼기를 없애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인식하고 실행에 옮기는 운전자들은 많지 않았다. 환경부는 수도권 대기 질 개선을 위해 지난 2005년부터 노후 경유 차량에 DPF 장착 비용을 한 대당 500만~700만 원씩 모두 4000억 원을 지원했다. 또한 장치 장착 이후 10개월 경과하거나 10만km를 주행한 차량을 대상으로 1차례 당 10만 원씩 청소비용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석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지난해 10월 국감자료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9만2100대의 필터 청소 대상차량 가운데 76%인 6만9950대는 청소를 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환경부가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수도권의 대기 질 개선을 위해 쏟아 부은 막대한 예산을 결국 낭비한 꼴”이라며 “DPF 필터 청소 등 정기적인 관리까지 의무화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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