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담뱃갑에 1000만원어치 기프트카드 티슈상자에 5만원권 가득채워 건네

변종국 기자

입력 2015-01-26 03:00 수정 2015-01-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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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사기대출 모뉴엘, 뇌물 로비
하룻밤 술값 1200만원 등 8억 뿌리고 협력사 위장 취업시킨 뒤 임금 지급
은행 여신한도 28배까지 늘어나기도


7년 동안 시중은행 10곳에서 3조4000억 원가량의 사기 대출을 받은 ‘현대판 봉이 김선달’ 가전업체 모뉴엘 사건의 배경에는 금융권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전방위적인 금품·향응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벤처 1조 매출 클럽’에 이름을 올렸던 모뉴엘은 일부 금융권 관계자의 비호 아래 홈시어터컴퓨터(HTPC)의 판매 가격을 부풀려 가짜 운송장을 만든 뒤 진짜 수출을 한 것처럼 속여 대출을 받는 수법으로 연명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제2부(부장 김범기)는 모뉴엘의 사기 대출 행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 박홍석 대표(53·구속 기소)가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권 관계자들에게 “대출과 여신 한도를 늘려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단서를 잡고 박 씨를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난 박 씨의 로비 행각은 상상을 초월했다. 박 씨는 담뱃갑에는 500만∼1000만 원어치 기프트카드를 넣고 과자, 휴지, 와인 상자 등에는 5만 원권 지폐 다발을 채워 건넸다. 로비 대상자를 모뉴엘의 협력업체에 고문으로 위장 취업시켜 임금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고,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에서 하룻밤 접대비로 1200만 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검찰이 확인한 로비자금만 모두 8억600만 원이나 됐다.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의 로비 대상자 중에는 자신의 자녀를 모뉴엘에 취업시키거나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모뉴엘 측에 술값을 대납시킨 경우도 있었다.

이런 전방위적 로비에 힘입어 모뉴엘의 무역보험 한도액은 2011년 950억여 원에서 2013년 3000억여 원으로 늘었으며 수출입은행의 여신 한도액은 2011년 40억 원에서 지난해 1131억 원으로 30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이로써 박 씨를 포함해 모뉴엘 부사장 신모 씨(50), 재무이사 강모 씨(43) 등 회사 관계자와 조계륭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60), 수출입은행장 비서실장 서모 씨(54) 등 모두 1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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