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리스타트-새 희망의 일터로]<2>리턴십 도입 1년, CJ의 성공모델 만들기
권기범 기자 , 문권모 기자 , 박창규기자
입력 2014-10-10 03:00 수정 2014-10-10 07:25
“만족합니다… 직원 절반이상 호평, 금맥입니다… 회사는 효과에 놀라”
‘시간선택제 워킹맘’ 성공모델
정부가 지난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적지 않은 기업이 그 효과를 두고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찌감치 시간선택제를 도입한 기업들에선 서서히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줄고 생산성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대기업 최초로 시간선택제 직원을 대거 채용한 CJ의 사례를 중심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긍정적 효과를 알아봤다. 》
“테스트 전형(CJ그룹 인성검사) 날짜를 바꿔주실 수 없을까요. 그날 아이와 함께 갈 곳이 있거든요.”
지난해 7월 CJ그룹 인사팀 직원들은 당혹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당시 CJ그룹이 진행 중이던 여성 직장복귀 프로그램 ‘CJ 리턴십 1기’ 선발 전형에 지원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의 연락이었다. 비슷한 전화는 수도 없이 걸려 왔다. ‘취업에 목마른’ 대졸 구직자들만 상대하던 인사팀 직원들은 지원자들의 당당한 요구에 어안이 벙벙했다.
결국 CJ는 급히 채용 전형을 바꿨다. 1000∼15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을 때도 한 번에 끝냈던 전형을, 150여 명을 뽑기 위해 네 차례나 진행하도록 손본 것이다.
CJ는 지난해 리턴십을 통해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대규모로 채용(일부는 전일제)했다. 지난해 11월 1기 직원 118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도 2, 3기를 잇달아 뽑았다. 도입 과정에서 직원과 회사 모두 우여곡절이 많았다.
○ 우려 불식하고 1년 만에 제도 안착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국내 기업에 화두(話頭)를 던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월 354개 기업을 조사했을 때 44.6%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 취지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했거나 채용 예정 및 검토 중인 기업은 17.5%에 그쳤다. 적합 직무가 부족하고(33.8%), 업무 연속성이 단절돼 생산성 하락이 우려된다(28.5%)는 것이 그 이유였다.
김동욱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기업 대다수가 전일제 중심으로 인력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시간선택제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고 이에 맞춰 인사, 임금제도를 손보기란 쉽지 않다”며 “그런 이유로 도입을 주저하는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J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1년 만에 제도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결과는 올해 2월 이화여대 최민식 교수(사회교육·행동사회경제학 협동과정)가 내놓은 연구 보고서에서 확인된다. 최 교수는 지난해 말 CJ 리턴십 1기 직원 95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직원 상당수는 리턴십 제도에 만족해했다. CJ그룹은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보다 만족도가 훨씬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CJ인재원 직원전용 도서관 ‘날리지 랩(Knowledge Lab)’에서 시간선택제로 일하는 박주현 씨(36·여)는 원래 지난해 리턴십을 통해 전일제로 입사했다. 인사팀 소속이던 박 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의 육아 문제가 마음에 걸리자 회사에 시간제로의 전환을 요청했다. 회사는 박 씨를 하루 6시간 일하는 도서관에 배치해 줬다. 도서관은 대출 신청 등 주요 기능이 자동화돼 근무 강도가 낮아 전일제 직원을 배치해야 할 필요성이 높지 않은 곳이었다. 박 씨는 “회사는 인력 낭비를 줄이고 임금을 아낄 수 있고 나는 안정된 직장을 얻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라고 말했다.
CJ의 10개 계열사는 이런 방식으로 브랜드 디자이너, 법무, 웹사이트 운영 등 다양한 직책에 시간선택제를 도입했다.
제도 연착륙을 위한 노력도 계속했다. 지난해 초 각 계열사에서 근무 중인 ‘직장맘(직장을 다니는 엄마)’ 10명을 모아 만든 ‘맘스클럽’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아이디어 그룹’을 이뤄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경력 단절 여성의 채용 시기와 방법, 적절한 근무 시간 등을 논의했다. 자녀를 둔 구직자들이 채용시험을 볼 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임시 어린이집 운영 같은 아이디어가 이곳에서 나왔다.
8주간의 인턴십 기간과 입사 후 회사 적응을 돕는 ‘버디’ 제도는 경단녀가 갖고 있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줄이는 데 한몫을 했다. CJ 측은 “경단녀들이 갖는 ‘나도 한때는 잘나갔던 커리어우먼’이라는 자신감은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무너지기 마련”이라며 “인턴십과 버디 제도는 경단녀의 회사 적응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설문조사에서 1기 리턴십 직원 중 57%가 인턴십이 직무 수행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 “노동 생산성 증가 위해 유연 근무 필수적”
CJ의 리턴십 연구 및 개선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특히 적절한 급여와 경력 인정 수준을 결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1기 설문조사 결과, 자신의 급여와 직급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직원이 55%에 달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일부는 함께 일하는 전일제 직원들과의 관계나 눈치 보기 때문에 정시 퇴근을 어려워하기도 했다.
‘케어 프로그램’은 이러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다. 시간선택제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정시 퇴근이 보장되도록 한 것이다. 리턴십 직원이 속한 부서 대상 간담회를 열어 급여 산출 관련 정보를 자세히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CJ그룹 인사팀의 김영신 과장은 “지금은 팀장이 먼저 나서서 시간제 직원을 퇴근시킬 정도고, 급여에 대한 불만도 거의 사라졌다”며 “우수한 인재가 많아 그룹 내에서도 ‘시간제 근로자는 새로운 인재 채용의 금맥’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물론 ‘경단녀의 과거 경력을 모두 인정해야 하나’ 같은 주제는 아직도 논쟁거리다. 매장 운영이나 고객 상담 등 일부 분야 근무자의 만족도가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민식 교수는 “노동 생산성 증가를 위해서는 유연한 근무제도 도입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기존에는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리턴십 같은 제도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내가 시간제 일자리의 미래 수혜자” 기존 직원들도 환영 ▼
“지금 당장은 나와 상관없어 보이겠지만 이 제도의 수혜자는 바로 당신이 될 것이다.”
에어코리아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을 검토하면서 자칫 자기들이 피해를 볼까 우려하는 직원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여객기 티켓 발권, 화물 운반 등을 대행하는 이 회사는 비행기의 이착륙이 몰리는 시간이면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 하루 6시간씩만 일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했다. 전일제 직원들은 당시 “시간제 직원이 퇴근하면 남은 일은 우리 몫이 될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도 시간선택제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2, 3년 전 선도적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한 기업들에서 이 제도가 확실히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건비 증가, 전일제 직원과의 대립 등을 우려해 도입에 미온적이던 예전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에어코리아 관계자는 “피크타임 때 투입 인력이 늘어나 전일제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줄고 전체적인 생산성도 높아졌다”며 “시간선택제의 장점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회사 인지도가 높아져 자부심을 느끼는 직원도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월 발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로 효율적인 인력운영 시스템 마련(45.1%)을 가장 많이 꼽았다. 피크타임 업무집중 분산(13.2%), 근로자 경력단절 예방 및 일-가정 양립 지원(11%)이 뒤를 이었다.
대전에 있는 선병원은 건강검진 고객 등이 몰리는 오전 시간대에 일할 시간선택제 직원 85명을 뽑았다. 병원 측은 “업무량을 분산하니 기존 직원들의 부담이 줄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에 있는 ‘떡파는 사람들’도 일이 몰리는 시간대(오후 9시∼오전 1시)에 시간선택제 직원을 투입했다. 회사 측은 “24시간 생산 체제인 회사 특성상 이직이 잦았지만 시간선택제를 도입한 후 이직자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생산성 향상이나 안정적인 인력 유지 등의 장점이 인건비 등 비용 증가분보다 더 크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시간선택제 도입 기업에 대해 해당 근로자 1명마다 임금의 절반가량(중소기업은 월 80만 원, 대기업은 월 60만 원 한도)을 1년간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이 우려하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도 정착을 위해 지원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특별취재팀 >
▽팀장 문권모 소비자경제부 차장
▽팀원 박창규 권기범 김성모(소비자경제부) 유성열(정책사회부) 장선희(사회부) 송충현 기자(경제부) 박형준 도쿄특파원(국제부)
‘시간선택제 워킹맘’ 성공모델
CJ인재원의 직원전용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박주형씨. 전일제 직원이던 박 씨는 올 8월 시간선택제로 전환한 뒤 하루 6시간씩 일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취지는 공감하지만 인건비 부담에다 생산성도 떨어질 텐데….”정부가 지난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적지 않은 기업이 그 효과를 두고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찌감치 시간선택제를 도입한 기업들에선 서서히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줄고 생산성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대기업 최초로 시간선택제 직원을 대거 채용한 CJ의 사례를 중심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긍정적 효과를 알아봤다. 》
“테스트 전형(CJ그룹 인성검사) 날짜를 바꿔주실 수 없을까요. 그날 아이와 함께 갈 곳이 있거든요.”
지난해 7월 CJ그룹 인사팀 직원들은 당혹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당시 CJ그룹이 진행 중이던 여성 직장복귀 프로그램 ‘CJ 리턴십 1기’ 선발 전형에 지원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의 연락이었다. 비슷한 전화는 수도 없이 걸려 왔다. ‘취업에 목마른’ 대졸 구직자들만 상대하던 인사팀 직원들은 지원자들의 당당한 요구에 어안이 벙벙했다.
결국 CJ는 급히 채용 전형을 바꿨다. 1000∼15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을 때도 한 번에 끝냈던 전형을, 150여 명을 뽑기 위해 네 차례나 진행하도록 손본 것이다.
CJ는 지난해 리턴십을 통해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대규모로 채용(일부는 전일제)했다. 지난해 11월 1기 직원 118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도 2, 3기를 잇달아 뽑았다. 도입 과정에서 직원과 회사 모두 우여곡절이 많았다.
○ 우려 불식하고 1년 만에 제도 안착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국내 기업에 화두(話頭)를 던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월 354개 기업을 조사했을 때 44.6%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 취지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했거나 채용 예정 및 검토 중인 기업은 17.5%에 그쳤다. 적합 직무가 부족하고(33.8%), 업무 연속성이 단절돼 생산성 하락이 우려된다(28.5%)는 것이 그 이유였다.
김동욱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기업 대다수가 전일제 중심으로 인력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시간선택제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고 이에 맞춰 인사, 임금제도를 손보기란 쉽지 않다”며 “그런 이유로 도입을 주저하는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J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1년 만에 제도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결과는 올해 2월 이화여대 최민식 교수(사회교육·행동사회경제학 협동과정)가 내놓은 연구 보고서에서 확인된다. 최 교수는 지난해 말 CJ 리턴십 1기 직원 95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직원 상당수는 리턴십 제도에 만족해했다. CJ그룹은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보다 만족도가 훨씬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CJ인재원 직원전용 도서관 ‘날리지 랩(Knowledge Lab)’에서 시간선택제로 일하는 박주현 씨(36·여)는 원래 지난해 리턴십을 통해 전일제로 입사했다. 인사팀 소속이던 박 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의 육아 문제가 마음에 걸리자 회사에 시간제로의 전환을 요청했다. 회사는 박 씨를 하루 6시간 일하는 도서관에 배치해 줬다. 도서관은 대출 신청 등 주요 기능이 자동화돼 근무 강도가 낮아 전일제 직원을 배치해야 할 필요성이 높지 않은 곳이었다. 박 씨는 “회사는 인력 낭비를 줄이고 임금을 아낄 수 있고 나는 안정된 직장을 얻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라고 말했다.
CJ의 10개 계열사는 이런 방식으로 브랜드 디자이너, 법무, 웹사이트 운영 등 다양한 직책에 시간선택제를 도입했다.
제도 연착륙을 위한 노력도 계속했다. 지난해 초 각 계열사에서 근무 중인 ‘직장맘(직장을 다니는 엄마)’ 10명을 모아 만든 ‘맘스클럽’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아이디어 그룹’을 이뤄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경력 단절 여성의 채용 시기와 방법, 적절한 근무 시간 등을 논의했다. 자녀를 둔 구직자들이 채용시험을 볼 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임시 어린이집 운영 같은 아이디어가 이곳에서 나왔다.
8주간의 인턴십 기간과 입사 후 회사 적응을 돕는 ‘버디’ 제도는 경단녀가 갖고 있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줄이는 데 한몫을 했다. CJ 측은 “경단녀들이 갖는 ‘나도 한때는 잘나갔던 커리어우먼’이라는 자신감은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무너지기 마련”이라며 “인턴십과 버디 제도는 경단녀의 회사 적응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설문조사에서 1기 리턴십 직원 중 57%가 인턴십이 직무 수행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 “노동 생산성 증가 위해 유연 근무 필수적”
CJ의 리턴십 연구 및 개선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특히 적절한 급여와 경력 인정 수준을 결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1기 설문조사 결과, 자신의 급여와 직급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직원이 55%에 달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일부는 함께 일하는 전일제 직원들과의 관계나 눈치 보기 때문에 정시 퇴근을 어려워하기도 했다.
‘케어 프로그램’은 이러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다. 시간선택제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정시 퇴근이 보장되도록 한 것이다. 리턴십 직원이 속한 부서 대상 간담회를 열어 급여 산출 관련 정보를 자세히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CJ그룹 인사팀의 김영신 과장은 “지금은 팀장이 먼저 나서서 시간제 직원을 퇴근시킬 정도고, 급여에 대한 불만도 거의 사라졌다”며 “우수한 인재가 많아 그룹 내에서도 ‘시간제 근로자는 새로운 인재 채용의 금맥’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물론 ‘경단녀의 과거 경력을 모두 인정해야 하나’ 같은 주제는 아직도 논쟁거리다. 매장 운영이나 고객 상담 등 일부 분야 근무자의 만족도가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민식 교수는 “노동 생산성 증가를 위해서는 유연한 근무제도 도입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기존에는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리턴십 같은 제도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내가 시간제 일자리의 미래 수혜자” 기존 직원들도 환영 ▼
“지금 당장은 나와 상관없어 보이겠지만 이 제도의 수혜자는 바로 당신이 될 것이다.”
에어코리아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을 검토하면서 자칫 자기들이 피해를 볼까 우려하는 직원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여객기 티켓 발권, 화물 운반 등을 대행하는 이 회사는 비행기의 이착륙이 몰리는 시간이면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 하루 6시간씩만 일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했다. 전일제 직원들은 당시 “시간제 직원이 퇴근하면 남은 일은 우리 몫이 될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도 시간선택제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2, 3년 전 선도적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한 기업들에서 이 제도가 확실히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건비 증가, 전일제 직원과의 대립 등을 우려해 도입에 미온적이던 예전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에어코리아 관계자는 “피크타임 때 투입 인력이 늘어나 전일제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줄고 전체적인 생산성도 높아졌다”며 “시간선택제의 장점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회사 인지도가 높아져 자부심을 느끼는 직원도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월 발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로 효율적인 인력운영 시스템 마련(45.1%)을 가장 많이 꼽았다. 피크타임 업무집중 분산(13.2%), 근로자 경력단절 예방 및 일-가정 양립 지원(11%)이 뒤를 이었다.
대전에 있는 선병원은 건강검진 고객 등이 몰리는 오전 시간대에 일할 시간선택제 직원 85명을 뽑았다. 병원 측은 “업무량을 분산하니 기존 직원들의 부담이 줄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에 있는 ‘떡파는 사람들’도 일이 몰리는 시간대(오후 9시∼오전 1시)에 시간선택제 직원을 투입했다. 회사 측은 “24시간 생산 체제인 회사 특성상 이직이 잦았지만 시간선택제를 도입한 후 이직자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생산성 향상이나 안정적인 인력 유지 등의 장점이 인건비 등 비용 증가분보다 더 크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시간선택제 도입 기업에 대해 해당 근로자 1명마다 임금의 절반가량(중소기업은 월 80만 원, 대기업은 월 60만 원 한도)을 1년간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이 우려하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도 정착을 위해 지원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특별취재팀 >
▽팀장 문권모 소비자경제부 차장
▽팀원 박창규 권기범 김성모(소비자경제부) 유성열(정책사회부) 장선희(사회부) 송충현 기자(경제부) 박형준 도쿄특파원(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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