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公 4대강 빚 8조’ 폭탄 돌리기?
세종=김준일기자
입력 2014-07-31 03:00 수정 2014-07-31 03:00
국토부-야당, 정부예산 지원 싸고 충돌… 법리 논쟁도
공기업들 “국책사업 동원 따른 부채, 정부가 책임져야”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들이 부채 감축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한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 8조 원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수공 부채 상환을 위한 자금을 내년 예산안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정치권이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부채 보전 근거를 놓고 국토부와 국회의 법리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 확산되는 수공 부채 보전 논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에 들어간 총 투자비는 22조2000억 원이다. 이 중 한국수자원공사가 투자한 금액은 약 8조 원으로 단일 기관이 부담한 금액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당초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계획하며 국토부에서 사업비 15조4000억 원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게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정부담을 완화하고 개발이익을 공공부문에 환수한다며 정부는 2009년 9월 국토부가 부담하려던 15조4000억 중 약 8조 원을 수공에 넘겼다. 이로 인한 수공의 부채는 4대강 관련 수익사업의 수입으로 메우고, 부족한 부분은 정부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달 국토부가 수공의 부채 8조 원을 상환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800억 원을 반영해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청하면서 정부 예산을 통한 공공기관 부채 보전 논란이 불거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채 탕감을 먼저 거론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수공 부채 보전의 법적 근거도 논란거리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8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의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정부가 수공의 부채를 재정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직접 근거 조항이 없다”고 답변한 것. 정부가 각 공공기관 설립 근거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손실을 보전해줄 수 있는 14곳의 공공기관이 있지만 수공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다음 날 해명 자료를 내고 “한국수자원공사법에 따라 국가는 수자원개발시설 및 그에 딸린 사업에 비용을 공사에 보조 할 수 있다”며 반박했다.
국토부는 수공 부채 보전을 위한 재정 지원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에 부채 보전 지원 자금을 포함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라며 “수공의 재무여건들을 종합해 지원 여부 및 지원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국책사업 동원할 땐 언제고…”
수공은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를 감축하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는 부채 상환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수공의 부채규모는 13조9985억 원으로 4대강 사업을 시작하기 전인 2008년 말 1조9623억 원의 7배 이상으로 늘었다.
수공 관계자는 “수공의 자체 노력만으로 현재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는 힘들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책사업에 동원됐다가 대규모 부채를 지게 된 다른 공공기관들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정부가 올 연말 공공기관 정상화 중간평가를 통해 대대적인 기관장 교체를 예고한 가운데 부채감축 실적이 당초 계획에 비해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공공기관 사이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부채는 정부의 명령을 수행하다 보니 늘어난 부분이 큰데 방만 경영 때문으로만 몰아붙이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적 실수로 공공기관이 본 피해에 대해서 정부가 나서서 책임을 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공기업들 “국책사업 동원 따른 부채, 정부가 책임져야”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들이 부채 감축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한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 8조 원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수공 부채 상환을 위한 자금을 내년 예산안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정치권이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부채 보전 근거를 놓고 국토부와 국회의 법리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 확산되는 수공 부채 보전 논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에 들어간 총 투자비는 22조2000억 원이다. 이 중 한국수자원공사가 투자한 금액은 약 8조 원으로 단일 기관이 부담한 금액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당초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계획하며 국토부에서 사업비 15조4000억 원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게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정부담을 완화하고 개발이익을 공공부문에 환수한다며 정부는 2009년 9월 국토부가 부담하려던 15조4000억 중 약 8조 원을 수공에 넘겼다. 이로 인한 수공의 부채는 4대강 관련 수익사업의 수입으로 메우고, 부족한 부분은 정부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달 국토부가 수공의 부채 8조 원을 상환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800억 원을 반영해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청하면서 정부 예산을 통한 공공기관 부채 보전 논란이 불거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채 탕감을 먼저 거론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수공 부채 보전의 법적 근거도 논란거리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8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의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정부가 수공의 부채를 재정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직접 근거 조항이 없다”고 답변한 것. 정부가 각 공공기관 설립 근거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손실을 보전해줄 수 있는 14곳의 공공기관이 있지만 수공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다음 날 해명 자료를 내고 “한국수자원공사법에 따라 국가는 수자원개발시설 및 그에 딸린 사업에 비용을 공사에 보조 할 수 있다”며 반박했다.
국토부는 수공 부채 보전을 위한 재정 지원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에 부채 보전 지원 자금을 포함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라며 “수공의 재무여건들을 종합해 지원 여부 및 지원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국책사업 동원할 땐 언제고…”
수공은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를 감축하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는 부채 상환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수공의 부채규모는 13조9985억 원으로 4대강 사업을 시작하기 전인 2008년 말 1조9623억 원의 7배 이상으로 늘었다.
수공 관계자는 “수공의 자체 노력만으로 현재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는 힘들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책사업에 동원됐다가 대규모 부채를 지게 된 다른 공공기관들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정부가 올 연말 공공기관 정상화 중간평가를 통해 대대적인 기관장 교체를 예고한 가운데 부채감축 실적이 당초 계획에 비해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공공기관 사이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부채는 정부의 명령을 수행하다 보니 늘어난 부분이 큰데 방만 경영 때문으로만 몰아붙이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적 실수로 공공기관이 본 피해에 대해서 정부가 나서서 책임을 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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