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車 수리비 국산車의 3배인데… 보험료 격차 되레 줄어

강유현기자

입력 2014-07-08 03:00 수정 2014-07-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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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보험개발원 등급조정 이후 보험료 비교해보니
BMW 520d-현대 에쿠스 보험료差… 2013년 2.3배→2014년 1.9배 수준으로
할증률 인상에도 수입차는 혜택… 보험사 수입차 유치 경쟁도 한몫



보험개발원은 1월 자기차량손해 보험료(자차 보험료)에 대한 새로운 차량모델등급제도를 발표했다. 당시 보험개발원은 등급이 조정되면서 수입차 34개 모델 중 32개의 자차 보험료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입차들이 비싼 수리비 때문에 보험금을 많이 받아가면서도 보험료는 그만큼 비싸지 않아 수입차 수리비를 국산차 운전자들이 내주고 있다는 지적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일부 수입차의 국산차에 대한 상대적인 보험료 수준은 오히려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 수입차 보험료 올리라는데 오히려 내려


본보는 A손해보험사에서 지난해 3월 보험료를 산출해뒀던 국산차 3개 차종과 이들 차량과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 10개 차종의 보험료를 이달 1일 같은 조건으로 다시 뽑아 비교해 봤다. 그 결과 수입차 4개 차종의 자차보험료가 국산차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6000만 원대 차종 중에서는 현대자동차 ‘에쿠스 VS380 모던’ 대비 BMW ‘520d’의 자차보험료가 지난해 2.3배 수준에서 올해 1.9배 수준으로 내렸다. BMW ‘528i’도 같은 기간 에쿠스 대비 2.4배에서 2.1배로 인하됐다.

올해부터 에쿠스는 할인율이 40%에서 45%로 늘었고 520d와 528i는 할증률이 40%에서 45%로 증가해 보험료 차이가 더 벌어져야 하는데도 520d와 528i의 보험료가 각각 12만7440원(15.1%), 12만1340원(13.5%) 내리면서 차이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4000만 원대 차량 중 현대차 ‘제네시스 G330 모던’ 대비 폴크스바겐 ‘CC 2.0 TDI’의 자차보험료는 지난해 2.7배 수준에서 올해 2.2배로, BMW ‘320d’는 2.1배 수준에서 1.8배로 각각 줄었다. CC는 할증률이 50%에서 100%로, 320d는 40%에서 50%로 오른 차종이었다.

보험개발원은 보험 상품을 개발하거나 합리적 보험료율을 산출하는 역할을 하지만 행정적 권한이 없어 회사들이 반드시 따를 의무는 없다. A사 측은 “보험개발원 발표대로 등급을 조정했지만 차종, 배기량 등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수입차 시장 커지며 경쟁 치열해진 탓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건당 수리비는 276만 원으로 국산차 94만 원의 2.9배 수준이었다. 반면 한 대당 평균 보험료는 수입차가 106만 원으로 국산차 58만 원 대비 1.8배 수준에 그쳤다.

수리비가 비싼데도 수입차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보험사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 규모는 13조 원 안팎으로 전체 손해보험시장 규모의 20% 정도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은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고 다른 보험에 대한 미끼상품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험료를 올리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이 2010년 6.9%에서 지난해 12.1%로 올랐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자동차보험을 드는 회사에 장기보험이나 화재보험 등 각종 보험을 들기 때문에 자동차보험은 보험사에 ‘계륵’ 같은 존재”라며 “자동차보험료가 소비자물가지수(CPI)에 포함돼 있어 마음대로 값을 올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 대체 부품 인증제 정착 시급

수입차 수리비가 비싼 가장 큰 원인은 부품 값이 국산차보다 4.7배 비싸기 때문이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정품 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올 때 ‘해외 부품업체→해외 완성차업체→완성차업체의 한국 법인→딜러→정비소’ 등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다 보니 가격에 거품이 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 1월 부품 값을 낮추기 위해 순정부품 대신 성능이 같은 다른 부품을 쓸 수 있는 ‘대체 부품 인증제’가 도입될 예정이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대체 부품을 사용한 차량이 고장 났을 때 수리를 거부할 수도 있어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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