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구워낸 공갈빵, 열정으로 튀겨낸 포테이토

우경임기자

입력 2014-06-24 03:00 수정 2014-06-2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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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열정, 젊어진 전통시장]<2>활기 불어넣는 열혈 청년사장

《 전통 그리고 젊음이 만났을 때 시너지는 컸다. 대형마트에 밀리고 소비자의 외면을 받으면서 위기를 맞았던 전통시장이 청년들이 진출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전통시장은 2005년 1660곳에서 2010년 1517곳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2012년엔 1511곳을 유지했다. 전통시장 내 점포 수는 2010년 20만1358개에서 2012년 20만4237개로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늘었다. 전통시장이 부활 조짐을 보이는 데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전통시장에 등장한 ‘청년 사장’들의 활약도 컸다. 신현길 인천 신포국제시장 상인회장은 “가업을 물려받거나 새롭게 창업한 청년 사장들이 바뀐 입맛에 맞는 요리법을 선보이고, 친절한 응대 등 서비스 수준도 높이고 있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통시장에 진출한 열혈 청년 사장들을 만나봤다. 》


▼ 인천 신포국제시장 이규호 ‘산둥만두’ 사장 ▼

좋은 재료-위생-서비스 3대원칙 고수
“먹던 만두 가져와도 이유불문 바꿔줘”… ‘장사는 하는 만큼 번다’ 가슴에 간직


19일 인천 중구 우현로 신포국제시장의 ‘신포산둥만두’ 이규호 사장(왼쪽)과 동생 규환 씨가 직접 만든 ‘공갈빵’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인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신포국제시장은 19세기 말 개항 당시에 문을 연 전통시장이다. 인근에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구도시 상권이 침체됐고 신포국제시장도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닭강정 만두 쫄면 등 ‘맛집’ 거리로 인기를 끌고 인천국제공항에서 환승하는 외국인 손님들을 유치하면서 주말이면 3000명 이상 북적이는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19일 찾은 청년 사장 이규호(38)·규환(32) 형제가 운영하는 신포산둥만두는 이 시장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속이 꽉 찬 고기만두와 속이 텅 빈 공갈빵이 주 메뉴다.

형 이 사장은 서른 살 되던 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았다. 이후 제대한 동생이 합류했다.

“어렸을 때 만두와 공갈빵은 먹지 않았어요. 늘 땀에 젖은 아버지가 부끄러웠죠. 그런데도 아버지가 가게를 접겠다고 하니 차마 볼 수가 없는 거예요. 아버지의 인생이, 가족의 터전이 사라지는 거잖아요. 고민을 거듭하다 가게를 번듯하게 다시 열기로 했습니다.”

2005년부터 2년간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만두를 빚고 공갈빵 만들기를 배웠다. 10분에 공갈빵을 몇 개 만드는지 세어가며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퇴근길엔 고개가 뻣뻣해져 들기조차 어려웠다. 그래도 재료를 더하고 빼면서 맛을 개량했다.

장사를 위한 3가지 원칙도 세웠다. 일류호텔 주방에는 못 미쳐도 재료만큼은 좋은 걸 썼다. 전통시장의 최대 취약점인 위생 문제를 해결했다. 고객 서비스도 대폭 강화했다. 손님들이 먹던 만두를 가져와도 이유를 묻지 않고 바꿔 줬다.

원칙은 통했다. 직원 3명을 둘 만큼 가게가 커졌고 일일 평균 판매량이 100만 원을 돌파했다. ‘장사는, 하는 만큼 번다’던 아버지 말씀은 틀리지 않았다.

신포국제시장 임차료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70만 원 수준. 이 씨는 전통시장 창업의 장점을 소자본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전통시장은 임차료 재료비 인건비 모두 저렴합니다. 시장을 리모델링해 주는 등 정부 지원도 많은 시기입니다. 창업 문턱이 낮은 만큼 청년들이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금촌교시장 김윤규 ‘청년장사꾼’ 대표 ▼

아르바이트생 안쓰고 모두가 정직원… 자기계발비 등 쏠쏠한 복지혜택 자랑
“장사를 번듯한 業으로 발전시키고 싶어”


22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금천교시장 안 ‘열정감자’ 앞에서 김윤규 청년장사꾼 대표(앞줄)가 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
2012년 8월 첫 가게 문을 연 뒤 2년이 채 되지 않아 7호점을 냈다. 18일 만난 김윤규 청년장사꾼 대표(27)는 서울 종로구 금촌교시장에서 ‘열정감자’를 비롯해 ‘열정꼬치’ ‘열정골뱅이’ 등 이른바 ‘열정’ 시리즈를 잇달아 성공시킨 청년창업 신화의 주인공이다.

무작정 사장이 되고 싶었다. 36년간 대구시청 공무원으로 한 길을 걸었던 아버지의 빠듯한 월급 탓에 김 대표는 갖고 싶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대하자마자 청년창업 원조 격인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1년 반 동안 장사를 배웠다. 어렵게 마련한 원룸 전세금 5000만 원을 털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사원 앞에 카페 ‘벗’을 열었다. 그런데 손님이 없었다.

“전세금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걸 보면서 정신이 번쩍 났어요. 이대로 망할 수는 없다 싶어 금천교시장 내 맥주와 감자튀김을 파는 ‘열정감자’로 재기를 노렸어요.”

카페 창업 동료 7명과 원룸에서 살면서 가게를 준비했다. 돈을 아끼려고 임차료가 저렴한 전통시장에 가게를 냈고 인테리어는 손수 했다. 통장 잔액이 100만 원도 안 남았고 대출금 이자 낼 날이 다가왔을 때, 다행히 경복궁 야간개장으로 손님이 몰리면서 첫달 ‘대박’이 났다. 금천교시장 내 ‘열정감자’는 주말이면 평균 500명이 찾는다. ‘청년장사꾼’ 가게에는 아르바이트생이 없다. 25명 모두 정직원이다. 2주 교육생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인턴으로 일한 뒤, 직원들이 만장일치로 채용에 찬성하면 정직원이 된다. 학력도 경력도 보지 않는다. 정직원이 되면 건강검진비와 자기계발비 등 쏠쏠한 복지 혜택이 있다.

“장사를 번듯한 ‘업(業)’으로 발전시키고 가치 있는 직업으로 인정받게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어요. 꼭 비싼 재료나 셰프의 손맛이 아니더라도 음식에 문화적 가치를 입히고 싶습니다. 손해 보며 장사할 수는 없지만 감동을 덤으로 드리는 거죠.”

김 대표는 “번듯한 사무실을 갖춘 벤처기업만이 창업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현재 이태원에 있는 집 3채에서 직원 16명이 합숙합니다. 고용을 늘리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은 없습니다. 청년 여러분께 적극 창업을 권합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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