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 “現 부동산규제, 한겨울에 한여름 옷 입은 꼴”
동아일보
입력 2014-06-16 03:00 수정 2014-06-16 03:00
[2기 경제팀 정책방향]
LTV-DTI 대출규제 완화 시사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현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 도입한 대출 규제를 지금 같은 불황기에 유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 노조의 반발에 막혀 있는 공공기관 개혁과 관련해 “막힌 데를 뚫어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후보자는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13일 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호프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정책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바꿀 것은 확 바꾸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오석 부총리 중심의 1기 경제팀보다 과감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나치게 의욕만 앞설 경우 정책 추진 과정에서 무리수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규제 완화 등 이미 정해진 정책 방향의 큰 틀을 따라가면서 변화를 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 은행 돈 풀어 경제 살리기
최 후보자는 현 한국 경제의 분위기를 ‘갑갑하게 막혀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경제성장률, 투자, 취업자 수, 수출 등 숫자상으로는 경제가 잘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정작 국민들이 그 과실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최 후보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부터 침체된 체감경기를 살리려면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LTV 규제는 담보가 되는 집값의 40∼60%만 대출해 주도록 제한돼 있으며 DTI 규제는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50∼60%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예전에도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여러 차례 대출 규제의 완화를 검토했지만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반대에 번번이 부닥쳤다. 하지만 ‘실세’ 경제 사령탑인 최 후보자가 차입 규제 완화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금융위도 무작정 반대만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를 손질한다면 전면 폐지나 완화보다 부분 조정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LTV의 경우 수도권에 적용되는 50%의 비율을 지방 수준인 60%로 높이거나 투기지역의 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DTI는 청년층이나 신혼부부, 고소득층 등 일부 계층에 한해 규제를 풀어줄 수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LTV, DTI 규제 완화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지만 전체 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경기 부양을 위한 마지막 카드인 대출 규제 완화를 섣불리 썼다가 효과가 나지 않으면 정부가 막다른 골목에 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고환율정책 미세조정 가능성
체감경기 회복을 강조하는 최 후보자의 경제관이 여러 분야에서 기존 정책기조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최 후보자는 “자국 화폐가치가 올라가면(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국민들의 구매력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이제는 경제부흥과 국민 행복이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원-달러 환율을 가능한 한 높게 유지해야 수출이 잘돼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에 따라 역대 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유지해 왔지만 앞으로는 ‘국민 행복’을 위해 원화가치 강세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환율정책의 방향이 바뀔 경우 국제 가격경쟁력에서 한계선상에 있는 수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다만 최 후보자는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아직은 더 커야 할 ‘청장년 경제’인데 조로(早老)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상당한 수준의 역동적 성장세를 5∼10년은 가져가야 고령화시대에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장을 위한 정부의 재정 투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정부가 돈을 풀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기보다는 정부와 시장이 신뢰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후보자가 ‘재정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지만 관가에선 실세 부총리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라도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 직후 피해자 및 피해지역 지원을 위해 정부가 돈이 부족하다면 추경을 해서라도 도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공공기관 정상화, 관피아 개혁이 시험대
최 후보자가 무리하게 새로운 정책을 밀어붙이기보다 규제 완화, 공공기관 정상화, 관피아 개혁 같은 기존 개혁과제부터 성과를 낸 뒤 성장정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반영하는 이슈를 놓고 공공기관과 노조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지지부진한 공공기관 정상화 과제 등에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조정능력을 발휘해 해법을 찾아내야 정책 추진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문이다.
최 후보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피아 개혁과 관련해 공무원들의 공직생활 기간을 지금보다 늘리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50대 초·중반에 은퇴하고, 산하기관 등에 재취업하는 관행을 끊으려면 50대 후반까지 공무원으로 일하는 ‘장기근속 문화’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성장이란 최 후보자의 목표는 규제 완화, 서비스업 육성 등을 통해 기업활동을 활성화해야 가능하다고 본다. 윤증현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무엇보다 내수를 살려 일자리를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LTV-DTI 대출규제 완화 시사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현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 도입한 대출 규제를 지금 같은 불황기에 유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 노조의 반발에 막혀 있는 공공기관 개혁과 관련해 “막힌 데를 뚫어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후보자는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13일 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호프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정책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바꿀 것은 확 바꾸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오석 부총리 중심의 1기 경제팀보다 과감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나치게 의욕만 앞설 경우 정책 추진 과정에서 무리수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규제 완화 등 이미 정해진 정책 방향의 큰 틀을 따라가면서 변화를 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 은행 돈 풀어 경제 살리기
최 후보자는 현 한국 경제의 분위기를 ‘갑갑하게 막혀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경제성장률, 투자, 취업자 수, 수출 등 숫자상으로는 경제가 잘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정작 국민들이 그 과실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최 후보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부터 침체된 체감경기를 살리려면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LTV 규제는 담보가 되는 집값의 40∼60%만 대출해 주도록 제한돼 있으며 DTI 규제는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50∼60%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예전에도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여러 차례 대출 규제의 완화를 검토했지만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반대에 번번이 부닥쳤다. 하지만 ‘실세’ 경제 사령탑인 최 후보자가 차입 규제 완화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금융위도 무작정 반대만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를 손질한다면 전면 폐지나 완화보다 부분 조정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LTV의 경우 수도권에 적용되는 50%의 비율을 지방 수준인 60%로 높이거나 투기지역의 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DTI는 청년층이나 신혼부부, 고소득층 등 일부 계층에 한해 규제를 풀어줄 수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LTV, DTI 규제 완화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지만 전체 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경기 부양을 위한 마지막 카드인 대출 규제 완화를 섣불리 썼다가 효과가 나지 않으면 정부가 막다른 골목에 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고환율정책 미세조정 가능성
체감경기 회복을 강조하는 최 후보자의 경제관이 여러 분야에서 기존 정책기조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최 후보자는 “자국 화폐가치가 올라가면(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국민들의 구매력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이제는 경제부흥과 국민 행복이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원-달러 환율을 가능한 한 높게 유지해야 수출이 잘돼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에 따라 역대 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유지해 왔지만 앞으로는 ‘국민 행복’을 위해 원화가치 강세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환율정책의 방향이 바뀔 경우 국제 가격경쟁력에서 한계선상에 있는 수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다만 최 후보자는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아직은 더 커야 할 ‘청장년 경제’인데 조로(早老)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상당한 수준의 역동적 성장세를 5∼10년은 가져가야 고령화시대에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장을 위한 정부의 재정 투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정부가 돈을 풀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기보다는 정부와 시장이 신뢰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후보자가 ‘재정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지만 관가에선 실세 부총리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라도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 직후 피해자 및 피해지역 지원을 위해 정부가 돈이 부족하다면 추경을 해서라도 도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공공기관 정상화, 관피아 개혁이 시험대
최 후보자가 무리하게 새로운 정책을 밀어붙이기보다 규제 완화, 공공기관 정상화, 관피아 개혁 같은 기존 개혁과제부터 성과를 낸 뒤 성장정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반영하는 이슈를 놓고 공공기관과 노조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지지부진한 공공기관 정상화 과제 등에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조정능력을 발휘해 해법을 찾아내야 정책 추진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문이다.
최 후보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피아 개혁과 관련해 공무원들의 공직생활 기간을 지금보다 늘리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50대 초·중반에 은퇴하고, 산하기관 등에 재취업하는 관행을 끊으려면 50대 후반까지 공무원으로 일하는 ‘장기근속 문화’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성장이란 최 후보자의 목표는 규제 완화, 서비스업 육성 등을 통해 기업활동을 활성화해야 가능하다고 본다. 윤증현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무엇보다 내수를 살려 일자리를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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