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에 선전포고

동아일보

입력 2014-03-17 03:00 수정 2014-03-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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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美2차 소송서 구글 전-현직 핵심 관계자들 대거 법정증인으로 신청
1차 소송이 디자인 위주였다면 이번엔 운영체제 기능이 타깃
31일부터 ‘별들의 전쟁’ 개시


‘안드로이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핵전쟁도 감수할 수 있다.’

2011년 발간된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전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애플 창업주 잡스는 생전에 자주 이 같은 발언을 하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대한 적대심을 드러냈다.

16일 정보기술(IT)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31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새너제이)에서 시작될 예정인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2차 특허소송 재판에는 안드로이드 OS를 개발한 구글이 본격적으로 개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에는 구글의 전현직 핵심 관계자들이 대거 증인으로 나올 예정인 것.

IT업계에선 ‘안드로이드(구글) vs iOS(애플)’ 간 전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구글 핵심 관계자 총출동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2차 특허소송에서 문제로 삼은 특허는 △단어 자동 완성(특허번호 172) △잠금 해제(〃 721) △데이터 태핑(〃 647·문서에 포함된 e메일이나 전화번호를 터치하면 자동으로 연결되는 기술) △PC-스마트폰 간 데이터 동기화(〃 414) △통합 검색 관련 특허(〃 959) 등 총 5건이다.

1차 소송이 외관과 사용자환경(UI) 디자인 같은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관련이 있다면 2차 소송은 안드로이드 OS의 기본 기능을 타깃으로 한 것.

애플이 증인 신청을 한 구글 관계자들 중에는 안드로이드 OS 관련 핵심 업무를 담당한 이가 많다. 개발자 중 하나인 앤디 루빈 부사장(현재 로봇사업 담당), 겐조 퐁 힝 안드로이드 마케팅 책임자, 비에른 브링에르트(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이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히로시 로크하이머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에 대해 증인 신청을 했다. 애플 핵심 인사 중에선 필 실러 수석부사장과 그레그 조즈위액 부사장(아이폰과 iOS 마케팅 담당)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 애플의 ‘안드로이드 흔들기’ 성공할까

애플이 삼성전자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전선을 확대하려는 배경에는 3년간 진행된 1차 소송에서 이렇다 할 이득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한곳을 공격하기보다는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로 전선을 확장함으로써 이 진영의 결속력을 흔드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는 애플의 전략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산업재산권법학회장)는 “자사 기술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게 불가능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의 전략은 고립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허전문 법무법인 ‘다래’의 조용식 대표 변호사는 “특허를 독점하려는 쪽보다는 이를 공유하며 시장을 넓혀 온 진영이 승리한 적이 많다”며 “장기적으로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전쟁에선 삼성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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