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혁신 아이디어 寶庫… GE회장도 열혈팬
동아일보
입력 2014-02-13 03:00 수정 2014-02-13 03:00
세계적 경영저널 HBR 한국어판 3월호부터 발행
매주 한 명 발표자로 선정된 사람은 HBR 최근호에 실린 글로벌 경영 트렌드를 40∼50분 정도 요약 발표한다. 이후 참가자들은 각자의 경험과 의견을 나누며 한 시간 정도 자유롭게 토론한다. 발표와 토론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이들은 부족한 영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대화하는 데 전혀 어색해하지 않았다.
2003년 시작된 이 모임에 꾸준히 참석해온 박종철 한화투자증권 영남지역 사업부장은 나이로 보나 직장 경력으로 보나 이 모임의 고참급이다. 영어로 얘기할 때도 경상도 말씨가 섞여 있는 그는 가족의 양해를 구하고 토요일 아침마다 두 시간씩 공부에 투자해 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경영 전략 업무를 주로 맡다 보니 새로운 경영 트렌드에 대해 항상 잘 알고 있어야 했다. HBR를 보다 보니 최신 외국 사례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었고 실무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HBR 포럼 코리아’를 포함해 HBR를 공부하는 직장인들의 모임은 영어와 한국어로 진행되는 모임을 합쳐 서울에만도 3개가 활동 중이다. 이들이 통합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는 1만 명 이상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그만큼 글로벌 경영 트렌드에 관심 있는 직장인들, 자기 계발과 커리어 관리에 신경 쓰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 “혼자 힘으로 경영 담론을 정하는 매체”
HBR는 미국 하버드대 출판국인 하버드비즈니스스쿨퍼블리싱(HBSP)에서 출간하는 경영 전문지로 올해로 창간 92주년을 맞는다. 경영학이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서 인정받고, 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학계를 선도하는 과정에서 HBR가 큰 역할을 했다. 지금은 경영학계에서는 독보적 영향력을 가진 매체로 인정받고 있다.
12개 언어로 매달 초 전 세계 동시 발매되고 있으며 한국어판인 ‘Harvard Business Review Korea(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코리아)’는 3월호부터 한국 최고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를 만드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다. DBR를 제작하는 경영 전문기자들이 엄격하게 번역 품질을 관리하며 글로벌 경영 지식에 대한 한국적 관점에서의 시사점도 함께 제공한다. HBR의 핵심 콘텐츠인 ‘스포트라이트(Spotlight)’ 코너는 한국어 번역본 외에 영어 원문도 함께 실어 경영 지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HBR 독자의 31%가 기업의 최고위급 임원일 정도로 오피니언리더들이 즐겨 읽는 매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멀트 회장도 “나는 HBR의 열혈 독자다”라고 밝혔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경영 담론의 어젠다를 거의 혼자 힘으로 정해버리는 매체”라며 막강한 힘을 묘사하기도 했다.
HBR가 처음 소개해 경영학계의 주류 이론으로 떠오른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르네 모보르뉴 교수의 ‘블루오션 전략’은 2005년부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블루오션 관련 핵심 아이디어는 이미 1997년부터 HBR에 실렸다. 삼성전자 등 일부 발 빠른 기업들은 HBR 기사를 토대로 1990년대 말부터 실무에 블루오션 전략을 활용했다. 이 외에도 ‘와해적 혁신’,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핵심역량’, ‘마케팅 근시안(marketing myopia)’, ‘역혁신(reverse innovation)’,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등 HBR가 경영계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HBR가 전문지임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일반인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는 경영학 지식들을 기업 실무에 맞게 쉽게 풀어내고 또 기업 실무에서 경영자들이 겪는 고민을 학자들에게 시의적절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 세계 경영학자와 MBA 학생은 물론이고 기업 임직원들이 함께 구독해 읽는 독보적 경영 저널이다”라고 말한다.
○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주다
HBR 포럼 코리아의 운영자이자 컨설팅사인 액센추어에서 일하는 김재윤 부장은 2010년부터 HBR에 빠져들었다. 계기는 새내기 컨설턴트로 투입됐던 삼성전자의 해외법인 업무 프로세스 구축 프로젝트였다. 당시 약 2년 동안 김 부장은 삼성의 해외 법인들을 돌아다녔다. 잦은 출장 때문에 출입국 도장을 받을 공간이 부족해 여권을 두 번 재발급 받아야 할 정도였다. 김 부장은 “그때는 나름대로 글로벌 인재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과 대화하던 중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무엇인가요? 이런 걸 왜 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은 그에게 충격을 줬다. 주어진 일은 열심히 했지만 정작 큰 그림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했다. 김 부장은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근본적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액센추어의 사내 정보 시스템을 통해 답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찾다 HBR를 발견했다.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친구들은 HBR를 잘 알고 있었지만 나는 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이때 처음 접했다”며 “글로벌 경영 트렌드를 익히고 한국이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 글로벌 톱10 경영대 교수도 논문게재 힘들어
HBR에 논문을 싣는 건 경영학자로서도 큰 영광이다. 한국에서는 서울대 송 교수와 이경묵 교수가 2011년 ‘삼성의 부상과 그 패러독스’라는 논문을 게재해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전략이 주목받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송 교수는 “미국 ‘톱 10’ 비즈니스스쿨의 종신교수들 중에서도 다수는 HBR에 논문을 게재한 적이 없다. 소장 교수들은 거의 전무하다. 경영 이론과 실무에 공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논문만 엄선해서 게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HBR 한국어판 창간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업 경영에 대해 토의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해서 더 발전적인 사고와 시야를 갖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를 공부하는 모임인 ‘HBR 포럼 코리아’ 회원들이 서울 종로에 있는 세미나 카페 마이크임팩트에서 토론하고 있다. 책상 위에 놓여진 책이 HBR이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는 3월부터 HBR 한국어판 ‘Harvard Business Review Korea’를 발간한다. HBR 포럼 코리아 제공
토요일 오전 9시. 주말에 출근하지 않는 직장인들은 주중에 부족했던 잠을 채우거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기자가 찾은 서울 종로의 세미나 카페 ‘마이크임팩트’에는 일찍부터 10여 명의 직장인이 모여 커피잔을 앞에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를 읽고 공부하는 ‘HBR 포럼 코리아’의 회원들이다. 매주 한 명 발표자로 선정된 사람은 HBR 최근호에 실린 글로벌 경영 트렌드를 40∼50분 정도 요약 발표한다. 이후 참가자들은 각자의 경험과 의견을 나누며 한 시간 정도 자유롭게 토론한다. 발표와 토론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이들은 부족한 영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대화하는 데 전혀 어색해하지 않았다.
2003년 시작된 이 모임에 꾸준히 참석해온 박종철 한화투자증권 영남지역 사업부장은 나이로 보나 직장 경력으로 보나 이 모임의 고참급이다. 영어로 얘기할 때도 경상도 말씨가 섞여 있는 그는 가족의 양해를 구하고 토요일 아침마다 두 시간씩 공부에 투자해 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경영 전략 업무를 주로 맡다 보니 새로운 경영 트렌드에 대해 항상 잘 알고 있어야 했다. HBR를 보다 보니 최신 외국 사례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었고 실무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HBR 포럼 코리아’를 포함해 HBR를 공부하는 직장인들의 모임은 영어와 한국어로 진행되는 모임을 합쳐 서울에만도 3개가 활동 중이다. 이들이 통합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는 1만 명 이상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그만큼 글로벌 경영 트렌드에 관심 있는 직장인들, 자기 계발과 커리어 관리에 신경 쓰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 “혼자 힘으로 경영 담론을 정하는 매체”
HBR는 미국 하버드대 출판국인 하버드비즈니스스쿨퍼블리싱(HBSP)에서 출간하는 경영 전문지로 올해로 창간 92주년을 맞는다. 경영학이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서 인정받고, 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학계를 선도하는 과정에서 HBR가 큰 역할을 했다. 지금은 경영학계에서는 독보적 영향력을 가진 매체로 인정받고 있다.
12개 언어로 매달 초 전 세계 동시 발매되고 있으며 한국어판인 ‘Harvard Business Review Korea(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코리아)’는 3월호부터 한국 최고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를 만드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다. DBR를 제작하는 경영 전문기자들이 엄격하게 번역 품질을 관리하며 글로벌 경영 지식에 대한 한국적 관점에서의 시사점도 함께 제공한다. HBR의 핵심 콘텐츠인 ‘스포트라이트(Spotlight)’ 코너는 한국어 번역본 외에 영어 원문도 함께 실어 경영 지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HBR 독자의 31%가 기업의 최고위급 임원일 정도로 오피니언리더들이 즐겨 읽는 매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멀트 회장도 “나는 HBR의 열혈 독자다”라고 밝혔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경영 담론의 어젠다를 거의 혼자 힘으로 정해버리는 매체”라며 막강한 힘을 묘사하기도 했다.
HBR가 처음 소개해 경영학계의 주류 이론으로 떠오른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르네 모보르뉴 교수의 ‘블루오션 전략’은 2005년부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블루오션 관련 핵심 아이디어는 이미 1997년부터 HBR에 실렸다. 삼성전자 등 일부 발 빠른 기업들은 HBR 기사를 토대로 1990년대 말부터 실무에 블루오션 전략을 활용했다. 이 외에도 ‘와해적 혁신’,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핵심역량’, ‘마케팅 근시안(marketing myopia)’, ‘역혁신(reverse innovation)’,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등 HBR가 경영계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HBR가 전문지임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일반인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는 경영학 지식들을 기업 실무에 맞게 쉽게 풀어내고 또 기업 실무에서 경영자들이 겪는 고민을 학자들에게 시의적절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 세계 경영학자와 MBA 학생은 물론이고 기업 임직원들이 함께 구독해 읽는 독보적 경영 저널이다”라고 말한다.
○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주다
HBR 포럼 코리아의 운영자이자 컨설팅사인 액센추어에서 일하는 김재윤 부장은 2010년부터 HBR에 빠져들었다. 계기는 새내기 컨설턴트로 투입됐던 삼성전자의 해외법인 업무 프로세스 구축 프로젝트였다. 당시 약 2년 동안 김 부장은 삼성의 해외 법인들을 돌아다녔다. 잦은 출장 때문에 출입국 도장을 받을 공간이 부족해 여권을 두 번 재발급 받아야 할 정도였다. 김 부장은 “그때는 나름대로 글로벌 인재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과 대화하던 중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무엇인가요? 이런 걸 왜 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은 그에게 충격을 줬다. 주어진 일은 열심히 했지만 정작 큰 그림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했다. 김 부장은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근본적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액센추어의 사내 정보 시스템을 통해 답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찾다 HBR를 발견했다.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친구들은 HBR를 잘 알고 있었지만 나는 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이때 처음 접했다”며 “글로벌 경영 트렌드를 익히고 한국이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 글로벌 톱10 경영대 교수도 논문게재 힘들어
HBR에 논문을 싣는 건 경영학자로서도 큰 영광이다. 한국에서는 서울대 송 교수와 이경묵 교수가 2011년 ‘삼성의 부상과 그 패러독스’라는 논문을 게재해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전략이 주목받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송 교수는 “미국 ‘톱 10’ 비즈니스스쿨의 종신교수들 중에서도 다수는 HBR에 논문을 게재한 적이 없다. 소장 교수들은 거의 전무하다. 경영 이론과 실무에 공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논문만 엄선해서 게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HBR 한국어판 창간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업 경영에 대해 토의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해서 더 발전적인 사고와 시야를 갖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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