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중동항공사 공세에… 저가 에어아시아 진출 추진에… 토종항공사 ‘사색’ 소비자 ‘반색’

내주 韓-UAE간 운수권 협상… 국내 운항 횟수 확대 요구할듯
에어아시아도 한국영업 본격 타진… 업계 “국내社 가격경쟁력 높여야”

중동 항공사와 해외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한국 항공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9∼1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항공운송협상회의에서 아랍에미리트(UAE) 항공 당국과 회담을 갖는다. 여기서 UAE는 두 나라 간 항공 운항횟수 자유화 또는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UAE는 2011년 회담에서도 운항횟수 확대를 요구했지만 한국 측이 거부한 바 있다.

UAE가 운항횟수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두바이나 아부다비를 경유해 유럽 또는 아프리카로 가려는 한국 승객을 끌어들이려는 데 목적이 있다. UAE 항공사들의 경유 편은 국내 항공사들의 유럽 및 아프리카 직항노선보다 최소 7, 8시간 더 걸리지만 상대적으로 값이 싸 비즈니스 승객이 아닌 일반 여행객을 대상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의 인천∼파리 노선 왕복 항공요금은 이코노미석 기준으로 최저 172만700원이지만 에미레이트 항공의 인천∼두바이∼파리 왕복 항공요금은 최저 117만2700원으로 대한항공의 67% 수준이다.

한국과 UAE는 2009년 항공회담을 통해 각각 주 15회 양국을 왕복 운항할 수 있도록 했다. 에미레이트 항공이 인천∼두바이 노선을 주 7회, 에티하드 항공이 인천∼아부다비 노선을 주 7회 왕복 운항하고 있어 운항횟수 활용 비율이 93%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대한항공이 인천∼두바이 노선을 주 5회 왕복 운항해 운항횟수 활용 비율이 33%에 불과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09년 이후 중동 항공사들이 취항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의 유럽 노선 승객이 줄어들었다”며 “오일머니를 앞세워 저가 공세를 펴는 중동 항공사들의 운항횟수가 늘어나면 한국 항공사의 유럽·아프리카 노선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LCC들도 말레이시아 국적 대형 LCC인 에어아시아의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은 지난달 18일 국토부를 방문해 한국 진출 계획을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에어아시아는 한국 국적 항공사인 에어아시아코리아를 세워 해외 노선은 물론이고 국내 노선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한국 국적 항공사 지분을 49% 이상 소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선 에어아시아가 한국 기업과 합작하는 형식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는 147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에어아시아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하면 국내 LCC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해외 항공사들이 한국시장에 더 들어오면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져 유리하겠지만 우리에겐 악재”라며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