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매각-분리 통해 계열사 사업재편 가속

동아일보

입력 2013-11-05 03:00 수정 2013-11-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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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건물관리 에스원 이관… 급식사업은 신설 자회사로 떼내
“후계구도 만들기 사전작업” 시각… 그룹측 “혼재된 사업 제자리 찾기”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가 잇달아 사업구조를 개편해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4일 이사회를 열어 건물관리 사업을 그룹 계열사인 에스원에 4800억 원을 받고 매각하고, 급식 및 식자재 사업은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가칭)를 설립해 떼어내는 내용의 사업구조 개편을 결정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에 앞서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인수한 바 있다. 제일모직 패션사업은 지난해 1조841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따라 삼성에버랜드의 사업구조는 △건설 △급식·식자재 △레저에서 △패션 △건설 △레저 위주로 개편됐다.

시스템 경비업체인 에스원은 신규 사업으로 추진 중인 빌딩 에너지 원격관리 서비스에 삼성에버랜드로부터 넘겨받는 건물관리 노하우를 접목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 에버랜드의 잇단 변화는 왜?

재계는 삼성에버랜드의 잇단 사업구조 개편에 대해 삼성그룹의 후계구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두 차례의 사업 개편으로 삼성에버랜드는 1조2742억 원 규모의 급식사업과 3011억 원 규모의 건물관리 사업을 떼어냈다. 이 두 사업은 삼성에버랜드 연간 매출의 40%, 10%를 차지했다.

대신 패션사업을 인수함으로써 삼성에버랜드의 총매출은 2000억 원가량(자회사를 포함하면 1조47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매각 대금으로 패션과 관련한 콘텐츠,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고 바이오 투자 자금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삼성에버랜드를 집중적으로 키운 뒤 상장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세 자녀가 그룹분리 시 각자 맡을 계열사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에버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며 “기업공개(IPO)를 통한 후계구도 만들기의 사전 작업”이라고 풀이했다.

삼성에버랜드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급식사업과 건물관리사업을 판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삼성 측은 “급식사업 법인 삼성웰스토리는 지분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 “후계보다 생존 위한 것”

하지만 9월부터 시작된 삼성그룹의 잇단 구조개편을 후계구도와 관련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많다. 세 자녀의 지분 변동이 거의 없는 데다 오너 일가 지분과 관계없는 계열사 구조개편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건희 회장이 6월부터 본격적으로 강조한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영원한 초일류 기업’을 목표로 사업 구조개편이 이뤄지는 것이라는 설명이 힘을 얻고 있다. 소재, 부품사업을 강화해 전자사업군의 경쟁력을 높이고, 나머지 경쟁력 없는 사업들은 서로 시너지가 생길 수 있도록 계열사 간 재조정을 통해 제 자리를 찾아주는 작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룹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사업을 아예 그룹 외부로 떼어내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고용을 최우선 과제로 챙기는 현 정부 아래서는 보류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2.3%를 인수하면서 불거진 그룹 내 건설사업 일원화와 전자사업군에 해당되는 화학계열사들의 구조개편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끊이지 않는다.

김용석 nex@donga.com·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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