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가요제’ 통해 본 음원차트의 경제학… 줄세우기 1억원, 올킬 1000만원

동아일보

입력 2013-11-04 03:00 수정 2013-11-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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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밤 MBC TV ‘무한도전’ 방영 종료와 함께 출시된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 음원 8곡이 예상대로 음원 차트 1∼8위를 차지하며 이른바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 줄 세우기란 단일 앨범에 수록된 거의 모든 곡이 차트 최상위권에 줄 지어 늘어서는 현상을 말한다.

3일 음원 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한 가수가 앨범 수록곡 10개를 주요 5개 음원 사이트에서 차트 1∼10위 줄 세우기 했을 때 24시간 동안 발생하는 매출은 1억 원에 달한다. 곡당 하루에 1000만 원가량을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듣기)과 다운로드로만 벌어들이는 셈이다. 단 한 곡이 거의 모든 음원 사이트 정상을 동시에 차지하는 것을 뜻하는 ‘올 킬’도 24시간 안에 음원 사이트에서만 100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매출은 가수와 앨범, 발매시기에 따라 다르다. 9월 발매된 버스커버스커의 2집은 9곡이 수록돼 있었지만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 속에 첫날 매출만 1억 원을 넘겼다는 게 업계의 후문이다. 이번 무도 가요제 8곡도 며칠 새 수억 원의 매출을 가뿐히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이례적인 큰 돌풍’을 상징했던 올 킬과 줄 세우기는 그 희소성이 줄고 있다. 올해만 해도 조용필, 지드래곤, 버스커버스커, 아이유가 올 킬과 줄 세우기를 동시에 달성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방지연 PL은 “줄 세우기가 일반화된 것은 최근 2∼3년 사이”라고 했다.

가요계가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줄 세우기나 올 킬을 하느냐, 못 하느냐는 가수 홍보 전략의 중요한 일부가 됐다. 가수별 음원 출시일은 대외비로 다뤄진다. KT뮤직의 최윤선 차장은 “무도 가요제의 경우 음원 공개일이 드러나 있어 대형 가수는 음원 출시를 피하지만, 오히려 군소 가수들은 다른 경쟁자가 적은 이날을 발매의 적기로 여기기도 한다”고 했다.

무도 가요제는 토요일 오후 8시라는 음원 발매 시점에서도 특이하다. 가수들의 음원 발매 시점은 일반적으로 정오나 자정 중 택일되는 게 보통이다. 방지연 PL은 “작년 4월 각종 차트의 집계 시점이 자정에서 정오로 조정되면서 음원 발매가 점심시간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줄 세우기가 가요계의 쏠림 현상을 방증할 수도 있지만 예전의 음반 위주 차트가 디지털 형태로 치환돼 표현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1, 2곡의 싱글 위주로 돌아가는 요즘 가요계에서 줄 세우기는 앨범의 여러 수록 곡이 예전처럼 고루 감상되는 패턴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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