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미니 1대 살 돈으로 쏘울 2대를?” 직접 타보니…

동아경제

입력 2013-10-29 09:04 수정 2013-10-2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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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미니 1대 가격이면 올 뉴 쏘울 2대를 살 수 있습니다. 직접 타보고 비교해 주세요. 어떤 차를 살 것인지…”

지난 2008년 기아차동차가 처음 선보인 ‘쏘울’은 여러 모로 도전적인 차였다. 기아차가 ‘디자인’을 앞세워 만든 첫 번째 차였고,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한 뒤 내놓은 프로젝트 중 하나였으며, CUV(Crossover Utility Vehicle)라는 독특한 장르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차이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쏘울은 국내보다는 해외, 특히 북미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글로벌시장에서 ‘디자인 기아’라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선봉적인 역할을 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2013년 가을. 기아차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2세대 쏘올을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들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2010년 기아차 디자이너들은 호평 받는 1세대 쏘울의 디자인 DNA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더욱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쏘울 후속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3년여의 고심 끝에 탄생한 차가 2012년 시카고오토쇼에 출품한 콘셉트카 ‘트랙스터’였다. 차체 볼륨을 키우고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디자인했으며, 강인한 C필러에 후면엔 눈에 확 뜨이는 LED램프를 적용했다. 이달에 나온 2세대 쏘울은 이런 트랙스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워진 실내 “1세대와 달라”

기아차는 지난 28일 기자들을 강원도로 초청해 평창군 일대에서 2세대 쏘울 시승행사를 가졌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차량을 설명하는 시간. 기아차 정선교 국내상품팀장은 쏘울의 경쟁상대로 BMW 미니를 지목하며 “쏘울은 성능과 디자인에서 미니에 결코 뒤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반이다. 소비자의 입장이라면 어떤 차를 사겠는가.”라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미니는 국내에서 월 500대, 연간 6000대가 팔리는 인기 수입차다.

이날 시승코스는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를 출발해 강릉시 정동진을 왕복하는 140여km 구간. 고속도로 위주의 시승코스에서 쏘울은 과연 어떤 성능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시트를 몸에 맞춘 뒤 실내를 둘러봤다. 1세대에 비해 한층 고급스러워진 인테리어가 눈에 확 들어왔다. 천연가죽과 인조가죽이 적절하게 섞인 시트가 몸을 편안하게 감싸고, 세단보다 높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보다는 낮은 시트가 타고 내리기에 적당했다. 구태여 시트 포지션을 나누자면 높고 시야가 확 트인 SUV보다는 옴폭 들어가 몸을 감싸는 세단에 가깝다.

하지만 세단에 비해 천정이 높아 실내가 답답하지 않고 사이드미러도 크고 넓어 뒤쪽 시야가 시원했다. 파노라마선루프를 뒷좌석까지 모두 열 수 있어 장거리 여행에도 탑승자 모두 지루하지 않을 듯싶었다.
#뛰어난 정숙성과 핸들링은 최고 수준

기아차가 쏘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강조한 것 중 하나가 정숙성이다. 박스카 형태로 무게중심이 높고 공기저항이 크지만, 흡차음재를 충분히 사용해 조용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도에 올라서 가속페달을 밟아도 실내에서 들리는 엔진음이나 노면소음, 진동은 크지 않았다. ‘깡통차’ 소리를 들었던 이전 모델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그렇다면 고속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고속도로에 올라 직선로에 들어서서 서서히 속도를 높여봤다. 조금은 더디지만 꾸준히 속도가 올라갔다. 초고속영역까지 속도를 높였지만, 작은 국산차에서 흔히 들리는 엔진이 깨질듯 한 굉음이나 가벼운 스티어링 휠에서 오는 휘청거림이 없다. 가파른 A필러 덕분에 풍절음이 조금씩 들어왔지만, 속도가 올라가도 묵직한 스티어링 휠이 안전감을 줬고 엔진이나 차체도 속도를 충분히 감당해냈다. 6단 수동 겸용 자동변속기는 변속 시점을 알기 힘들 정도로 부드럽게 변속해 나아갔다.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했다.


#가속력과 민첩성, 연비는 아쉬워

다만 주행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감마 1.6 GDi 엔진이 가진 한계점이다. 가속 페달에 차가 민첩하게 반응하기 못했고, 전체적인 주행성능도 동급의 수입차와 비교해 다소 뒤쳐지는 느낌이다. 쏘울은 최고출력 132마력에 최대토크 16.4kg.m을 성능을 가졌고, 공인연비는 11.6km/ℓ(복합연비 기준)이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에 들어섰다.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스티어링 휠을 돌렸다. 높은 차체에도 차가 휘청대지 않고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탄탄한 핸들링이 인상적이다. 서스펜션은 물렁거리지 않고 단단한 편이다. 과속방지턱을 넘어도 출렁이는 느낌보다는 충격을 흡수하면서 탄탄하게 나아갔다.


#미니보다 차체 크고 힘은 비슷해

2세대 쏘울은 전장 4140mm, 전폭 1800mm, 전고 1610mm, 휠베이스 2570mm로 경쟁모델로 지목한 미니 쿠퍼(3724x1683x1407x2467mm)보다 차체가 크다. 최고출력은 같은 1.6 가솔린엔진을 얹은 미니 쿠퍼와 비교할 때 10마력 더 높다. 최대토크는 비슷한(미니 16.3kg.m) 수준. 연비는 미니가 12.7km/ℓ로 조금 더 좋다. 그 이외 디자인이나 주행감성은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라 각자의 판단에 맞길 수밖에 없다.

판매 가격은 쏘울이 1445만~2105만 원으로, 미니 쿠퍼 3240만~4100만 원의 절반 가격이다.

기아차는 2세대 쏘울을 내놓으며 여러 가지 안전·편의사양을 적용했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첨단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유보(UVO) 2.0. 스마트폰을 이용해 차의 문을 열고 닫고 에어컨을 켤 수 있으며, 주차위치를 확인할 수도 있다. 만약 사고로 에어백이 터질 경우 자동으로 구조센터에 SOS를 타전하고, 도난 시 차의 위치를 파악할 수도 있다. 이밖에 갖가지 운행정보와 정기점검 안내, 포털사이트를 이용한 길안내 등을 받을 수 있다.
직각주차가 가능한 어드밴스드 주차조향보조시스템과 HID 헤드램프, VSM, 6에어백, 하이빔 어시스트, 차선이탈경보시스템 등의 안전장치를 갖췄다.


#차체 무겁고 1세대보다 연비 떨어져

기아차는 2세대 쏘울을 내놓으며 한 가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일을 했다. 기존 1세대보다 무게를 100kg가량 더 늘렸다는 것. 최근 경량화를 통한 연료효율성을 높인 차가 쏟아지는 것을 감안할 때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차의 성능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무게를 늘렸다. 이는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평창=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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