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대… 한국 홀로 제자리]<上>독일-미국 ‘변화의 질주’

동아일보

입력 2013-09-30 03:00 수정 2013-09-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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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또하나의 모델 아닌 자동차산업 생존 카드”
■ 獨 BMW i3 친환경 생산현장


생산공정부터 친환경 13일(현지 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BMW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전기차 ‘i3’를 조립하고 있다. 이 공장은 전기차를 만들 때 필요한 전력을 100% 친환경 에너지로 충당한다. BMW그룹코리아 제공
《 13일(현지 시간) 독일 작센 주 라이프치히로 가는 고속도로 14호선. 차로 달리다 보니 거대한 풍력발전기 4개가 힘차게 돌아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2005년 준공된 독일 BMW 라이프치히 공장이었다. 공장 외벽에 ‘미래의 공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쓰여 있고, 그 옆에 전기자동차 ‘i3’의 출시를 알리는 포스터가 있었다. 》

소형차 ‘1시리즈’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1’을 연간 15만 대 생산하는 이 공장은 18일 i3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라크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라이프치히 공장은 BMW의 독일 공장 8곳 중 가장 최근에 지어졌다.


○ 선택이 아닌 생존수단

BMW는 전기차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BMW는 2010년 11월부터 라이프치히 공장에 40억 유로(약 5조8000억 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라인을 신설했다. i3 생산을 위해 올 초까지 근로자 800명을 추가로 고용했다. 내년에는 근로자 700명을 더 늘린다. i3의 후속모델인 플러그인(외부충전식) 하이브리드카 ‘i8’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BMW는 앞으로 이 공장을 전기차 주력 생산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BMW는 지난해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전기차 카셰어링 사업인 ‘드라이브 나우’를 시작했다. 현재 시제품 전기차인 ‘액티브E’를 사용하고 있지만 향후 I시리즈로 대체할 예정이다.

BMW는 11월 i3을 독일 등 유럽시장에 출시한다. 이후 순차적으로 미국, 일본, 중국 등으로 판매 대상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에는 내년 5월에 나올 예정이다. BMW그룹코리아는 이달 17일 제주도와 전기차 보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충전소 구축을 비롯한 전기차 보급계획 실행에 나섰다.

마누엘 자티크 BMW i시리즈 프로젝트 총괄매니저는 “BMW의 전기차 생산은 단순히 새 모델을 내놓은 게 아니라 회사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가 고갈된 이후 자동차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 생산부터 주행까지 친환경

“BMW는 전기차 생산을 위해 라이프치히 공장을 증설하면서 새로운 생산전략을 고안했습니다. 전기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력을 100% 친환경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것이었죠.”

공장 안내를 맡은 미하엘 벤츠 씨(33)는 공장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풍력발전기 4개의 발전능력은 연간 26GWh(기가와트시). 약 5000가구의 연간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 것으로 1년 내내 전기차 생산라인을 가동하고도 남는 수준이라는 게 BMW 측의 설명이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약 6000명의 평균 연령은 36세로 BMW 독일 공장(평균 44세) 중 가장 젊다. ‘미래를 위한 공장’이라는 취지에 따라 상대적으로 젊은 근로자를 뽑았기 때문이다. 섬세한 전기차의 특성을 반영해 여성 근로자도 많이 고용했다. 이 공장의 여성 근로자 비율은 14%(840명)로 BMW 독일 공장 중 가장 높다.

i3의 생산라인에서는 철판을 찾아볼 수가 없다. 로봇 팔이 불꽃을 튀기면서 차체를 용접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i3 차체가 철강이 아닌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차체를 가볍게 만들어 전력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CFRP는 무게가 철강의 절반 이하다. 차체를 이어 붙일 때는 용접을 하지 않고 접착제를 사용한다.

BMW 관계자는 “CFRP는 가벼울 뿐 아니라 자원 재활용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i3은 차체 곳곳에 재활용 소재를 쓴다. 내장은 천연 섬유로 꾸몄다. CFRP의 약 25%는 재활용 소재 또는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제작된다. 부분적으로 재활용 알루미늄도 쓴다. 그야말로 ‘친환경차’인 셈이다.


○ 국내 업체는 관망 분위기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BMW에 비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생산에 소극적이다. 기아자동차가 2011년 12월 내놓은 전기차 ‘레이EV’는 경차 전문업체인 동희오토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든다. 다음 달 국내 판매를 시작하는 한국GM의 ‘스파크EV’나 르노삼성자동차의 ‘SM3 Z.E.’는 기존 가솔린차를 기반으로 개발한 전기차다. 생산비와 개발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이렇다 보니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나 전력효율이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에서 전기차를 만드는 해외 업체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양웅철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 총괄 부회장은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전기차 시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보급 방안이 여의치 않아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라이프치히=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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