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맨 27년중 한국 車시장이 가장 힘들었어요”

동아일보

입력 2013-06-25 03:00 수정 2013-06-25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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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임기 마친 나이토 한국닛산 대표

“한국 자동차 시장은 닛산에서 27년 동안 일하며 겪은 나라 중 가장 힘든 곳이었습니다.”

한국닛산 대표직에서 물러나 조만간 일본 본사로 돌아가는 나이토 겐지(內藤賢司·51·사진) 사장은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닛산자동차는 17일 나이토 사장을 일본 본사의 특별 프로젝트팀 총괄로 발령하고 기쿠치 다케히코(菊池毅彦·45) 일본 와카야마닛산 지역본부장을 후임으로 임명하는 인사 이동을 발표했다. 나이토 사장은 2010년 4월 한국에 부임해 지사장 임기(3년)를 조금 넘긴 3년 3개월간 한국닛산을 이끌었다. 기쿠치 신임 사장은 나이토 사장의 와세다대 후배이기도 하다.

나이토 사장은 1985년 닛산에 입사한 뒤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태국 등지에서 영업·마케팅을 맡았고 한국 부임 전까지 본사의 중남미 사업 총괄을 맡았던 ‘영업 스페셜리스트’다. 그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쓰라린 경험을 했다. 부임 첫해인 2010년 7.3%(6642대·인피니티 포함)이던 한국닛산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7%(3501대)로 급감했다.

“부임 첫해부터 엔화 가치가 점차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듬해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생산 중단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며 유럽과 미국차 업체들이 잇달아 싼 가격에 신차를 내놓더군요. 그야말로 악재의 연속이었죠.”

가격 인상 요인이 생겨도 신차 값을 올릴 수 없었고 폭등하는 엔화 탓에 재고를 채우는 것도 시기를 최대한 살펴야 했다. 나이토 사장은 “마치 샌드위치처럼 중간에 끼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정말로 분했다”고 말했다.

닛산 본사는 나이토 사장의 ‘분투’를 인정했다. “마지막까지 신차 준비를 하고 싶다”는 그의 의사에 따라 원래 계획된 임기를 3개월 연장했으며 본사 차원에서 대외비로 진행하는 새 프로젝트의 중책을 맡겼다. 비록 판매량은 줄었지만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선방한 것을 높이 평가한 셈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연말에 닛산 신차 2종(패스파인더, 주크)이 나오고 인피니티의 신형 스포츠세단 ‘Q50’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생각합니다.” 나이토 사장은 마지막까지 “닛산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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