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혼다 ‘시빅 유로’…톡톡 튀는 유럽 감각이 달려왔다
동아경제
입력 2013-06-15 07:30 수정 2013-06-17 08:28
혼다 시빅 유로(Civic Euro)의 디자인은 독특하고 개성이 넘친다. 톡톡 튀는 유럽차들에 섞여 있어도 존재감이 또렷하다. 시빅은 1972년 처음 탄생한 이래 32년간 세계 160여 개국에서 2000만 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혼다가 지금까지 생산한 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기도 하다.
혼다는 시빅을 세단과 해치백, 디젤과 가솔린 등 각 지역에서 선호하는 형태로 특화해 생산한다. 올해 초 혼다코리아가 국내에 들여온 시빅 유로는 이름에서 보듯이 유럽시장을 공략하려고 전량 영국 스윈던 공장에서 생산하는 해치백이다.
#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
시빅 유로는 개발 단계부터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일본 도치기현 혼다 연구개발(R&D)센터에서 개발 중이던 2011년 3월 쓰나미가 발생해 큰 타격을 입었다. 혼란을 겪던 디자인팀은 전원 영국 스윈던으로 옮겨가 개발을 계속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다 부품 공급기지가 있는 태국에 대홍수가 발생해 공장이 침수되면서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결국 일정을 넘기게 됐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시빅 유로는 2012년 유럽에 먼저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아시아에선 최초로 한국에 진출했다. 시빅 유로는 세단형에 비해 전체적으로 날렵하고 공격적인 외관을 가졌다. 전면은 짧은 보닛 아래 그릴과 공기흡입구를 U자형 범퍼로 나눴다. 툭 불거진 C자 형태의 테일램프와 유리창에 붙은 뒷문 손잡이는 개성이 넘친다. 이전 모델에 비해 휠베이스를 30mm 줄인 대신 폭을 10mm 늘리고 전고는 20mm 낮췄다.
# 뒷좌석 아랫부분이 접히는 매직시트
하지만 시빅 유로의 가장 큰 특징은 실내에 숨어 있다. 겉보기엔 평범한 뒷좌석 아랫부분을 살짝 들면 등받이에 가서 붙으면서 차 바닥이 드러난다. 일명 매직시트라고 부르는 이 팁업(Tip-Up) 기능을 이용하면 화분이나 큰 애완견 등 높이가 있는 화물을 가뿐히 실을 수 있다.
반대로 등받이를 앞으로 접으면 아래로 쏙 들어가 전체 좌석이 바닥 높이까지 낮아진다. 이럴 경우 평소 400ℓ이던 트렁크가 확장되며 길이 1600mm, 폭 1350mm의 반듯한 바닥이 생겨 산악용 자전거 3대, 골프백 3개를 실을 수 있다. 다른 차는 흉내 내기 힘든 이런 구조는 연료탱크를 앞좌석 아래에 넓게 배치하고 후륜 서스펜션을 멀티링크에서 토션 빔으로 바꿔 공간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계기판은 2단으로 나눠 상단 중앙에 디지털 속도계를 배치하고, 양쪽 옆으로 엔진 효율을 알려주는 그래픽을 뒀다. 그래픽은 가속 시 파란색, 정속주행 시 초록색으로 바뀌어 운전 재미와 함께 연료절감 운전을 유도한다.
하단에는 엔진회전계와 수온계, 연료게이지를 뒀고, 오른쪽에 있는 작은 액정은 트립컴퓨터와 오디오 등 다양한 차량 정보를 보여준다. 계기판 옆에 ‘ECON’ 버튼을 따로 둬 누르면 엔진, 변속기, 에어컨 등을 최적 연비 상태로 조절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이 없고 앞좌석을 수동으로 조절하는 데다 위치가 높게 설정돼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 점은 불만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키가 작거나 여성 운전자에게는 높은 좌석이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엔 1.8ℓ가솔린엔진만 들여와
시빅 유로는 유럽에서 1.4, 1.8, 2.2ℓ가솔린과 2.2ℓ디젤 모델을 출시했지만, 아쉽게도 한국에는 1.8ℓ가솔린 모델만 들여왔다. 1.8ℓ4기통 SOHC i-VTEC 엔진에 5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 토크 17.7kg·m의 힘을 발휘한다. 이는 경쟁모델로 꼽히는 1.6ℓGDI 엔진의 현대자동차 i30(140마력, 17.0kg·m)나 1.8ℓ가솔린엔진의 한국지엠 크루즈5(142마력, 17.8kg·m)와 비슷한 수준이다.
시동을 걸었을 때 엔진소음은 크지 않다. 하지만 70km/h 이상 속도를 높이자 바닥에서 올라오는 마찰음이나 엔진소음이 점점 크게 들려왔다. 정숙성은 평범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상대적으로 공기저항계수는 0.27로 준중형 해치백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 가감속 매끄럽고 코너링 정확
정지 상태에서 100km까지 도달하는데 10.9초가 걸릴 정도로 순발력은 평범하지만, 주행 중 가감속이 매끄럽고 속도가 막힘없이 꾸준히 올라가는 점은 돋보인다.
핸들링은 예민한 편으로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즉각 반응한다. 특히 코너에 들어설 때와 빠져나갈 때 정확하고 날카롭다. 다만 직진 고속주행에서 핸들이 너무 가볍게 움직이는 느낌이다.
신차의 공인연비는 13.2km/ℓ로 동급 경쟁 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눈에 띄는 안전·편의 장치로는 패들시프트와 스포츠페달,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 HID(High Intensity Dis charge) 헤드램프, 6에어백 시스템, 언덕길 밀림방지장치, 버킷타입 시트, 와이드 글라스 루프, 스마트 키 등이 있다. 색상은 4가지며 가격은 3150만 원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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