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왜 이래” 대기업 임원, 女승무원 기내폭행 논란

동아일보

입력 2013-04-22 03:00 수정 2013-04-2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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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조사 받게되자 입국않고 귀국, 누리꾼 “국제망신… 추태” 비난글
대한항공 “경위 파악후 법적대응”… 해당 기업 “감사 진행… 곧 조치”


미국 출장길에 오른 한 대기업 임원이 비행기에서 제공하는 기내식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여승무원을 폭행했다가 미국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을 상황에 처하자 미국 입국을 포기하고 되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15일 오후 3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대한항공 여객기 비즈니스석에 포스코에너지 임원 A 씨가 탑승했다. A 씨는 탑승 직후 옆자리가 비어 있지 않은 데 대해 불평을 터뜨렸다. 비행기가 이륙한 뒤 3시간 정도가 지나 기내식 시간에 여승무원 B 씨는 A 씨가 요구한 비빔밥을 갖다 줬다.

그러나 A 씨가 “밥이 설익었다”며 불만을 터뜨려 새 비빔밥으로 바꿔 주었으나 같은 이유로 “비빔밥은 안 먹겠으니 그 대신 라면을 끓여오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미주노선의 비즈니스석에선 봉지 라면을 끓여준다.

B 씨가 라면을 끓여오자 맛을 본 A 씨는 “라면이 제대로 익지 않았다”며 먹지 않았고 다시 끓여 온 라면도 “너무 짜다”는 등 라면을 세 차례나 퇴짜 놓았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B 씨에게 반말과 폭언을 했으며 그릇을 통로에 던졌다고 승무원들은 주장했다. 또 “안전띠를 매 달라”는 승무원들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

4시간 뒤 두 번째 기내식을 제공할 시간이 되자 B 씨는 A 씨에게 주문을 받으려 했으나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어 A 씨는 로스앤젤레스 공항 착륙 2시간여를 남기고 승무원들이 기내식을 준비하는 주방인 ‘갤리’에 직접 들어와 “왜 라면을 주문했는데 가져다 주지 않느냐”며 손에 들고 있던 잡지책으로 B 씨의 얼굴을 때렸다고 승무원들은 주장했다. A 씨는 항의를 받고 때리려 한 게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다른 승무원들로부터 A 씨의 폭행을 보고받은 기장(52)은 로스앤젤레스 공항 관제탑에 착륙 허가를 받으면서 이 사실을 신고했다. 기내에서 승무원을 폭행하거나 난동을 부리는 행동은 다른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중대한 범죄행위로 간주돼 체포 신청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비행기가 착륙하자 신고를 받은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출동했고 FBI는 비행기에서 내린 A 씨를 상대로 기내 소란 행위를 조사했다. 이어 A 씨에게 입국해 추가 조사를 받을지, 입국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되돌아갈지를 물었다. A 씨는 미국 입국을 포기하고 로스앤젤레스 도착 15시간 후에 대한항공 서울행 비행기에 탑승해 17일 오전 5시 2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A 씨는 인천공항에서 한국 사법당국의 조치를 받지 않은 채 귀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장이 기내 난동행위를 신고했기 때문에 도착지 보안당국의 조사를 우선적으로 받은 것”이라며 “당시 상황에 대한 조사와 함께 폭행 피해를 본 승무원의 의견 등을 물어 법적 대응을 하기 위해 귀국편에서는 별도로 공항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곧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엔 “추태” “국제망신”이라며 A 씨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이와 별개로 해당 임원의 이름과 얼굴을 인터넷에 유출하는 신상털기가 벌어지는 데 대해선 우려와 자제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21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현재 감사담당 부서에서 진상을 조사하고 있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엄중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보는 A 씨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하려 했으나 포스코에너지는 A 씨의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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