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Talk! 카톡!] 잘 서지 않는다고요? 목숨 걸고 탈겁니까?

스포츠동아

입력 2013-03-12 07:00 수정 2013-03-1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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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달리는 차와 잘 서는 차. 어느 차를 택해야 할까.

물론 잘 달리면서 잘 서는 차가 좋은 차의 기본이다. 한 해 약 70여종의 신차를 시승하고 있는 기자에서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주저하지 않고 ‘잘 서는 차’에 방점을 찍는다. 어떤 차종이든 그 차가 지닌 성능을 충분히 제어해 줄 수 있는 브레이크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차의 성능을 보여주는 현란한 제원표는 공허한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최근 수입차를 테스트 하면서 몇 차례 깜짝 놀랄 경험을 했다. 서킷에서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직진 구간 가속 후 풀브레이킹을 2∼3차례 하고 나면 브레이크 성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차들을 줄줄이 만났다.

시선을 잡아끄는 현란한 편의사양, 300마력을 넘나드는 퍼포먼스, 각종 전자제어 안전장치 등을 갖췄지만 정작 차의 기본인 브레이크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브레이크 시스템이 원가 절감이라는 도그마에 묶여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은 더 컸다.

3000만원∼5000만원을 웃도는 큰 돈을 주고 구입한 내 차의 브레이크 시스템이 추가로 돈을 들여 사제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 하지 않으면 차가 지닌 성능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과연 소비자들은 알고 있을까?

물론 이런 차량들도 일반 도로에서 정속 주행만 한다면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속 주행 도중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문제가 심각하다. 300마력 이상의 고출력 차량을 구매하고도 브레이크 성능 저하를 걱정해 스포츠 주행이나 풀브레이킹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 경계가 좁혀지면서 수입차 시장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원가 절감을 통한 경쟁력 강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원가절감이나 성능보다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바로 소비자의 안전이다.

‘명불허접’이라는 말이 있다. 명성이나 명예가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라는 ‘명불허전’의 두 끝자를 ‘허접’으로 바꿔 명성에 비해 형편이 없다고 비꼬는 신조어다. 일부 수입차가 명불허전이 될 것인지, 명불허접이 될 것인지는 그들 하기에 달렸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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