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급발진 ‘5초의 비밀’… 당국, 알고도 모른척

동아일보

입력 2012-08-28 03:00 수정 2012-08-2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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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작동-RPM 기록… 책임소재 밝힐 EDR자료… 교통안전公 5년간 20건 확보
피해자들 공개 요구엔 “공식자료 아니다” 묵살


국토해양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이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는 사고기록장치(EDR) 자료를 확보하고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을 안 일부 피해자가 자료 공개를 요구했지만 “공식적으로 받은 자료가 아니다”라며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통안전공단이 자동차 회사로부터 받은 EDR 자료는 지난 5년간 20여 건에 달한다.

국토부 자동차운영과 관계자는 동아일보·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교통안전공단이 2008년 이후 20여 건의 EDR 자료를 자동차 회사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급발진 의심 차량의 EDR에는 충돌 직전 5초 동안 △브레이크 작동 여부 △속도 △분당 엔진회전수(RPM) 등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 ‘브레이크 작동 여부’는 급발진 사고 책임 규명의 핵심 요소다.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다”며 ‘차량 결함’을, 자동차 회사는 “운전자가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국내외 자동차 회사들은 ‘영업 기밀’을 이유로 지금까지 EDR 자료 공개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9월부터 ‘EDR 공개법’이 시행되는 미국의 경우 자동차 회사들이 이미 EDR를 공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미국 수출차의 EDR는 공개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EDR 관련법이 없기 때문에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자동차 회사는 수사기관인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도 EDR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교통안전공단에만 EDR 자료를 제공해 왔던 것이 이번에 드러난 것.

1981년 설립된 교통안전공단은 자동차 전문 국가기관으로 자동차 안전도 평가, 리콜을 결정할 수 있는 제작결함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자동차 회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교통안전공단은 현대·기아차로부터 EDR 자료를 받을 때 공문을 통한 공식적인 방법 대신 개인 e메일을 통해 주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급발진 의심사고 피해자인 이조엽 씨(37)는 “공단에 자료를 요구하면 ‘공식적으로 받은 적이 없다’는 식으로 대답했다”고 말했다.

한편 상급 기관인 국토부는 “공단이 EDR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법적으로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기용 채널A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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