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 TV 속 ‘車 홍보’ 하기 싫어도 무조건…

동아경제

입력 2012-07-09 09:23 수정 2012-07-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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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드라마 패션왕 캡처

“개그맨 유재석이 휴대폰으로 자동차 시동을 거네?”

최근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는 자동차를 활용한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현대자동차 신형 싼타페DM과 제네시스 쿠페가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로 등장했는데, 출연진들이 차량과 연계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싼타페의 시동을 켜는 ‘블루링크’ 서비스를 직접 시현한 것. 프로그램 전개에는 불필요한 장면이지만 이 PPL에는 기업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등 영상산업에는 프로그램 시작 전에 노출되는 사전 광고뿐만 아니라 수많은 PPL이 존재한다. PPL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 소품으로 등장하는 상품을 일컫는 것으로 브랜드명이 보이는 상품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명칭 등을 노출시켜 관객들에게 홍보하는 일종의 광고마케팅 전략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간접광고를 선호하는 이유는 광고비 절감은 물론 유명인들을 앞세워 홍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 기준 TV 광고 단가는 SA(Special A)·A·B·C 총 4등급으로 매겨지는데 TV 시청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대인 오후 8시~11시까지가 SA로 분류된다. 이때 광고료는 1회에 약 1000만~1400만 원 선으로 기업들이 밤 10시에 방영하는 16부작 TV드라마와 광고 계약을 맺었다면 최소 1억 많게는 수억 원 대가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한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광고 한편을 제작할 때 간판급 연예인들의 광고 출연료는 편당 5000만원에서 1억 원 이상까지 책정한다. 하지만 PPL은 이러한 비용을 줄이면서도 연예인들이 각본에 따라 제품 홍보에 직접 참여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 PPL이 화면 속 단순 상품 노출에서 벗어나 꼭 필요한 수단으로 변화한 것도 이에 한 몫 했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제작단계부터 참여해 제작사와 간접광고 노출 형태 등을 세세한 부분까지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특집’이란 명목 하에 한 주제의 프로그램을 2회로 나눠 방영되는 것도 기업과 제작사 간의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를 선점하기 위해 MBC ‘무한도전’과 SBS ‘런닝맨’ 등 활동적인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자동차회사들의 PPL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자동차가 빠지지 않고 부상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프로그램 성격상 이동이 많다는 점과 차량을 활용한 촬영이 많기 때문에 자동차 노출이 자연스럽다”며 “이 때문에 예전과 비교해 간접광고 단가도 많이 올라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프로그램 속에서 해당 상품을 스타들이 직접 사용하고 그에 대한 느낌이나 평가 등이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관계자는 자동차 광고가 타 상품에 비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 상표를 가리더라도 차량 외관 모습을 보면 어떤 브랜드인지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이 드라마의 경우 PPL보다 값이 저렴한 제작지원 형태도 많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간접광고는 시청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PPL은 열악한 방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0년 1월 전격 도입됐다. 이때 개정된 방송법에 따르면 전체 방영시간의 5%, 화면크기 1/4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제품브랜드 노출이 가능하다.

종영된 SBS 드라마 '패션왕‘은 느닷없이 기아차 신형 ’K9‘의 디자인과 부가기능을 약 1분 동안 여과 없이 내보내 논란이 됐었고, 던킨도넛츠가 협찬한 MBC 드라마 ‘더킹투하츠’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방송에 등장한 도넛과 운동화 등을 과하게 노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는 노골적인 경쟁사 비판으로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방송에서 배우는 기아차 모닝과 레이와 경쟁하는 회사의 자동차 쉐보레 스파크를 두고 “이 차는 조만간 단종될 가능성이 많은데 연비도 별로고 왜 이차를”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방통위는 “해당 제품의 노출장면이 지나치게 길고 노골적”이라며 “두 업체의 차량을 대비하여 일방에 대해 긍정적 표현을 사용한 것은 특정 제품에 부당하게 광고효과를 줬다”며 징계 이유를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법 개정으로 PPL 허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드라마·영화·오락 프로그램이 ‘광고’로 얼룩지고 있다”며 “과도한 PPL은 극의 흐름을 끊을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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