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투자” 지갑여는 2030男… 업계도 ‘男心 저격’ 마케팅

강승현 기자 , 신희철 기자

입력 2019-06-05 03:00 수정 2019-06-05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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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스포츠서 가전-명품까지
백화점 남성고객 매출 급성장… 전용관 만들고 카드까지 선봬
7∼9일 코엑스서 럭셔리 박람회… 男겨냥 슈퍼카-피규어 등 한자리에



올해로 입사 2년 차가 된 남성 직장인 장진영 씨(29)는 최근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100만 원대 신발을 구입했다. 사회 초년생인 그의 월급을 생각하면 큰 지출이지만 장 씨는 매달 백화점을 빼놓지 않고 찾는다. 얼마 전부턴 명품시계 구입을 위해 적금을 붓기 시작했다. 장 씨는 “취직 전에는 돈이 없어 못 했던, 나를 위한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매월 100만 원가량은 패션이나 화장품 등에 쓰고 있다. 주변 동성 친구들도 쇼핑 등에 지출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20, 30대 젊은 남성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신조어)이 늘면서 이들이 유통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성들에 비해 쇼핑에 무관심했던 남성들이 명품패션, 화장품은 물론이고 피규어, 전자제품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갑을 열고 있는 것. 4일 현대백화점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고객 비중은 30.9%로 매년 이 비중이 늘고 있다.

스포츠 용품이나 패션 쪽에 치우쳤던 남성 소비가 가전, 명품 등으로 번지는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올해(1∼5월) 남성 고객 매출 증가율이 가장 큰 품목은 가전(26.8%)이었다. 스피커, 이어폰 등 음향기기와 TV, 게임기 등 전자제품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명품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 늘어 가전 다음으로 성장세가 높았다. 같은 기간 수입의류 판매도 16.6% 늘었다. 골프(9.3%), 스포츠(5.1%) 등 기존에 남성들의 소비가 컸던 품목들은 매출 증가 비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초 진행한 플레이스테이션(전자게임기) 할인 행사는 오픈 2시간 만에 완판됐다. 당시 남성 고객 300명이 몰리면서 200m 정도 되는 긴 줄이 늘어섰다”며 “전자제품이나 피규어 등 남성 마니아 층이 두꺼운 품목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남성들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업계도 남심(男心) 사로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구치,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남성 전용 매장을 잇달아 선보였고 신세계백화점은 남성 전용 백화점카드를 출시했다. 현대백화점 경기 판교점에는 ‘현대 멘즈’라는 남성전용관까지 들어섰다. 패션, 뷰티, 전자제품 등 남성을 공략한 제품을 한 공간에 모아놨다.


국내보다 앞서 남성 소비 시장이 성장한 일본에는 아예 남성만을 위한 전용 백화점이 있을 정도다. 한큐 백화점은 30, 40대 남성 소비자를 겨냥해 2008년 오사카(大阪) 우메다역 인근에 지상 5층 규모의 ‘한큐 멘즈’를 열었다. 전 층을 수백 개의 남성 패션 뷰티 브랜드로 채우고 ‘스타일 코디네이터’ 서비스를 도입했다. 혼자서 옷을 사기 어려워하는 남성들에게 최신 트렌드를 알려주고 고객에게 어울리는 옷도 추천해준다. 뷰티층에는 미용실뿐만 아니라 네일숍과 피부관리숍까지 뒀다.

이달에는 국내 첫 남성 럭셔리 박람회가 열린다. 7∼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멘즈 페스타’는 슈퍼카, 피규어, 고성능 스피커 등 남성 소비자가 열광할 만한 아이템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슈퍼맨 배트맨 등의 희귀 피규어를 만나볼 수 있고 의류나 화장품 구매도 가능하다. 가상현실(VR) 체험존과 푸드 트럭, 수제 맥주 코너도 마련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성인 남성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점에 착안해 행사를 기획했다”면서 “내년에도 멘즈 페스타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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