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하늘길 노리는 중동 항공사…항공업계, ‘한-UAE 항공회담’ 앞두고 긴장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9-07-18 09:15 수정 2019-07-18 14:01

중동 항공사, 물량·가격 앞세워 항공시장 잠식
다음 달 7~8일 아랍에미레이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한-UAE 항공협정 회담을 앞두고 국내 항공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중동 항공사들은 비정상적인 해당국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항공시장을 잠식해 왔는데 이번 회담을 통해 대한민국 하늘길 장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UAE는 회담에서 우리 정부에 인천공항을 오가는 주요 노선 증편을 요구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는 인천~두바이 노선과 인천~아부다비 노선을 각각 주 7회씩 늘려 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에미레이트항공과 에티하드항공은 인천~두바이와 인천 아부다비 노선을 각각 주 7회씩 운항하고 있는데 이를 각각 주 14회로 증편해 달라는 것이다.
국내 항공사는 중동 항공사들과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투입 항공기 규모와 원가 이하 수준 비행기 티켓 공세를 감당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주 7회 운항 중인 인천~두바이 노선에 489석 규모 에어버스 A380 항공기를 투입한다. 에티하드항공은 이달부터 인천~아부다비 노선에 494석 A380을 투입해 매주 7회씩 띄우고 있다.
국적 항공사는 대한항공만이 ‘나홀로’ 인천~두바이 노선을 운항해 중동 항공사에 맞서고 있다. 이마저도 투입 항공기는 218석 규모 A330으로 A380보다 작다. 운항편수는 2배, 공급좌석수는 무려 5배나 차이 난다. 항공권의 경우 대한항공보다 20~30%가량 저렴하게 책정해 물량 공세를 퍼붓는다.
문제는 물량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동 항공사들이 중동 지역 뿐 아니라 유럽 노선까지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내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중동 항공사 탑승객 10명 중 7~8명은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환승객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2~3명만이 중동 지역을 방문하는 승객인 셈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경유지인 중동에 머물면서 관광을 하고 유럽으로 이동하는 여행상품이 출시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채로운 여행경험이 가능해 매력적인 상품이다.
중동 항공사들이 이처럼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는 비정상적인 정부 보조금 혜택이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사에서 UAE와 카타르는 지난 10년 동안 자국 국영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과 에티하드항공, 카타르항공 등에 보조금 총 520억 달러(약 58조 원)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3개 항공사 CEO들은 지난 12일 공동 기고문을 통해 UAE와 카타르 항공사가 정부로부터 500억 달러가 넘는 보조금을 받아 다른 업체들과 공정하지 못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보조금이 지급된 중동 항공사들이 불공정한 경쟁으로 세계 항공산업을 교란시킨다는 설명이다. 특히 민간 항공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피해가 고스란히 미국 항공 관련 근로자들의 몫으로 남게 된다고 주장했다. 120만 명에 달하는 일자리가 위기에 처했다며 불공정한 경쟁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국내 항공 업계 관계자는 “한국도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정한 경쟁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중동 항공사들만을 위한 공급 증대가 이뤄진다면 대한민국 항공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각국이 중동 항공사 전략에 대한 대응이 늦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치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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