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 없는 장어 덮밥’을 먹는 일본인들…대체 왜?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8-07-26 16:17 수정 2018-07-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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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가 없는 장어 덮밥. 사진=ANN NEWS 캡처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에서 장어 품귀 현상이 일어나 ‘장어 없는 장어 덮밥이 인기’”라는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장어 가격 급등으로 진짜 장어 대신 장어 덮밥의 소스만 끼얹은 도시락이 등장했다는 내용의 일본 방송을 소개한 내용이다.

이는 지난 7월 20일 방송된 일본 ANN 뉴스 프로그램으로, 치어 어획량의 격감과 가격 상승 등 요인으로 장어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통 업계에서 장어가 아닌 장어 소스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는 보도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장어 소스 맛’ 요리라고 해야할까.

장어가 없는 장어 덮밥. 사진=ANN NEWS 캡처
이 장어 없는 장어 덮밥의 가격은 198엔(한화로 약 2000원). 일본 전기통신대학 생협에서 만든 것으로, 밥 위에는 소스 외에 그 어떤 것도 올려져 있지 않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정말로) 소스 뿐인가?” “충격적” 등 놀라워했다. 어떤 소비자는 “결국 여기까지 왔군요”라고 당황하면서도 “장어 없이도 장어를 먹는 기분을 낸다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며 웃음을 보였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VR(가상현실) 기술을 언급하며 “고글(VR기기)를 착용하면 장어가 보인다거나 그런 것이 구현되면 (좋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 소비자도 있었다.

일반적인 장어덮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소비자들에게 장어는 한국의 복날 삼계탕 같은 음식이다. 특히 입하, 입추, 입동, 입춘 직전의 약 18일간의 기간 중 찾아오는 소(丑)의 날을 뜻하는 도요우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에 장어 소비량이 크게 는다.

하지만 이번 도요우노우시노히였던 7월 20일에는 상황이 달랐다. 최근 일본 장어의 치어 어획량이 급감한 탓에 가격이 급등했고, 절대적인 물량도 부족해졌다.

현재 일본 시장에서는 ‘일본 장어’ 종이 주로 소비되고 있는데, 이 일본 장어는 대부분 어획한 치어를 양식장에서 키워 출하하는 방식으로 수급하고 자연산은 거의 없다. 문제는 지난 2017년 11월 이후 2개월간 양식장에 입하된 치어가 고작 0.2톤 정도로, 1년 전 같은 시기에 5.9톤의 치어가 입하된 것과 비교하면 그 양이 터무니 없이 적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 유통업계는 장어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장어 대신 소고기나 꽁치 같이 아예 다른 재료의 보양식을 판매하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지만 장어 소스를 활용한 요리들도 있다. 실제로 연어에 장어 소스를 발라 구운 음식을 시식한 소비자들은 “말하지 않으면 (장어가 아닌지) 모를 맛”이라고 평가했다. 화제가 된 장어 없는 장어 덮밥 역시 같은 맥락에서 등장한 제품이지만 흥행 여부에는 물음표가 찍힐 수 밖에 없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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