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거래실명제 2018년 1월 도입… 투기 과열땐 거래소 폐쇄

송충현기자 , 강유현기자 , 김성모기자

입력 2017-12-29 03:00 수정 2017-12-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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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2월에만 두차례 규제案 발표

내년 1월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가 도입된다. 은행이 처음부터 투자자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한 뒤 가상통화 거래 계좌를 발급해 주는 방식으로 본인 확인을 강화한다. 거래를 번거롭게 만들어 투자 광풍을 식히는 동시에 범죄에 악용될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실명제 도입에 따라 28일부터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신규 가상계좌 발급은 전면 중단됐다.

정부는 가상통화에 대한 투기가 더 과열되면 1인당 투자 한도를 설정하고, 거래소를 아예 폐쇄하는 특별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28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가상통화 특별대책’을 마련했다. 9월 첫 규제안을 내놓은 이후에도 범죄와 투자자 피해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이달에만 두 차례 굵직한 규제 방안을 쏟아냈다.


○ 1월부터 가상통화 실명제 도입

특별대책에 따르면 내년 1월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가 도입된다. 현재는 은행이 거래소에 수십만 개의 가상계좌를 한꺼번에 발급해 주고 있다. 하지만 실명제가 도입되면 은행이 투자자별로 실명 확인을 거쳐 가상통화 거래 계좌를 발급해 준다. 투자자는 같은 은행 계좌를 통해서만 거래 계좌에 입금하거나 출금할 수 있다. 같은 은행의 계좌가 없다면 해당 은행의 계좌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실명제가 도입되면 대포통장으로 입출금이 어려워지고 미성년자와 비거주 외국인, 범죄자의 가상통화 투자가 걸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 내용이 남는 만큼 나중에 과세의 근거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들이 있으니 당장 거래소를 폐쇄할 수는 없고, 실명거래 절차를 복잡하게 해 신규 투자자들이 덜 유입되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상통화 실명제의 ‘키’를 쥐고 있는 은행들은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 실명제가 도입된다 해도 은행이 거래소와 입출금계좌 공급 계약을 맺지 않는다면 거래소는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수익 창출에 목마른 은행으로선 수수료 수입이 아쉽지만, 정부가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총대를 메고 사업에 나서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계약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 거래소 폐쇄도 검토…충격 휩싸인 투자자

이와 함께 정부는 자금세탁 방지, 고객자산 별도 예치 등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부실 거래소는 퇴출시킬 계획이다. 이날 법무부는 가상통화 거래소의 폐쇄까지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 금융 당국은 1인당 가상통화에 투자할 수 있는 총한도를 제한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또 시세 조종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하고 현행법으로 가능한 최고 수준의 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정부가 고강도 대책을 발표하자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비트코인, 리플 등 주요 가상통화의 가격은 30분 만에 20% 가까이 급락했다. 일종의 ‘뱅크런(대규모 인출)’이었다. 이후 가상통화 가격은 등락을 반복하며 전일보다 10% 안팎 떨어진 선에서 거래됐다.

정부는 실명제 도입 등의 효과로 당분간 가상통화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책 발표를 하루 앞둔 27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통화 가격은 빠진다. 내기를 해도 좋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은 서울 도심서 항의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들에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규제 반대 집회를 하자는 글이 올려왔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정부가 실명제 거래를 도입하고 ‘거래소 폐지’를 언급하는 등 강경하게 나왔다”며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시장에 충분히 전달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충현 balgun@donga.com·강유현·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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