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망막 이식 국내 첫 성공…10년만에 남편 얼굴 다시보고 눈물

조건희 기자

입력 2017-06-30 10:36 수정 2017-06-3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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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12일 서울아산병원에서 1급 시각장애인 이화정 씨(54·여)가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끼자 의료진이 휴대용 컴퓨터의 전원을 올렸다. 지난달 26일 이 씨의 눈에 이식한 인공망막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하는 날이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이 씨는 옆자리에 앉은 남편의 얼굴을 만지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10년 전 망막색소변성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던 이 씨가 국내 최초로 인공망막 이식 수술에 성공해 남편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된 순간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 씨가 미국에서 개발된 인공망막 ‘아르구스2’를 이식받은 뒤 시력판의 가장 큰 글씨를 읽고 움직이는 차량의 색상을 맞힐 정도로 시력을 회복했다고 29일 밝혔다. 망막에 시각 정보 수신기와 백금 칩으로 이뤄진 아르구스2를 이식하고 안경에 부착된 카메라 및 휴대용 컴퓨터와 연동시켜 시각중추에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아르구스2는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뒤 해외 환자 230여 명에게 이식됐지만 국내에선 이 씨가 처음이다.

인공망막 이식은 이 씨처럼 망막색소변성으로 실명한 국내 환자 1만여 명에게 유일한 치료법이다. 망막 자체를 되살리는 유전자 및 줄기세포 치료법 연구는 아직 성공 사례가 없다. 문제는 인공망막 1대당 1억8000만 원에 이르는 비용 부담이다. 서울아산병원은 모금액으로 이 씨 외 환자 4명에게 추가로 무료 수술을 해줄 예정이다. 아르구스2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수술을 맡은 윤영희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이 씨는 6개월 정도 재활 훈련을 거치면 시력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그간 치료법이 없어 절망했던 환자들이 새 희망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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