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최고의 축제 ‘전주 문화재야행’
동아일보
입력 2019-12-13 03:00 수정 2019-12-13 03:00
에릭 슈스터 한국 생활 9년차 미국인
3년 전 전주가 고향인 한국인 친구의 초대를 받아 전주여행을 한 적이 있다. 서울 생활이 5년을 넘어서면서 지방 곳곳의 관광명소에도 관심이 가던 시기였다. 처음 만난 전주는 매력적인 곳이긴 했지만 서울에서 북촌한옥마을이나 인사동 같은 곳을 수차례 다녀본 나에게 아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관광지라고 보긴 조금 어려웠다. 전주여행을 시작으로 지난 3년간 한국의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다니며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축제’라고 이름 붙은 행사에 큰 기대를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관광객보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더 많은 행사보다는 자연을 감상하는 편이 한국의 미를 제대로 느끼는 길이라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전주 문화재야행을 통해 나는 잘 짜인 축제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축제 현장은 탄탄한 기획과 흥미로운 무대의상, 노련한 연출로 관객을 맞이하는 한 편의 연극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지 등불을 서로 더 예쁘게 만들겠다며 상기된 한 가족의 얼굴, ‘이야기술사’ 언니가 전하는 전주 역사에 푹 빠진 한 무리의 아이들, 임금님 옷을 입은 자신의 캐리커처를 들여다보며 크게 웃는 할아버지, 예쁘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들을 판매하는 플리마켓까지, 모든 체험을 직접 해보지 않아도 저절로 느껴지는 즐거운 에너지에 나도 모르게 한참을 들떠 있었다.
내가 한국에서 경험해본 축제나 페스티벌 중 가장 조화로운 축제였다. 축제를 이끌어나가는 지역주민과 청년들은 한결같이 친절하고 유쾌했다. 일명 ‘바가지’ 없이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천원, 이천원으로 즐길 수 있는 이벤트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부담과 욕심 없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이 좋은 축제 덕에 전주라는 도시에 대한 나의 인식도 바뀌었음을 느꼈다. 누구라도 전주가 아닌 다른 지역의 ‘문화재야행’을 즐길 기회가 있다면 고민 없이 추천해주고 싶다. 이런 축제라면 조금 더 많은 밤을 내어주어도 좋을 것 같다.
에릭 슈스터 한국 생활 9년차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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