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기행]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예술의 도시, 카가와현 다카마쓰

최용석 기자

입력 2026-03-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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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들이 세계적인 예술의 무대로 …‘나오시마’를 중심으로 피어나는 아트 프로젝트
단게 겐조, 안도 다다오, SANAA…과거와 미래를 잇는 3세대 건축가의 작품이 일상속에


사진제공=카가와현 서울사무소

 인천에서 다카마쓰로 향하는 하늘길이 하루 2편(주 14편), 부산에서도 주 3회의 직항편이 오가는 작은 도시 카가와현. 일본 시코쿠에 자리한 이곳은 3년마다 세토내해의 섬들을 무대로 펼쳐지는 현대미술 축제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의 개최지로 ‘아트 현 카가와’라 불린다. 동시에 세계적 건축가들의 명작이 곳곳에 자리한 ‘건축 왕국’으로도 찬사를 받고 있다.

 오늘날의 ‘건축 왕국’ 카가와의 초석을 놓은 이는 1950년부터 24년간 6선에 걸쳐 카가와현 지사를 역임한 가네코 마사노리(金子正則)이다. “정치와 예술은 하나다. 둘 다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신념을 품었던 그는 카가와의 문화·예술 진흥에 평생을 바쳐 ‘디자인 지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전쟁의 폐허 위에 민주주의 시대의 막을 여는 건축물을 세우고자, 가네코 지사는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을 과감히 기용해 청사와 문화시설을 잇달아 만들어 냈다. 그 대부분의 건물이 지금도 건재하며 ‘건축 왕국’의 초석이 됐다.

 이러한 역사적 토양 위에 카가와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명작들이 차례로 들어섰다. 미술관 건축의 대가 다니구치 요시오의 ‘마루가메시 이노쿠마 겐이치로 현대미술관’과 ‘카가와현립 히가시야마 가이이 세토우치 미술관’, 노출 콘크리트로 유명한 안도 다다오의 정수가 담긴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과 ‘지중미술관(地中美術館)’이 그 예다. 특히 지중미술관은 클로드 모네,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을 공간 자체에 영구 설치하며 건축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다. 여기에 전후 일본 모더니즘 건축의 기틀을 세우고 일본인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단게 겐조의 ‘카가와현청사 동관’까지. 카가와의 얼굴이 된 건축물들이 차례로 이 땅에 뿌리내렸다.

 가네코 지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사무 노구치, 나가레 마사유키 같은 예술가들을 카가와로 불러들여 이곳을 창작의 거점으로 삼게 했고, 그들의 작업실은 오늘날까지 미술관으로 남아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잠깐 현대미술 이야기로 넘어가 보면,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아트의 섬’ 나오시마와 데시마에도 아픈 과거가 있었다. 두 섬은 산업폐기물 불법 투기와 제련소 공해로 몸살을 앓던 섬이었다. 전환점은 후쿠타케 서점(현 베네세홀딩스) 창업주 후쿠타케 데츠히코의  “세계 모든 아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그의 꿈은 당시 나오시마 이장의 “교육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지역을 만들고 싶다”는 비전과 만났고, 베네세 아트사이트 나오시마라는 이름으로 ‘아트의 힘으로 지역을 되살리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그 결과 지금 이곳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연간 50만 명 넘게 찾아오는,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성지가 되었다.

 카가와의 건축과 현대미술 이야기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작년 2025년 3월 개관한 ‘아나부키 아레나 카가와’는 세계적인 건축 유닛 SANAA (세지마 가즈요,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를 맡아 화제를 모았다. 이 건물은 2025년 11월 유네스코 본부가 신설한 ‘베르사유상 (Prix Versailles)’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레나 2025’ 중 하나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나오시마의 미술관 호텔 ‘베네세 하우스’는 건축과 디자인을 통해 숙박 경험을 예술적 체험으로 승화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전 세계 단 5곳만이 후보에 오른 ‘미쉐린 아키텍처 & 디자인 어워드 2025’에 일본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새로운 볼거리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5월에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나오시마 신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나아가 2027년에는 럭셔리 호텔 브랜드인 ‘만다린 오리엔탈’이 도쿄에 이어 일본에서 두 번째로 다카마쓰항과 나오시마에 들어설 예정이다. 카가와가 제안하는 ‘ 차원 다른 예술 여행”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오랜 시간 묵묵히 다져온 현대 예술과 건축의 초석. 카가와현은 그렇게 자신만의 속도로, 앞으로도 변함없이 전 세계의 마음을 매료시킬 것이다.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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