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청정 섬’ 울릉도, 바이러스 충격 딛고 새 관광지로 떠올라

울릉=명민준 기자

입력 2020-10-21 03:00:00 수정 2020-10-21 14: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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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어려워지자 관광객 증가… 신혼여행 코스로 예약 문의 급증
이달엔 15만명 찾아 가을풍경 감상… 상가-숙박업소 등은 활기 되찾아
울릉군, 섬 구석구석 철통 방역에 옛길 트레킹코스 등 상품개발 분주


16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저동항에서 관광객들이 체온 검사를 받고 있다. 강릉에서 출발한 이들은 2중 방역 체계를 통과한 뒤 울릉도에 내렸다. 울릉군 제공
“물 깨끗하지, 경치 좋지, 먹거리 많지, 신혼 여행지로 울릉도만 한 곳이 있나요?”

이달 9일 결혼식을 올린 서른 살 동갑내기 이종규 김도영 부부(경기 수원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혼여행을 어디로 갈지 고민이었다.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주위에서는 ‘그래도 제주도가 낫다’며 추천했지만 부부는 고심 끝에 요즘 뜨고 있는 ‘청정 섬’ 울릉도를 택했다.

부부는 12∼16일 닷새 동안 섬 곳곳을 누비며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이 씨는 “코로나19가 없는 색다른 여행지에서 며칠 동안이라도 마음 편하게 쉬고 싶어 울릉도를 골랐다. 트레킹(걷기) 코스 곳곳마다 환상적인 경치가 펼쳐지는 등 최고의 여행지였다”고 말했다.


● 바이러스 원천 차단, 깨끗한 섬 만들기

코로나19 영향으로 관광객이 줄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았던 울릉도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해외여행의 대체 관광지로 울릉도를 찾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는 것. 특히 이 씨 부부처럼 신혼여행 코스를 준비하는 커플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경택 독도렌트카 대표는 “8월부터 신혼여행 예약 팀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수년간 업체를 운영했는데,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북 울릉군에 따르면 1월 20일 국내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20일 현재까지 275일째 울릉도 감염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뚫리면 응급체계가 흔들리는 섬 지역 특수성을 감안해 바이러스 원천 차단에 집중한 덕분이다.

울릉도는 병의원 9곳이 전체 주민 9200여 명을 돌보고 있다. 선별 진료소는 울릉보건의료원에서만 운영한다. 음압 병실도 없다. 만약 확진자가 발생하면 육지까지 7시간 이상 이송해 치료해야 한다.

울릉군은 △포항항(경북 포항) △후포항(경북 울진) △묵호항(강원 동해) △강릉항(강원 강릉)이 있는 4개 기초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2중 방어선을 구축했다. 울릉도를 관광하려면 이들 항구의 터미널과 여객선 탑승구 등 2곳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와 체온 측정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울릉도에 도착하면 저동항과 도동항, 사동항 여객선 터미널 출구에서 다시 발열 체크를 해야 한다. 매일 공무원 10여 명이 ‘철통 검사’를 하고 있다. 긴급 환자를 울릉보건의료원으로 이송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병원에 도착하면 전담 치료할 전문 인력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

울릉도 주민들은 생계 때문에 포항 등 육지를 자주 오가는 일이 적지 않다. 주민들 가운데 해외나 국내 코로나19 확산 지역 방문이 확인되면 바이러스 잠복기 등을 감안해 필요하면 최대 2주간 섬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 관광객 늘면서 섬은 활기 되찾아

관광산업은 울릉도 경제의 80%를 차지할 만큼 주민들의 생계와 직결돼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은 울릉도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올해 3월 관광객은 178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 수준에 머물렀고 △4월 5823명 △5월 2만667명 △6월 2만6864명으로 이 기간 관광객은 지난해 12∼44%에 그쳤다.

코로나19가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한 7월부터는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7월 한 달 동안 2만4641명이 울릉도를 방문해 지난해 64% 수준까지 회복했다. 8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0여 명 늘어난 5만1139명이 울릉도를 찾았다. 지난달에는 광화문 집회발 재확산 여파와 태풍 피해 등으로 인해 관광 행렬이 잠시 주춤했으나 가을을 맞은 요즘 섬 풍광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다시 늘면서 이달 들어 현재까지 15만2000여 명이 섬을 다녀갔다.

주민들도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며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울릉읍 도동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배상용 씨(55)는 “3월 한 달은 하루 매출이 5만 원이 안 됐으니 장사를 못 했다고 봐야 한다”며 “최근 관광객이 다시 늘고 주민들도 바깥 활동을 하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90% 수준까지 매출이 올랐다”고 말했다.

한동안 객실이 텅 비어서 망연자실했던 숙박업소도 다시 생동감을 찾았다. 이정옥 씨(65·여)는 “몇 달 전까지 객실 30개가 모두 비어서 막막했는데, 요즘은 매일 10개씩 예약 손님을 받고 있다. 참 다행이다”라며 미소를 보였다.

울릉군은 섬 구석구석까지 매일 방역하면서 언택트(비대면) 관광을 중심으로 한 상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울릉군 관계자는 “울릉군 북면 석포마을에서 울릉읍 내수전까지 이어진 구간은 주민들이 이용한 ‘옛길’이라고 부른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숨은 경치 명소인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한 트레킹 코스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신혼부부와 젊은 커플을 위한 관광 상품을 마련했다. ‘로맨틱 울릉 드라이브’를 주제로 울릉군이 지정한 주요 관광지 9곳 가운데 5곳 이상을 방문해 사진과 후기 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면 렌터카 비용(1일 5만 원·최대 4일)을 지원해 준다. 경북문화관광공사 경북나드리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김병수 울릉군수는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흔히 하지만 철저하게 분석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실천하기 쉽지 않다. 울릉군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개척하는지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울릉=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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