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 중견 여행사, 버티냐 놓으냐 ‘갈림길’

뉴스1

입력 2020-09-14 17:20 수정 2020-09-1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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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노형동 제주드림타워 전경© 뉴스1

패키지여행 시장을 이끈 국내 굴지의 여행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에 흔들리고 있다. 대부분 해외여행이 주공략 시장이었기에 하늘길이 막히면서 여전히 사실상 ‘잠정 휴업’ 상태다.

중견 여행사들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유·무급 휴직을 시행하며 올해 말까진 급한 불은 껐지만, 내년에 직원들의 복귀 여부는 미지수다. 그렇다 보니 중견 여행사들을 두고 매각, 구조조정 등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소문도 무성한 상황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여행업계는 감원이 서서히 일고 있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지난 6월 말 현재 직원이 2406명으로 2019년 말보다 94명 줄었다. 노랑풍선은 53명, 모두투어는 52명이 감소했고 레드캡투어와 참좋은여행도 각각 40명, 19명이 이탈했다.

하나투어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급휴직에 돌입하면서, 올해까진 ‘버티기 전략’을 선택했다. 100명가량의 필수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은 11월까지 정부지원금으로 휴직을 이어간다.

하나투어는 이미 코로나19 사태 초기 단계에 출판·인쇄물, 전자상거래, 면세점 사업 등 자회사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여행업’에 집중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그 일환으로 지난 5월엔 400억원을 투자한 차세대 플랫폼 ‘하나허브’를 개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해당 플랫폼을 활용해 보지 못한 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해 논의는 하되 현재로서 별다른 계획은 없다”며 “정부의 ‘숙박지원’ 사업 등으로 국내 시장에 기대를 걸었지만, 그마저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무산되면서 지금 상황에선 섣불리 움직이지 말아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모두투어와 노랑풍선도 버티기에 나선 모양새다. 홈페이지 전면에 해외여행 상품을 빼고, 국내여행 상품을 내세우나 적극적인 영업 활동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현재 기류로썬 12월까지 버티기에 돌입했다고 보면 된다”며 “이전부터 준비해온 플랫폼 서비스와 국내 사업팀 등의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모두 휴직 상태”라고 말했다.

태세 전환에 나선 중견 여행사들도 있다. 최근 매각설이 돌았던 참좋은여행은 본격적으로 국내여행 시장에 발을 들일 계획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매출의 5%를 차지하는 국내여행 상품을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기존 1개였던 ‘국내여행팀’을 4개까지 늘렸다.

참좋은여행은 이르면 이달 중순 내에 주고객층인 40~50대 중년 여성을 공략한 안전한 소규모 국내여행을 출시한다. 고급 리무진 차량으로 집에서부터 관광지까지 이동해 최대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특히 젊은 세대에게만 잘 알려진 명소나 호텔들을 중년 여성 여행객이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해외여행을 잘 만드는 여행사가 국내여행도 잘 만든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며 “‘여전히 여행사는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불거진 매각설과 관련해서 이 관계자는 “10년간 많은 현금을 비축해 왔다”며 “만에 하나 끝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자산이 떨어진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지만 현재까진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크다”고 말했다.

정통 패키지만 선보였던 한진관광은 테마여행 플랫폼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고급을 테마로 삼은 전문 여행사를 입점 시켜 수수료를 얻는 형식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진관광 관계자는 “계획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기획 단계이며 개발은 착수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반면, 창립 반세기를 넘긴 롯데관광은 여행 사업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업계 내에선 사실상 여행 사업에 서서히 손을 떼고 제주에 준공하는 복합리조트에 집중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롯데관광은 최근 직원의 3분의1이 희망퇴직 절차를 밟았다. 여행사 측은 지난 8월에 직원들에게 휴직, 육아휴직, 희망퇴직 3가지 안을 제시한 바 있다. 희망 퇴직자에게는 퇴직금 지급 및 회사 경영사유로 인한 실업급여 수급 조건을 채워준다는 조건에서다.

롯데관광은 지난 7월 제주드림타워 신규 채용으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이며, 최근 제주로 본사를 이전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롯데관광 관계자는 “고용부에 여행사와 리조트 사업은 별개라며 300장이 넘는 자료를 넣어 소명했지만 부결돼 희망퇴직을 결정하게 된 것일 뿐”이라며 “8월에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기면서 휴직자 월급을 회사 자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견 여행사 입장에서 올해 내에 굳이 직원을 내칠 필요가 없다”며 “이직을 원하는 직원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만 현 상황에선 구조조정조차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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