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 건축물 조형미 탁월… 기호유학의 산실

논산=지명훈 기자

입력 2019-10-10 03:00 수정 2019-10-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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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돈암서원

돈암서원 내 응도당의 모습. 응도당은 국내에서 가장 큰 서원 강당으로 뛰어난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논산시 제공

돈암서원(遯巖書院)은 충남 논산시 연산면 고성산 줄기에 있다. 주변에 연산천이 흐르고 계룡산과 대둔산이 굽이친다. 성리학의 실천 이론인 예학을 우리 현실에 맞게 보급한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1548∼1631)을 기리는 공간이다. 사계는 본래 이곳에서 서쪽으로 1.7km 떨어진 하임리 산기슭에 양성당(養性堂)을 짓고 30여 년간 제자들을 가르쳤다. 임진왜란 이후 성리학 이론이 더 이상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제자들이 사계가 세상을 뜬 지 3년 뒤 1634년 사계서원을 세우고 1658년 ‘돈암’이란 사액을 받았다.

서원 중앙의 강학 공간은 ‘ㄷ’자 형태다. 양성당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 서재가 마주 본다. 마당에는 김장생의 학문을 칭송하는 돈암서원 원정비가 있다. 송시열이 비문을 짓고 송준길이 글씨를 썼다.

올해 7월 ‘한국의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지만 그 노력은 2011년 시작됐다. 황명선 논산시장이 당시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인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배용 이사장을 만나 돈암서원의 위상과 가치를 설명했다. 그럼에도 서원이 본래의 장소에서 이전한 것과 주변이 현대식 건물 등으로 둘러싸인 점이 지적돼 한때 등록이 불투명했다.

논산시는 국제기구의 조언을 받아 유산구역을 재조정하고, 지적사항을 대대적으로 보완했다. 황 시장은 “돈암서원이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속에서도 살아남은 47개 서원 가운데 하나이며, 강학 건축물의 탁월성을 보여주고 있고 각 건축물의 현판과 목판이 모두 예학과 밀접히 연관된 기호유학의 산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돈암서원 내에 보물 제1569호인 응도당과 사우, 장판각, 하마비, 송덕비 등이 남아 있고 ‘황강실기’, ‘사계유교’, ‘상례비요’ 등의 서적들이 보존돼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논산시는 세계유산 협약 등에 따라 유적의 보존 및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현재 추진 중인 ‘돈암서원 예(禮) 힐링캠프’와 ‘돈암서원 인성학교’ 등의 프로그램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 완공될 한옥마을과 예학관, 2021년 준공될 충청유교문화원 등을 통해 탁월한 유교문화와 기호유학 본고장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로 했다.

황 시장은 “유교문화는 역사·문화적으로 지키고 개발해야 할 소중한 유산이며 선조들의 정신의 산물”이라며 “앞으로 기호유학 중심지라는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확고하게 정립하고 유교문화 관광 자원으로 키워 나가기 위해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논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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