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떠오른다, 가자… 남원, 달을 품은 마을[여행스케치]
글·사진 남원=민동용 기자
입력 2025-11-01 01:40
전북 남원 광한루원에 밤이 깊었다. 하늘의 달이 지상에 투영된 공간에서 광한루가 자신을 내려다본다. 연못에 달도, 나도 떠 있다.
광한루 누각 기둥 서쪽으로 오작교가 보인다. 몽룡이 이곳에서 지켜보던 그때 춘향은 저쪽 어딘가에서 그네를 탔을 터다.● 달을 품은 도시, 남원
남원은 광한루라는 달을 품은 도시다. 광한루로 대표되는 광한루원은 사실 달을 땅에 투영한 것이다. 조선 세종 시절 전라관찰사 정인지가 광한루에 올라 “월궁(月宮)의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가 예 아니더냐”고 한 데서 모든 게 시작됐다. 중국 당나라 현종이 달의 서울에 있는 궁전(월궁)에서 선녀들과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올 때 보니 현판에 그렇게 쓰여 있더라는 전설에서 따온 말이다. 황희 정승이 서울을 못 잊어 붙였을 법한 이름 ‘광통루(廣通樓)’가 달을 뜻하는 광한루로 바뀐 것이다.
광한루원 연못 연지에 조각배 한 척 떡 있다. 연지는 은하수를 상징한다.
광한루원 연지에 놓인 영주섬 영주각 앞에서 문화관광해설사가 춘향가 한 대목을 부르고 있다. 그의 딸은 명창 황애리 씨다.
광한루 누간 내부에 걸린 ‘계관’ 편액. 달의 궁전에 있다는 계수나무 높은 집을 뜻하면서 동시에 달을 바라보기에 좋다는 뜻도 있다.
동쪽에서 바라본 광한루. ‘호남제일루’ 현판이 보인다. 오른쪽 지붕을 인 중층 계단을 월랑이라고 부른다.
광한루원 남쪽 승월대 저 멀리 남원항공우주천문대 돔과 집라인을 타던 춘향타워가 보인다.약 90년 전 한 언론인은 말했다. ‘조선에 루(樓)라는 이름의 유명한 사적 건물은 거의 산 아니면 구릉에 있다. 안주 백상루, 평양 부벽루,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 … 다만 광한루는 평탄한 시가지 한가운데 놓여 있다. … 이 모든 루가 자연의 신세를 져서 아름다워 보이는 것에 지나지 못하나 광한루만은 자연이 루의 신세를 져서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서춘, 조선일보 1936년 8월 4일자) 달리 호남제일루(湖南第一樓)가 아니다. 그럼 옛 가객들이 ‘달세계’라 부른 청허부는 어디 있냐고? 정문 현판을 보면 된다.
광한루.달과 가까이 가 보자. 남원 주천면과 산내면에 걸쳐 있는 지리산 정령치(峙)다. 해발 1172m 고갯마루에 정령치 휴게소가 있다. 전망대에서 30여 계단을 오르면 남원을 동과 서로 가르는 능선이 나타난다. 능선에 서면 동으로 바래봉과 뱀사골 계곡이, 서로 천왕봉과 세석평전 반야봉 등이 내다보인다. 지리산 주요 능선과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리산 정령치 서쪽 경개. 천왕봉 세석평전 반야봉 등이 저 멀리 있다.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다. 정령치 능선 오솔길에 서니 동쪽은 운해(雲海)로 자욱하고 서쪽은 청명하기 이를 데 없다. 구름이 능선을 넘어가려 애쓰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드론 카메라를 띄워 한쪽 구름바다와 다른 쪽 구불구불 겹친 산들이 어깨를 맞댄 광경을 찍고 싶지만, 이곳은 국립공원이다. 사전 허락을 받을 생각도 못 했다. 아쉬운 마음에 되짚어 내려오는 길에 생각한다. 하얀 구름과 푸른 산이 반반이었다. ‘흠, 반달이로군.’
정령치 고갯마루 능선. 한쪽이 구름으로 가득하다.가을 단풍도 좋지만, 계곡가에서 바라보는 달빛 또한 운치 있을 듯하다. 계곡 위 도로에 펜션과 식당이 수십 곳.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공간에 식탁들이 늘어섰고, 곳곳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도 있다. 야밤 음주는 위험하지만 반주 한잔 정도는 어떨까.
달궁계곡에 해가 기운다. 단풍과 달맞이를 함께하면 더 좋겠다.● 달에 가까이 가는 법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살아 있는 화가를 위한 공간이다. 남원 출신 김 화백이 기증한 자신의 대표작들과 문학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미술관 건축 자체가 또 다른 그림 같다. 본관으로 들어가는 낮은 경사의 길 양쪽은 다랑이논 구조다. 논배미 같은 층마다 찰랑찰랑 담긴 물에 사람이 보이고, 건물이 보이고, 달이 보일 것이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들어오는 길. 양쪽으로 다랑이논처럼 물길이 만들어졌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내부 작은 방. 통창으로 밖이 내다보인다. 보는 것은 바깥 경치뿐일까.중국 전설에서 달에는 선녀 항아(姮娥)가 산다. 상아(嫦娥)라고도 한다. 중국은 2004년부터 달 탐사 프로젝트를 시작해 2013년 세계 세 번째로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켰다. 그 프로젝트 이름이 ‘창어(상아·嫦娥의 중국어 발음)’다. 지금 남원에서 날리는 드론에 그런 웅대한 꿈이 담겨 있길 달에 기원한다.
지난달 17~19일 남원에서 열린 ‘2025남원국제드론제전 with 로봇’ 행사장. GNC21 제공글·사진 남원=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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