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휘감은 노을아… 내 뛰는 심장도 어루만지렴

글·사진 군산=김동욱 기자

입력 2020-10-10 03:00:00 수정 2020-10-1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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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코리아]이순신 장군의 쉼터 고군산군도



해 질 무렵 해발 187m의 대각산에서 바라본 고군산대교와 무녀도, 선유도의 풍경
《시작부터 이색적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으로 뻗은 새만금 방조제의 방파제 도로를 10분 정도 승용차로 내달린다. 바다가 양옆으로 펼쳐져 있어 바다 위를 달리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약 12km를 달리자 비로소 바다 위에 우뚝 솟은 섬들의 무리가 보인다. 전북 군산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의 첫인상은 이처럼 색다르다. 16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고군산군도는 개성 넘치는 섬들을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다. 섬이라지만 차편으로 이동이 가능해 배 걱정 없이 곳곳을 누빌 수 있다.》


● 진짜 산이 무리를 지었던 군산

선유도를 중심으로 한 고군산군도는 고려시대 때부터 수군 기지로 쓰였다. 바다 위에 섬이 산처럼 불쑥 솟아 ‘산(山)이 무리(群)지어 있다’ 해서 군산이라 불렀다. 조선시대 세종 때 수군 기지가 현재의 군산인 내륙으로 옮겨졌다. 이후 군산은 ‘옛 군산’이란 뜻으로 ‘옛 고(古)’자를 붙여 ‘고군산’이라는 이름이 됐다.


과거 고군산군도의 섬은 70개가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간척사업으로 섬은 점점 줄었다. 새만금 방조제가 시작되는 비응항도 원래 비응도로 불리던 섬이었다. 현재 고군산군도의 섬은 63개 또는 57개라고 한다. 정확한 섬 개수는 63개지만 2017년 신시도와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등이 고군산대교와 연결됐기 때문이다. ‘도서개발 촉진법’에 의하면 내륙과 연결된 뒤 10년이 지나야 섬의 지위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7년 뒤 고군산군도의 섬은 공식적으로 57개가 된다.


● 높은 곳에서 봐야 아름다운 섬

장자도, 대장도, 선유도(왼쪽부터)와 그 뒤로 방축도, 명도, 횡경도 등 고군산군도의 섬들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어우러져 있다.

고군산군도 여행의 중심지는 선유도다. 이름 그대로 신선들이 노닐었을 것만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조선시대 때 고군산군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양(서울)까지 퍼졌다고 했을 정도다. 정조는 먼 길을 갈 수 없어 궁정화가를 대신 보내 풍경을 그려 올리게 했다. 그림을 본 정조는 ‘신들이 노닐 만한 곳’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대장도의 대장봉(해발 142m)에 오르면 선유도해수욕장과 망자봉, 선유봉, 장자도 등을 한눈에 품을 수 있다.

새만금 방파제로 연결된 야미도와 신시도를 지나면 고군산대교가 나온다. 길을 따라 10분 정도 가면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장자도가 있다. 보통 장자도 또는 선유도 주차장에 주차한 뒤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단, 선유도 주차장은 무료인데 장자도 주차장은 유료다.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는 걸어서 다녀도 될 만큼 멀진 않다. 선유도와 장자도에서 전동 바이크를 대여(1시간에 약 2만 원)하는 방법도 있다.

고군산군도 일대 섬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3개의 봉우리에 오르는 것이다. 대장도의 대장봉, 선유도의 선유봉, 남악산 대봉전망대가 있는데 이 중 어디를 올라도 잊을 수 없는 풍광을 만날 수 있다. 3개의 봉에서 보는 풍경은 각기 다르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모두 올라가 볼 것을 권한다. 3곳 모두 20∼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대장봉을 오르다 보면 ‘아니온 듯 다녀가시라’는 재미있는 문구가 보인다.
대장도는 10분이면 섬 전체를 걸어서 모두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섬 중앙에 대장봉이 자리 잡고 있다. 해발 142m의 대장봉을 오르는 길은 두 가지다. 마을 끝 쪽으로 경사가 가파른 나무 덱을 이용해 오르거나 마을 왼쪽으로 돌아 완만한 경사를 따라 산길을 걷는 것이다. 대부분은 조금 힘들어도 빨리 올라갈 수 있는 나무 덱계단 길을 선택한다.
대장봉 중턱에는 긴 바위가 삐죽 솟아 있는 할매바위가 있다. 자신의 뒷바라지 덕분에 과거에 급제한 남편이 첩을 데리고 돌아온 모습에 화가 난 아내가 돌로 굳었다는 전설이 있다.

대장봉 중턱에는 ‘할미바위’가 있다. 섬에 살던 할머니가 과거를 보러 간 할아버지를 기다렸는데, 급제한 할아버지가 첩을 데리고 돌아오자 화가 나 돌이 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이 바위를 보며 사랑을 약속하면 이뤄지고 배반하면 돌이 된다는 말이 있어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대장봉에서 바라본 망주봉과 선유도해수욕장, 선유봉(왼쪽부터) 풍경.

대장봉 정상에 오르면 넓은 전망대가 있다. 장자도와 선유도를 잇는 장자대교, 선유도해수욕장, 선유도의 망주봉과 남악산 등이 한눈에 보인다. 그 뒤로 무녀도와 일대 섬들의 풍광이 병풍을 펼쳐 놓은 것 같다. 서해 쪽으로는 관리도, 방축도, 명도 등이 마치 배처럼 둥둥 떠 있는 듯 평화롭다. 아래에서는 절대 느끼지 못할 신비로운 풍경에 자꾸만 발길과 시선이 머문다.

선유봉과 대봉전망대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주삼섬, 앞삼섬, 장구도 등 세 개의 무인도가 배 세 척이 돌아오는 형상과 같다고 해서 삼도귀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선유도 초입에 위치한 해변 산책로는 세 개의 섬으로 이뤄진 삼도귀범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산책로 주변에는 많은 낚시꾼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선유봉은 선유터널 입구 부근에 오르는 길이 있다. 해발 112m의 선유봉은 완만한 경사를 따라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선유봉에 오르면 활처럼 휜 산유도해수욕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해수욕장 앞 바다는 섬들로 둘러싸여 있어 호수 같은 느낌이다. 주삼섬, 장구도, 앞삼섬도 보이는데 만선을 이루고 들어오는 돛단배의 모습 같다고 해삼도귀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 직후 휴식하며 전열을 정비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선유도의 대봉전망대에서 바라본 망자봉과 선유도해수욕장. 그 뒤로 선유도를 둘러싸고 많은 섬들이 바다 위에 솟아있다.

선유도의 대봉전망대는 망주봉 근처에 주차한 뒤 오르면 된다. 좁다란 길에 도둑게들이 갑자기 나타나 깜짝 놀랄 수 있지만 오르는 재미를 더해 준다. 전망대에서는 선유도는 물론 무녀도와 신시도, 저 멀리 새만금 방조제까지 볼 수 있다.


● 구석구석 볼수록 색다른 명소
선유도해수욕장은 긴 해안가와 함께 이국적인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노을이 질 때 황금빛으로 물드는 해변이 매력적이다.

고군산군도는 곳곳을 다니며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가을을 맞은 선유도해수욕장은 여름 내내 번잡했던 해변과 달리 한적하고 평화롭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그늘막 아래에서 조금은 차가워진 바닷물에 발을 담그거나 모래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햇볕은 아직 따뜻해 간이의자를 가져와 낮잠을 자거나 잠시 명상의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선유도항을 오가는 선박의 안전항해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아 두 손을 합장한 모양으로 만든 ‘기도등대’.

해수욕장 뒤쪽의 선유3구 마을에는 기도등대가 있다. 선유도를 오가는 선박의 안전 항해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아 두 손을 합장한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선유대교 초입의 선유1구 마을에는 해변 산책로를 마련했는데 걸어서 2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고군산대교를 건너면 왼쪽에 노란색 버스가 보이는데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카페다.


새만금 방파제에서 시작해 장자도까지 이어지는 큰길에서 벗어나 마을의 작은 길들을 다녀보는 것도 추천 코스다. 큰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펼쳐진다. 한때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각 섬의 항구에 많은 배들이 오갔다. 항구는 사람들과 물고기로 북적였다. 하지만 이젠 그 많던 배와 사람들이 많이 줄어 황량한 느낌이다. 고군산대교 건너 무녀도 초입에는 쥐똥섬이 있다. 물이 찰 때는 섬이지만 물이 빠지면 무녀도와 이어진다. 갯벌을 따라 쥐똥섬에 가면 고군산대교가 잘 보인다. 물때를 놓칠 경우 섬에 고립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신시도에는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높은 월영봉(해발 198m)과 대각산(해발 187m)이 있다. 높진 않지만 험한 바위산이어서 오를 때 신경을 써야 한다. 트레킹을 즐기려면 월영봉과 대각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신시2사거리에 위치한 몽돌해변은 선유도의 몽돌해변보다 더 편안한 해변이다. 약 200m의 나무 덱도 있어 간단하게 산책할 수 있다.
썰물 때 무녀도에서 쥐똥섬으로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고군산군도에서는 발길을 조금만 옮겨도 풍광이 바뀐다. 모든 곳이 사진 촬영 명소다. 하늘과 바다가 붉게 물드는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과연 왕과 신선들이 노닐고 싶었던 섬이라 부를 만하다.

QR코드를 스탠하면 고군산군도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글·사진 군산=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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