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트렌드도 급변”…‘포스트코로나’ 시대 여행업계 생존 가능할까

뉴스1

입력 2020-06-01 16:39 수정 2020-06-01 16:4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해외여행 지출의향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여행업계가 존폐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여행 트렌드와 소비·여가 문화가 급변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지금과 같은 상품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여행 트렌드 또한 ‘프라이빗’과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가 핵심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공급자 중심의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최대 타격’ 여행업계…“미래는 더 암울”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행업계다. 우리나라 1~2위 여행업체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나란히 지난 1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하나투어는 1분기 영업손실(연결기준)이 275억3400만원을 기록했고 모두투어 역시 같은 기간 14억4400만원 적자를 나타냈다.

2분기 상황은 더 암울하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 4월 아웃바운드(국내→해외 여행) 패키지 이용객은 20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9% 급감했다. 항공권, 패키지 이용객을 모두 합치면 1만1869명으로 전년 대비 97.21% 감소했다. 또 현재까지 5월 여행 예약률은 전년 대비 -99.9%, 6월 -96.7%, 7월 -92.2%를 기록 중이다. 2분기 실적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행업계는 그 특성상 항공·호텔·관광·레저 등 관련 업계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구조여서 어느 한 쪽만 회복되기 어렵다.

항공 업계에선 코로나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기약없이 길어지며 추후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정된 공간에 장시간 타인과 밀집해 있어야 하는 항공기는 이용 기피 대상이다. 코로나19로 확산된 세계 각 국의 의료·방역체계에 대한 불신 탓에 해외 여행·출장을 꺼려하는 인식이 강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여행 수요 반등 기미가 전무하다”며 “코로나 팬데믹 종식 선언이 된다 하더라도 각국의 격리조치 해제, 비행편 및 여행상품의 부활, 그리고 문화적·인종적 차별행위의 소멸 등의 단계를 거쳐 점진적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살아날 수밖에 없는 충격이 가해졌다”고 설명했다.

호텔 업계의 전망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 이전까지 서울 도심 등 특급호텔의 주요 이용객은 사업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출장객이었다.

하지만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전세계적으로 언택트 문화가 정착되면서 과거 오프라인 출장 업무가 화상 회의·미팅 등으로 빠르게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대신 일상에서 ‘프라이빗’한 여가를 즐기려는 국내 호캉스족이 장기적으로 호텔 객실의 빈 자리를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특급호텔들이 시설내 레저 프로그램, 이벤트를 강화하며 내국인 고객모시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대면·종합선물세트 패키지→비대면·프라이빗 여행 트렌드로

포스트코로나 시대 여행 트렌드 또한 ‘언택트’와 ‘프라이빗’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인 여행상품 판매채널은 거점마다 차려진 ‘오프라인 지점’이었다. 또 항공부터 현지 호텔, 관광 프로그램까지 한 데 묶인 ‘종합선물세트’ 성격의 패키지 상품 판매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개인의 ‘경험’과 ‘만족’을 중시하는 인식 확산으로 일반인들의 여행, 상품 구매 방식 또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명 관광명소와 호텔 등 여행사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따라 수동적인 여행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맞는 현지 숙소, 여행지, 교통편 등을 직접 고르고 선택하는 ‘개인 발품형’ 여행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란 예측이다.

여행상품 구입 또한 비대면 채널 이용이 확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커머스를 넘어 홈쇼핑에서까지 객실 판매에 나선 특급호텔이 이를 반영한다.

◇“나의 경험과 만족이 최우선”…급변하는 트렌드 대응 관건

해외에서는 이미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이러한 트렌드가 나타났다. 숙박 중개 플랫폼 업체인 에어비앤비가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한 ‘트립(Trip) 호스팅’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현지 호스트가 그 지역과 게스트의 특성에 맞게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게스트와 소통하며 특별한 장소에서의 경험과 활동을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하나투어가 최근 시험가동에 들어간 ‘하나허브’도 이와 같은 맥락의 온라인 여행 플랫폼이다. 하나허브는 ‘패키지-자유여행 통합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직접 여행을 설계할 수 있고, 일부 또는 전부 패키지 상품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나투어는 이 온라인 플랫폼이 장기적으로는 오프라인 중심 해외법인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 하나투어는 30여 곳 중 베트남·태국·베이징·런던 등 핵심 지역을 제외한 8개국 17개 해외법인을 향후 3개월내 정리할 예정이다.

여행 인플루언서 김다영 작가는 올해 4월 출간된 저서 ‘여행의 미래’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여행 정보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남은 인생 동안 즐길 수 있는 여행의 횟수와 퀄리티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또한 이들은 온라인에서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는 일련의 과정에 상당 기간 학습된 세대이기도 하다. 가격 정보가 평준화되고 흔해질수록 여행 예약 과정에서 가격은 매력적인 선택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여행자들은 ‘공유하고 싶은 경험’과 ‘새로운 소속감’을 선사하는 브랜드와 그 제품에만 지갑을 열 것”이라며 “이는 여행만이 아닌 모든 소비의 영역에서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