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폭의 동양화 같은 할롱베이 자연풍광

동아일보

입력 2019-11-21 03:00:00 수정 2019-11-2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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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침대 발치 통유리창 너머로 하늘이 붉게 물드는 것이 보인다. 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갔다. 상쾌한 공기에 기지개를 켜면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점점이 무리 지어 떠 있는 섬 사이로 해가 얼굴을 비쭉 내밀기 시작하면서 황금빛 광채가 점점 하늘 위로 번져 나간다. 얼굴에 천천히 내려앉는 햇살이 따스하다. 용이 하늘에서 내려앉아 쉬었다는 베트남 할롱베이에 떠있는 크루즈선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침식사 시간, 레스토랑으로 내려가니 여러 음식이 뷔페로 차려져 있고 쌀국수 코너도 있다. 그런데 익숙한 모양새가 아니다. 숙주가 들어 있지 않고 국물이 맑다. 좀 단순한가 싶은데 막상 먹어보니 감칠맛 폭발하는 깊은 맛이 일품이다. 하노이 정통 스타일이라는데 지금까지 한국에서 먹었던 쌀국수와는 차원이 달랐다.

아침을 먹는 사이에 배는 움직이기 시작해서 할롱베이의 그 많은 섬들 사이로 항해를 계속한다. 2000개가 넘는 섬들이 방파제 역할을 해서 마치 호수에 있는 것처럼 슬슬 미끄러지는 느낌이다. 생각해보니 어제 저녁에 잘 때도 배에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를 만큼 흔들림이 없고 편안했다. 이런 줄도 모르고 멀미 걱정을 괜히 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자랑하려고 만들어 놓은 것처럼 줄줄이 늘어서 있는 석회암 ‘탑’들이 눈앞에 스쳐 지나간다. 동양화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느낌이다. 이래서 유네스코에서도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했고, 전 세계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절경이라고 입을 모았던가 싶다.

할롱베이는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 언젠가 한번 가봐야지 하고 별러 왔는데 국내 여행사의 상품은 대부분 할롱베이 언저리만 맛보기로 잠깐 둘러보고 한나절 만에 돌아오는 일정이 대부분이어서 선뜻 선택을 못 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할롱베이 안으로 들어가서 선내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럭셔리 크루즈 여행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하고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크루즈선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먼저 마음에 드는 것은 할롱베이 항구 선착장이 아닌 하이퐁 항구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선이었다. 할롱베이 항구는 하노이에서 가려면 거의 4시간이 걸린다. 하이퐁은 할롱베이 바다를 같이 공유하고 있는데 하노이에서 고속도로로 바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두 시간이 채 안 걸린다. 할롱베이 만 가운데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왼쪽에서부터 시작해서 오른쪽으로 돌아서 들어가니 항해 시간이 길어서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더 많아지는 장점도 있다.

하이퐁에서 출발하는 최고급 크루즈선 중에서는 오키드크루즈(Orchid Cruises)가 가장 눈에 띄었다. 일단 배 한 척에 방이 14개밖에 없어서 방이 많은 크루즈선에 비해 덜 번잡한 것이 좋았다. 방 크기도 큰 데다가 직사각형 크기의 방 디자인이 바다에 면한 면적이 넓어서 전망이 시원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현대식 크루즈선이지만 영화에 나왔던 것처럼 돛을 펼치는 전통 배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것도 만족스러웠다. 두말없이 오키드 크루즈를 선택하기로 했다.

할롱베이에 있는 섬 중에서 가장 큰 갓파섬 선착장이 눈앞에 보인다. 갓파섬에 내려서 전기차로 시골 마을을 구경하러 갔다. 꽤 큰 섬인데 할롱베이의 작은 섬들 사이를 땅으로 연결한 것처럼 구불구불한 능선이 멋지다.

갓파섬에서 크루즈선으로 돌아오니 점심이 준비되어 있었다. 베트남 음식을 파인 다이닝 형식으로 구성한 고급 코스 요리이다.

시원한 맥주까지 곁들여 느긋하게 점심을 마치고 이번에는 무인도 해변으로 이동을 했다. 카약을 타고 직접 노를 저으면서 섬들 사이 바다를 구석구석 돌아보는데, 배 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또 다른 절경이 펼쳐진다. 섬에서 바닷물이 닿는 지점에 석회암이 바닷물에 녹아서 만들어진 작은 동굴들이 여기저기 나타나는 것이다.

오랫동안 별러서 큰맘 먹고 떠났던 할롱베이 여행이었는데 역시 이 크루즈 여행을 선택하기 잘했다. 함께 온 아내도 연신 칭찬이다. 저녁에도 고급 코스요리가 준비된다고 하니 좋은 와인 한 병 시켜서 밤바다를 바라보며 기분 좀 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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