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딸… 바람 사이로 추억을 쌓다

남해=김동욱 기자

입력 2019-06-15 03:00 수정 2019-06-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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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남해|

경남 남해. 어머니와 딸이 함께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남해 하면 충무공 이순신과 태조 이성계가 건국 전 백일기도를 드렸다는 금산을 떠올린다. 하지만 남해는 이 두 가지 외에도 다양한 명소가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입혀진 감성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그림 같은 자연을 벗 삼아 걸으며, 바다와 산 근처의 갤러리에서 문화적 감성을 충전하는 곳. 여기에 모녀(母女)의 입맛을 모두 만족시킬 음식들이 있는 곳이다.

앵강만은 남해의 숨은 보석 중 한 곳이다. 그리고 더없이 걷기 좋은 곳이다. 한쪽엔 바다, 다른 한쪽엔 숲을 길동무 삼아 걸을 수 있다. ‘앵강’이라는 이름은 독특하다. ‘꾀꼬리 앵(鶯)’ ‘큰 내 강(江)’으로 ‘꾀꼬리 울음소리 들리는 강 같은 바다’라는 뜻이다. 꾀꼬리가 많이 울어 눈물이 강을 이뤘다는 설도 전해진다. 하지만 지금은 앵강만에서 꾀꼬리 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 그 대신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에서 조용하게 울리는 파도 소리와 바닷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 소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6월의 햇살이 따갑게 느껴진다면 앵강만 중앙에 위치한 앵강다숲을 가보는 것도 좋다. 바다와 들 사이에 해풍을 막아주는 마을 숲(방조림)이다. 숲 안쪽으로 조용한 오솔길이 나 있어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모녀의 여행에서 딸이 좀 더 동적(動的)인 활동을 원한다면 어부 체험을 추천한다. 앵강만 주위의 통발을 건져 올리는 것으로 각종 물속 생물을 만날 수 있다. 파도도 잔잔해 멀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바다에서 앵강만을 바라보는 경치도 눈을 사로잡는다.

걷기에 자신감이 생겼다면 앵강만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다랭이마을로 가보자. 산골짜기의 비탈진 곳에 있는 계단식의 좁고 긴 논을 ‘다랑이’라 부르는데 마을 사람들이 옛날부터 ‘다랭이마을’로 불러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다랭이마을은 바다를 끼고 있지만 배 한 척 없는 마을이다. 마을이 해안 절벽을 끼고 있어 선착장 하나도 만들 수 없다 보니 마을 주민들은 척박한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지었다. 마을 위에 마련된 주차장에 자동차를 두고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논 사이로 마련된 산책로가 발걸음을 당긴다. 암수바위, 밥무덤, 구름다리 등을 한 시간이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6월부터 9월까지 바다 체험, 손 그물낚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도 좋지만 마을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느낌도 정겹다.

남해까지 와서 무슨 독일마을일까 싶지만 잠시 들러 맥주나 커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가져보기엔 ‘딱’이다. 독일마을은 1960, 70년대 독일로 떠난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한 뒤 돌아와 정착한 마을이다. 흰 벽과 붉은 지붕이 인상적인 독일식 건물 40여 채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망 좋은 카페 또는 수제 맥줏집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몸과 마음의 갈증을 채워 보자.

미술을 좋아하는 모녀라면 바람흔적미술관을 빼놓을 수 없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미술관 주위 풍경이 아름답다. 산과 남해 유일의 내산저수지가 함께 어울려 바람이 머물다 갈 것 같은 여행의 쉼표를 선사해 준다. 2년 이상 전시 예약이 밀렸다는 미술관의 작품을 감상한 뒤 야외로 나가 바람흔적미술관의 상징인 바람개비와 저수지, 산,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의 파동이 잔잔해진다. 바래길작은미술관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삼동면과 창선도를 잇는 창선교 주변의 지족해협으로 자동차를 몰아보는 것도 좋다. 지족해협에서 출발해 강진만을 끼고 남해읍까지 가는 드라이브 코스는 환상적이다. 날씨가 좋다면 창문을 활짝 열고 달려 보자. 바닷바람이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아기자기한 소품과 책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아난티 남해의 ‘이터널 저니’가 기다리고 있다. 패션과 인테리어 소품은 물론 각각의 주제로 엄선한 책들로 구성된 서점 등을 갖추고 있다. 꼭 숙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거나 각종 책과 아이템을 둘러보고 합리적인 가격의 세계 각국 식료품들을 만날 수 있다.

좀 더 남해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어머니를 위해 ‘나비생태공원’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 ‘원예예술촌’을, 딸을 위해서는 ‘물건너온 세모점빵’ ‘카페유자’ ‘돌창고프로젝트’ 같은 감성적인 공간을 추천한다.

여행정보


가는 법 △앵강다숲: 이동면 신전리 △바람흔적미술관: 삼동면 금암로 519-4 △물건너온세모점빵: 삼동면 금암로 430 △남해독일마을: 삼동면 물건리 1074-2 △다랭이마을: 남면 남면로 679번길 21 다랭이두레방 △나비생태공원: 삼동면 금암로 562-23 △바래길작은미술관: 남면 남면로 1739번길 46-1 △지족해협 죽방렴: 삼동면 지족리 △아난티 남해(이터널 저니): 남면 남서대로 1179번길 40-109

맛집 △짱구식당: 남해 현지 사람들이 인정하는 맛집. 제철 생선을 찜, 구이, 무침, 탕, 회 등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생갈치조림 3만5000원(2인분), 매운탕 5만 원(3인분). 남해읍 화전로 96번가길 3-6. 055-864-6504 △해바라기맛집: 다랭이마을 안에 있는 식당으로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해물된장찌개는 계속 밥을 먹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해물된장찌개 8000원, 멸치쌈밥 1만 원(사진·1인분). 남면 남면로 679번길 17-21. 055-862-8743 △원조물회맛집: 물회 딱 한 가지만 판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면과 함께 먹어도 좋지만 꼭 밥을 따로 시켜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물회 1만5000원(1인분). 창선면 동부대로 1931-8. 055-867-0057

어부체험 △오전 7시, 10시, 오후 1시, 4시 하루 4회 운영. 통발 어업과 선상 낚시 등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1인당 2만5000원으로 최소 6명 이상 승선해야 한다. 배에서 잡은 해산물을 라면(사진)과 함께 먹을 수 있다. 이동면 남해대로 1553번길 9-10. 055-862-4285

감성+ △시: 남해 금산(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1960, 70년대 독일로 외화벌이를 떠났던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귀국해 정착한 독일마을의 유래와 아픔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대 포인트 △연인·신혼부부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품 같은 장소들을 발견하는 재미. 인증샷은 필수! △중장년층: 바다와 숲을 벗 삼아 산책하기 좋은 곳이 많다. 시간마저 천천히 흐른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 충무공 이순신, 독일마을 등 풍부한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자.
 
남해=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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