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의 실전투자]미등기건물 있는 땅 경매, 법정지상권 따져야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입력 2023-01-20 03:00 수정 2023-01-2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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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와 함께 매매된 미등기 건물
근저당권 설정 때 소유자 다르면
지상권 없어 경매물건 매수 기회
상속받은 땅-건물엔 지상권 성립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청년 농부인 L 씨(33)는 2년 전 귀농해 땅을 빌려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면서부터 땅을 매수해 토마토 농장을 만들려고 한다. 그러던 중 경북 김천시의 경매에 지목이 전(田)인 땅 3052m²가 나온 것을 발견했다. 1차 감정가가 1억2000만 원에 정해졌지만 2차례 유찰되면서 3차 최저 입찰가격은 5880만 원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 보니 50% 이상 싼 가격이었다. 등기부에 공시된 소유권은 최근 50년 사이에 A 씨로부터 B 씨에게로 딱 한 번 바뀐 상태였다. 권리관계는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지상권, 3순위 가압류, 4순위 경매개시결정 순이었다. 등기부에 공시되는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되는 권리였다. 그런데 매각물건명세서에 “미등기 건물에 대한 법정지상권(건물 소유자가 토지를 이용할 권리) 성립 여지 있음”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현장에 가서 확인해보니 이 토지에는 지은 지 30년도 넘어 보이는 미등기 건물(창고)이 있었다. 정말로 땅에 미등기 건물이 존재하면 무조건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경매 업체인 신한옥션SA에 따르면 2022년 12월 말 기준 전국의 토지 4264건에 대해 법원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이 중 법정지상권에 해당할 수도 있는 물건은 9.61%인 410건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법정지상권이 붙어 있는 물건은 권리분석의 어려움 때문에 매수자가 피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매수자가 없으니 유찰되기 일쑤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법정지상권에 대한 권리분석만 잘하면 물건을 싸게 매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방에는 창고나 축사 등 오래된 미등기 건물이 많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미등기 건물은 토지와 함께 매매되고 있다. 그런데 미등기 건물이 토지와 함께 매매된 이후 토지에만 근저당권이 설정되고, 그 근저당권에 기해 경매를 당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미등기 건물에 법정지상권가 생기는지가 관건이 된다. 법정지상권은 경매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질 때 건물의 소유를 위해 인정되는 권리다. 단,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 토지 위에는 건물이 존재하고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는 동일인이어야 한다.

이처럼 토지 위에 미등기 건물이 존재하면 법정지상권을 따져봐야 한다. 원칙적으로 미등기 건물은 새로 지어 첫 번째로 취득한 경우(원시취득)에만 소유권이 인정된다. 미등기 건물을 그 토지와 함께 매수했다고 하더라도 그 토지에 관해서만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고 미등기 건물에 대해서는 사용만 할 뿐이다.

L 씨 사례의 경우 원래 A 씨 소유인 토지와 지은 지 30년 된 미등기 건물을 2년 전 B 씨가 매수했다. 근저당권 설정자는 최종 소유자인 B 씨다. 그러나 미등기 건물이 오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물의 소유자는 원시취득자로 추정되는 A 씨가 된다. 따라서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 토지 소유자는 B 씨이지만, 미등기 건물의 소유자는 A 씨가 되기 때문에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다9660 참조).

그러나 토지와 미등기 건물을 A 씨로부터 B 씨가 상속받았다면 법정지상권은 성립한다. 왜냐하면 상속이나 공용징수, 판결, 경매 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취득은 등기를 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등기하지 아니하면 이를 처분하지 못한다(민법 제187조 참조). 즉, 미등기 건물을 상속받으면 등기하지 않았더라도 소유권은 취득하게 된다. 토지와 함께 미등기 건물을 상속받은 이후에 토지에 근저당권이 설정되고, 그 토지가 경매에 부쳐지면 미등기 건물은 법정지상권이 성립되는 것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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