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블록 쌓듯…13층 아파트 조립식으로 짓는다

황재성 기자

입력 2021-10-13 11:47:00 수정 2021-10-13 16: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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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블록을 쌓듯 간편하게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면 아파트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집값을 보면서 한번쯤 드는 상상이다.


이런 상상을 현실화하는 방안이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정부가 국가 R&D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고층 모듈러주택 실증사업’이다. 모듈러 주택은 기본 골조와 전기배선, 현관문, 욕실 등 집의 70~80%를 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아파트 단지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짓는 주택이다.


내년에 13층 조립식 아파트 선보인다
GH경기도시개발공사는 모듈러 공법으로 짓기로 한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의 사업계획 승인을 완료했다고 12일(어제) 발표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에 지어지는 이 주택은 13층 높이의 아파트이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중고층 모듈러주택 실증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전체 아파트는 106채이며, 18㎡ 크기의 원룸(거실·방+화장실+주방)과 32㎡ 크기의 신혼부부용 주택(거실+방2+화장실+주방) 등으로 구성된다. 다음달에 착공에 들어가 내년 말이면 준공될 예정이다.


시공을 맡은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13층 높이 가운데 스포츠시설 등 주민공동시설과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지하와 지상 2층, 계단실과 엘리베이터실 등은 일반 아파트처럼 철근콘크리트를 이용해 짓는다. 건물 전체 하중을 떠안는 부분으로 안전을 고려한 조치다.


나머지 지상 3~13층에는 전문 업체가 모듈러 공법으로 제작한 아파트들을 가져다가 레고 블록을 쌓듯 조립해 붙여나간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런 방식을 통해 공사기간을 3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모듈러 공법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일반 아파트를 지을 때 6개월 이상 걸리는 공사기간이 평균 30~40일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철거와 재설치도 훨씬 빠르게 쉽게 진행될 수 있다.


싸고 빠르고 깨끗하다는 게 최대 장점
모듈러 공법의 장점은 단순히 건설 공사기간을 줄이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주택 구성 부품의 70% 이상을 공장에서 생산하고, 공사기간이 짧아지는 만큼 인건비를 포함한 공사비가 크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유지 관리비 절감 효과도 크다. 열이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시공할 경우 난방비를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주요 자재의 80~90% 정도를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또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나 쓰레기 등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자연재해에도 강하다. 외부 충격을 각각의 모듈이 분산해 감당하기 때문이다. 또 내진설계와 방염처리가 필수적으로 이뤄져 지진이나 화재에도 잘 견딜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모듈러 공법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깨끗한 환경 유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싱가포르는 40층 높이의 아파트를 2년 전 준공했고, 최근에는 56층 높이의 아파트 건설에도 나서고 있을 정도다.


국내 대형건설사들도 잇따라 참여 나서

국내에서도 모듈러 공법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적인 건설공사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이런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건설업체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의 시공을 책임진 현대엔지니어링은 전담팀을 구성해 가동 중이며, 이르면 올해 말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12층 높이에 246채가 들어가는 아파트도 모듈러주택으로 지을 계획이다.


포항제철 자회사인 포스코건설은 철골구조물인 모듈러주택시장이 새로운 수요처가 될 것으로 보고, 광양제철소 기숙사 등을 모듈러주택으로 짓는 등 다양한 참여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GS건설은 아예 영국과 폴란드의 모듈러 주택전문업체를 인수하면서 시장 참여를 선언한 상태이다. 이밖에 삼성물산과 코오롱건설 등도 모듈러주택 사업 참여를 공식화했다.


내구성과 부실시공 우려가 대중화에 걸림돌
한편 이번에 13층 높이의 아파트를 짓게 되면 40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도 모듈러 공법으로 지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13층 이상 높이부터 49층까지는 건축물에 요구되는 내화성능 기준이 같다. 즉 13층부터 49층까지는 불에 나더라도 자재 등이 3시간 이상 견뎌내야 한다는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다만 모듈러 주택의 대중화를 위해선 넘어서야 걸림돌이 있다. 국내에서는 1980~1990년대에 모듈러공법과 비슷한 PC공법(Precast concrete)을 활용한 조립식 주택이 유행했다.


PC공법은 기둥이나 벽 등과 같은 구조물을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사용해 사전에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해 짓는다. 반면 모듈러공법은 철골구조물을 주재료로 사용하며 구조물 이외에 아파트 한 채에 들어가는 화장실, 가구 등을 사전에 모두 제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1988년 PC공법으로 지어진 대표적인 아파트가 올림픽선수기자촌이다. 그런데 당시 PC공법으로 지어진 아파트 가운데 구조와 구조를 연결하는 연결부위에서 물이 새거나 단열 부실 문제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 심지어 발코니 등 일부 시설물이 떨어져나가는 일이 터지면서 사회문제가 됐다.


이로 인해 조립식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빗발쳤고,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PC공법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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