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치솟았는데…홍남기 “임대차법에 갱신율 상승” 자화자찬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7-21 11:07 수정 2021-07-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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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으로 임차인 다수가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늘(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3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 급감이나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등을 우려했지만 전세 거래량이 평년 수준을 넘어선다는 통계 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근거로 3법 시행으로 임대차 갱신율이 크게 높아졌고, 갱신계약 10건 중 8건 정도가 5% 인상률을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이어 “최근 서울 강남 4구의 일시적 이주수요 등으로 촉발된 일부 가격불안과 계약과정의 일부 불확실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3법의 효과와 전월세 시장 상황은 비중이 훨씬 크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갱신계약을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다르다. 3법 도입 이후 급증하는 계약 갱신 과정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급증한데다 인상률 적용 아파트와 비적용 아파트 간 전세금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중가격 현상’이 고착화하는 등 부작용이 적잖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금이 치솟으면서 임대차 3법 도입의 핵심목표인 세입자 주거안정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평가는 보고 싶은 것만 드려다 본 ‘반쪽 분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부동산가격 띄우기 첫 적발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주택시장에 대한 평가와 정책 대응방안 △임대차 3법 시행성과 △부동산거래 허위신고 기획조사 결과 등을 언급했다.

주택시장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선 주택가격이 고평가돼 있으며, 가격 조정 시 취약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존의 주장의 되풀이했다. 국제결제은행과 한국은행, 한국금융연구원 등이 최근 펴낸 보고서 등도 인용했다.

부동산거래 허위신고 기획조사 결과에 대해선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 △공인중개사가 가족간 매매를 통해 ‘자전거래’를 한 뒤 시세를 높여 3자에게 중개한 사례 △분양대행사 직원이 허위내부거래로 시세를 높여 고가 매도한 사례 등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또 구체적인 적발 사례는 국토교통부가 별도로 발표하도록 하는 한편 해당 사례에 대해선 범죄수사나 탈세분석, 과태료 처분 등 후속조치를 마련해 신속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효과 컸다” VS “부작용 심각하다”
홍 부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의 상당 부분을 임대차 3법 점검결과에 할애했다.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됐다는 시기적인 상황과 최근 집값만큼 전세금이 치솟으며 전세시장 불안이 확대되고 있음을 의식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홍 부총리는 “임차인의 주거안정과 시장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 ‘임대차 3법’이 시행 중”이라며 “임대차신고제는 올해 6월 1일부터 시행됐으나,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이달 31일로 시행한 지 1년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임대차 3법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은 6월 한 달간의 임대차 신고자료와 서울시내 25개구에서 각 4개씩 전월세 시장을 보여주는 아파트 10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계약 갱신률은 3법 시행 전(2019년 9월~2020년 8월) 평균 57.2%에서 올해 5월에는 77.7%까지 높아졌다. 법 도입 직후인 지난해 9월에는 58.2%에 머물렀지만 10월에 66.1%로 60%대에 진입했고, 올해 2월(71.6%)부터는 70%로 또다시 올라섰다.

홍 부총리는 “이로 인해 임차인 평균 거주기간도 3법 시행 전 평균 3.5년에서 5년으로 늘고, 임차인의 주거안정성은 그만큼 제고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계약갱신 과정에서 집주인과 세입자간 분쟁이 크게 늘어난 점에 주목한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상담 건수가 올 상반기(1~6월) 76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85건)의 3배로 증가했다. 또 분쟁 조정 신청건수도 올 상반기엔 167건으로 작년(16건)의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게다가 홍 부총리가 지난해 10월 위로금을 주고 세입자를 내보낸 뒤 위로금을 요구하는 세입자가 늘어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부작용이다.

‘집주인이나 그의 직계 존비속이 실거주해야 할 경우’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점은 치명적인 맹점이다. 집주인 맘먹기에 따라선 자신이 입주하겠다며 세입자를 쫓아낸다면 전세기간 4년 보장은 지켜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존 임대차 시장의 질서가 어그러지며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힘들어졌고, 사회적 갈등에 따른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 “상한율 5% 정착” VS “가격 불안 심화”
홍 부총리는 6월 한 달 동안 신고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갱신계약 1만3000건 가운데 8000건(63.4%)이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 1만 건(76.5%)은 전월세상한제 적용으로 인상률 5% 이하에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이어 “임대차신고제 시행으로 과거 확정일자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신규·갱신계약 여부 △갱신요구권 사용여부 △임대료 증감률 등 전월세 거래에 대한 정보가 크게 증가했다”며 “임대차시장의 투명성이 크게 제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동일 크기의 아파트의 전세금이 수억 원씩 차이가 발생하는, 이른바 ‘이중가격’ 현상이 고착화되는 등 부작용이 적잖다고 지적한다. 즉 5%를 적용받는 아파트와 이를 비켜간 아파트의 전세금이 크게 차이가 발생하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왜곡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1년 뒤에 5%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아파트들이 주변시세에 맞출 경우 전세금 폭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면서 관리비를 올려 받거나 월세를 추가로 요구하는 등 꼼수를 부리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전세금이 치솟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3법 도입을 통해 세입자 주거안정을 꾀하겠다는 정책 목표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2017년 이후 2020년까지 4억 원대에 머물렀지만 올해 6월에는 6억2678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정부가 공식통계로 잡는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도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최근 한 달 동안 매주 0.1%씩 오르며 과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 “차질 없는 정책 수행” VS “재검토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런 시각차로 인해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정부는 차질 없이 3법 안정화를 위한 정책 수행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3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토부는 홍 부총리의 발언에 대한 설명자료를 통해 “임대차 3법이 1989년 계약기간 연장 이후 30여년 만에 임대차 시장이 겪은 가장 큰 제도 변화”라며 “도입 초기 일부 혼선이 있었지만, (이번에 실시한) 임대차신고제 자료 분석결과를 볼 때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차인의 거주기간 연장과 낮은 임대료 인상률 등이 확인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어 “최근 전세금 상승 등 시장불안요인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지난해 발표한) ‘11·19 대책’과 ‘주거복지로드맵’ 등 단기·중장기 주택공급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전월세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이중가격 고착화에 따른 시장왜곡 △전세매물 잠김 효과에 따른 전세시장 불안 확대 △전세금 상승으로 인한 전세난민 증가 등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심화하고 있는 부작용을 서둘러 막아야 한다”며 3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주장했다.

한편 시행 1년 만에 임대차 3법의 효과를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의 정책적 실효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시장에서 임대차와 매매는 연결돼 움직인다”며 “종합적인 관점에서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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