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만큼 올랐다”→“주택공급 총력” 홍남기 선회 이유는…

황재성기자

입력 2021-06-17 11:50 수정 2021-06-1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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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을 최우선으로 모든 정책역량을 투입해 나가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늘(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 24차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 해소와 시장 기대심리를 제어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2주 전인 이달 3일 열렸던 23차 회의에서 “서울 아파트 값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최고점에 근접해 있다”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성 멘트를 날리던 것과는 결이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최근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시장에 심상찮은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해 2·4대책 참여 토지주의 세금을 깎아주는 등 혜택을 부여하고, 각종 사업의 후속 절차에 속도를 끌어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주민동의 절차를 생략하고 도심 개발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관련법을 개정해 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오는 등 과속 질주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오를 만큼 올랐다”에서 “공급이 최우선”으로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주택공급 확대’에 최우선 역점을 두겠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최근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는 부동산 시장 상황과 입주 물량 부족 등에 대한 시장의 우려 등을 소개한 뒤 “무엇보다 ‘주택공급 확대’에 최우선 역점을 두면서 아울러 ‘실수요 보호+시장교란 엄단’이라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확대를 위한 ‘2·4대책’ 활성화를 위한 제도 보완 방안과 ‘8·4대책’을 통해 추진하는 신규택지의 차질 없는 추진 방침 등을 밝힌 뒤 “정부는 ‘주택공급 최우선’이라는 대명제 하에 향후 신규택지사업이 흔들림 없이 착실히 추진되도록 모든 정책역량을 투입해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2주 전에 열린 직전 회의까지만 해도 홍 부총리의 입장은 공급보다는 수요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당시 홍 부총리는 불안한 부동산시장 상황의 원인으로 “일각에서 6월부터 시행되는 임대차 신고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을 이유로 하반기 주택시장이 또 불안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한” 탓으로 돌렸다.

이어 하반기 집값 상승이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 판단 근거로 4가지를 들었다. 우선 서울아파트 값이 실질가격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 수준의 최고점에 근접한 사실을 꼽았다.

또 △최근 부동산 과열을 우려한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통한 유동성 관리 강화) 가능성 △7월부터 시행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와 총량관리 등 가계부채 유동성 관리 강화 △주택공급의 일관된 추진과 다주택자 및 단기거래자 투기 억제, 맞춤형 지원이라는 정책골격이 흔들림 없는 추진 등도 근거로 제시했다.

● 다시 커진 집값 오름폭, 2년간 쉬지 않고 오른 전세금
홍 부총리가 2주 만에 입장을 바꿀 정도로 부동산 시장 상황은 심상찮다.

우선 ‘2·4 대책’ 효과로 주춤했던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은 대책 발표 직전인 2월 1주차(기준시점·2월1일, 상승률·0.33%) 이후 꾸준한 안정세를 보이며 5월 4주차(5월24일)에 0.26%까지 낮아졌다. 그런데 이후 5월 5주차(5월31일·0.30%)와 6월 1주차(6월7일·0.31%)에 다시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전국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서울이 꿈틀대고 있다. 대책 발표 직전인 2월 1주차에 0.10%였던 매매가 상승률은 대책 발표 이후 안정세를 찾으며 4월 1주차(4월5일)에 0.0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다시 상승폭이 커지면서 5월 5주차와 6월 1주차에 각각 0.11%를 기록했다. 대책 발표 이전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전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서울지역이 문제다. 대책 발표 직전인 2월 1주차에 0.11%에서 4월 4주차(4월26일)에 0.03%로 쪼그라들었던 상승률이 5월부터 슬금슬금 높아져 6월 1주차엔 0.08%로 올라섰다.

서울 전세금은 2019년 6월 2주차(2월8일)까지만 해도 -0.01%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3주차(2월15일)와 4주차(2월22일)에 보합세(0.0%)로 돌아선 뒤 2년(104주) 동안 한번도 꺾이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5월 서울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37.8로 전월(129.8)보다 8.0포인트 증가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커질수록 매매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6월 1주차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107.8로 전주(104.6)보다 3.2포인트 높아졌다. 이 지수도 100을 기준으로 커질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고,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민간조사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된다. KB국민은행이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5월 부동산매매가격 전망지수가 111.5로 전월(103.6)보다 7.9포인트 높아졌다.

어제(16일·미국시간 기준) 열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테이퍼링과 관련해 매달 1억2000만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점도 악재다. 홍 부총리가 미국의 테이퍼링 조기 시행 가능성을 집값 안정의 근거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테이퍼링에 대해 언급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고용과 물가 목표를 향해 상당한 진전이 확인될 때까지 자산매입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취득세 종부세 등 각종 세금 감면 혜택
정부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2·4대책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특히 세제 감면 혜택에 초점을 맞췄다.

홍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2·4대책의 다수 사업은 일반 정비사업과 달리 시행 과정에서 공공이 주택을 수용하는 ‘공공매입’ 형태로 진행된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토지주와 사업시행자의 세제상 불이익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즉 토지주가 정부에 땅을 넘겼다가 사업이 완료된 뒤 주택 등을 받는 과정에서 취득세가 발생하는데, 이를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관련해 사업에 동의한 토지주의 토지와 주택을 매수할 때는 취득세를 면제하고, 비동의한 토지주의 토지·주택을 매수할 때는 취득세의 50%를 감면하기로 했다. 또 사업 시행자가 신축 주택을 건축해 취득하는 경우 발생하는 취득세(건축비의 2.8%)도 50% 깎아주기로 했다.

사업이 완료돼 토지주가 공공분양 방식으로 신축 주택을 취득할 때 취득세도 감면된다. 현행 세법상 분양으로 주택을 취득한 경우 취득가액의 1~12%를 취득세로 내야 한다.하지만 이번 사업에 참여한 토지주가 공공분양을 받는 경우에는 추가 분담금의 1~3%만을 과세하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는 또 사업시행자가 부지 확보를 위해 주택을 매수한 후 보유하는 기간 발생하는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도 합산 배제를 통해 세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소규모 주택정비(재건축 기준 200채, 1만㎡ 미만) 사업 활성화를 위해 공기업 등이 사업시행자로 나서는 경우에도 부지 확보를 위해 매수한 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 합산를 배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자율주택정비사업, 소규모 재개발 사업에서 1조합원 입주권 보유 가구가 다른 주택을 취득한 뒤 3년 내에 조합원 입주권을 매도하는 경우 1가구 2주택 비과세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소규모 주택정비 사업에서 비수익사업소득에 대해선 법인세를 과세하지 않고 부가가치세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 주민재산권 침해 우려 등 부작용 우려도
정부는 또 ‘2·4 대책’ 추진을 위한 공공주택특별법, 도시재생법, 소규모정비법, 주택도시기금법, 주택법, 토지보상법, 재건축이익환수법 등 7개 법률 개정 작업에도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15일에는 여야 합의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속도를 높이는 데 치중하면서 재산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는 등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활성화가 목적인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작업이 대표적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법안 소위 심사과정에서 사업예정지구 지정을 위한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요건(10%)이 생략됐다. 예정지구로 지정되면 지구 내 해당지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이나 공작물 설치, 토지형질 변경, 토지 분할·합병 등이 금지된다.

결국 예정지구 지정 동의 요건 생략은 주민들이 이런 재산권 행사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감수할지를 판단하고 선택하는 중요한 절차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마음대로 재산권 행사 제약을 결정할 수도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국토부가 발표한 46곳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가운데 10% 이상의 주민동의를 받은 곳은 12곳에 불과하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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