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집값-전세금 상승세, 작년보다 더 가파르다

황재성기자

입력 2021-05-13 12:29 수정 2021-05-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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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 지역 아파트단지.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올해 집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4월까지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을 포함하는 전체 주택의 가격상승률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해 수준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특히 아파트 값은 작년 한 해 동안의 집값 상승률의 60%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특단의 공급 대책’이라며 자랑했던 ‘2·4 대책’ 등 공급대책이 제몫을 다하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의 잇단 규제에 매물이 잠긴 데다 오세훈 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 지난해보다 가파른 집값 상승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전국 집값 상승률은 3.16%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상승률(1.43%)보다 배 이상 높다. 지난해는 연간 집값 상승률이 5.36%로 2011년(6.14%) 이후 가장 높았다.


아파트 값만 떼어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심상찮다. 아파트 값은 이 기간 4.62% 오르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2.01%)을 훌쩍 뛰어넘은 것은 물론 지난해 전체 상승률(7.57%)의 60% 수준을 넘어섰다.

월간 가격 동향을 보면 가파른 집값 상승세는 확실히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1.34%) 이후 올해 1월(1.14%) 2월(1.31%) 3월(1.07%) 4월(1.01%)까지 매월 1% 이상 올랐다. 월간 1%대의 상승률이 이렇게 장기간 지속된 적은 부동산원이 2003년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KB국민은행 조사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확인됐다. 1월(1.52%) 이후 2월(1.76%) 3월(1.73%) 4월(1.43%)까지 모두 1%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11월(1.51%)과 12월(1.71%)까지 더하면 6개월째 집값 상승률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세금도 마찬가지다. 전체 주택 전세금은 올 들어 4월까지 2.19% 올라 작년 같은 기간(0.79%)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아파트도 이 기간 3.37%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상승률(1.29%)을 크게 웃돌았다.


● 부동산 투기 논란에 발 묶인 ‘2·4 대책’
사진 뉴스1



이처럼 집값과 전세금의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한 비책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군불을 떼다 올해 2월 내놓은 ‘2·4대책’이 제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4대책에 대해 “공급쇼크 수준으로 주택시장의 확고한 안정세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홍남기 경제부총리)”거나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속도와 입지, 물량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발표 이후 100일가량이 지난 13일 현재 정부가 확보한 물량은 전체 계획(83만6000채)의 26%에 불과한 21만7100채 수준이다. 이 마저도 공공택지(11만9000채)를 제외한 나머지는 주민동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한다. 실제로 공급 가능한 물량으로 이어지는 데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2·4대책’ 직후인 3월 2일 터진 시민단체의 ‘LH 직원 땅 투기 의혹 제기’는 최대의 악재로 작용했다. ‘2·4대책’은 LH SH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그 핵심역할을 하게 될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4대책’을 기획했던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마저 낙마한 것도 타격이 됐다.

‘2·4 대책’의 실효성을 부여할 관련 법 개정 작업이 지지부진한 점도 문제다. 현재 국회에는 공공주택특별법, 도시정비법, 소규모정비법, 도시재생법, 주택도시기금법, 주택법, 토지보상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등 8개 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정부는 당초 3월에 발의하고, 3월 중 국회에서 통과되면, 6월 중에 시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7월에 요건을 갖춘 지역에 대해 사업예비지구로 지정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물 건너가게 됐다.


● 규제 풍선효과에 오세훈 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심리



정부의 계속되는 규제에 매물이 잠기는 등 부작용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집값과 전세금 상승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집값과 전세금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매도 물량이다. 집을 보유한 사람들이 시장에 집을 팔려고 내놓는 물량이다. 그런데 최근 매도 물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시장에 공급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이는 거래량 감소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해 12월 7527건에서 올해 1월 5776건, 2월 3865건, 3월 3758건으로 3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지난달 거래량은 이달 말까지 신고접수가 되지만 2000여 건으로 수준으로 더 쪼그라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가 모두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심리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규제 완화를 통한 ‘스피드 주택공급’을 공약했던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자 기대심리는 기정사실로 여겨졌고,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나 1가구 1주택 실수요자 거래를 가로막는 규제 등에 대해 투기수요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4대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 손질 등 후속작업이 빠르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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