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율의 상가투자]역세권 상권이라고 다 좋은건 아니다

동아일보

입력 2020-01-17 03:00 수정 2020-0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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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상가 전철역 개통 효과 미미 왜?



김종율아카데미 원장
왜 신도시 상가는 지하철이 개통해도 상권이 나아지지 않을까.

‘역세권 상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지도를 보기도 전에 ‘역세권=좋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투자를 하는 분이나 창업을 하려는 사람도 역세권 상가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체로 맞는 이론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수도권 신도시 역세권 상가를 보면 전철이 개통하기 전에 투자자가 기대감을 가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왜 유독 신도시는 전철이 개통해도 상권에 미치는 역세권 효과가 미미할까. 이유는 전철 개통으로 늘어나는 2차 상권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으로 상권과 이를 이용할 유효수요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전철이 개통한다 해도 해당 역세권 상권을 이용할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빨대 효과(straw effect)’라고 분석하지만 이는 완전히 틀린 해석이다. 빨대 효과는 전철이 개통하고 그 신도시에서 일어날 소매점 매출이 전체적으로 조금씩 줄어든다는 뜻이지, 역이 들어서고 나서 상권이 나빠졌다고 할 순 없다. 어쨌든 역이 개통하면 상권이 좋아지긴 한다. 신도시는 그 효과가 미미할 뿐이다.

왼쪽 지도는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이 개통된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일대다. 지도 가운데 역이 있고, 검은색 실선으로 표시된 곳이 상가가 있는 곳이다. 역이 개통하기 전에 이 상권을 이용할 주된 유효수요의 범위를 그리면 붉은색 실선과 같다.

그렇다면 지하철 개통 이후 유효수요 범위를 그려보면 어떻게 달라질까. 광교중앙역을 이용할 유효수요는 얼마나 늘어날까.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역세권 상가의 이용 빈도는 소폭 증가할 수 있지만 상권이 좋아지는 데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상가 분양가에는 ‘역세권’에 대한 기대감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높은 금액에 분양될 수밖에 없다.

반대의 경우도 살펴보자. 전철역 개통 후 상권이 좋아지는 곳 말이다. 그런 곳은 반드시 2차 상권의 범위가 커져야 한다. 언급하고자 하는 전철역은 신분당선 성복역이다. 광교중앙역과 두 정거장 떨어져 있다.

오른쪽 지도의 검은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상권을 이용할 사람은 어떨까. 분명 지하철이 개통하기 전에는 붉은색 실선으로 표시된 곳이 유효수요의 범위였을 것이다. 지도 왼쪽에 붉은색 점선으로 표시된 지역의 인구들은 해당 상권을 이용하는 빈도가 현저히 낮았을 것이다. 그러나 신분당선이 개통하고 나서는 상황이 바뀐다. 붉은색 점선 지역의 인구도 서울 강남으로 향하는 전철을 타기 위해 성복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분명 전철이 개통하기 전에는 성복역 인근으로 오지 않고, 버스나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유동인구다.

이처럼 역세권 상권은 ‘2차 상권’이 늘어나는 곳에서 역세권 효과가 나타난다. 오른쪽 지도의 한 편의점은 지하철 개통 전에 하루 110만 원 정도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0년 1월 현재 2배에 가까운 매출이 나오고 있다. 지하철 개통 직후의 매출도 1.6배에 가까울 정도로 ‘수직상승’했다. 사라진 경쟁 편의점도 없었고, 늘어난 시설물도 특별히 없었다. 오직 붉은색 점선 지역의 사람들이 전철을 타러 이동하면서 이 지역의 상권 규모가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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